“법학교육의 위기, 극복 방안은?”…② 법학부 생존·발전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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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교육의 위기, 극복 방안은?”…② 법학부 생존·발전 방안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4.04.18 11:2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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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법과대학교수회·한국법학교수회 공동 학술회의’ 개최
법학부 쿼터제 도입·로스쿨 입시에서 법학지식 검증 등 제안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법학 교육의 패러다임 변환을 위해 도입된 로스쿨이 16년차를 맞이한 가운데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전문성을 갖춘 법조인을 배출함으로써 법치주의를 실현한다는 당초의 취지를 살리고 더욱 발전하기 위해 반성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로스쿨 도입으로 법조인 배출 규모가 증가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변호사시험 합격을 중심으로 로스쿨 교육이 이뤄지면서 로스쿨의 고시학원화, 변호사시험 낭인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며 로스쿨 인가를 받지 못한 대학에서는 법학부가 존폐의 기로에 놓이면서 학문 후속 세대의 단절, 학문으로서의 법학 고사 등이 우려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전국법과대학교수회와 한국법학교수회가 ‘법학교육과 법치주의의 위기 극복과 미래-대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지난 5일 유네스코 회관에서 공동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제1회의에서는 장용근 홍익대 법대 교수가 ‘OECD 기준에 근거한 적정 법조인 수와 교육을 통한 법조인의 양성방안’에 대해, 양만식 단국대 법대 교수가 ‘일본 로스쿨 개혁과 한국에의 시사점’에 대해, 이호선 국민대 법대 학장이 ‘학부 법학교육의 위기 극복 및 민주적 법치를 위한 법조인 수요 충족 방안’에 대해 주제 발표를 했다. 토론자로는 홍선기 동국대 법대 교수와 고철웅 한남대 법무법학과장,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장이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제2회의는 ‘학부 법학교육의 위기와 극복방안’과 ‘원로 선배의 제언’을 주제로 진행됐으며 강봉석 홍익대 법대 학장, 김상균 청주대 법학과 교수, 김현철 이화여대 로스쿨 원장, 안수길 명지대 법대 교수, 한지영 조선대 법사회대 학장, 허명국 한림대 법학과장, 안정빈 경남대 법학과장, 윤태영 아주대 로스쿨 교수, 홍복기 연세대 로스쿨 명예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로스쿨 명예교수, 이은기 전 서강대 로스쿨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이번 학술회의에서 다뤄진 여러 의견들은 법조인 배출 규모 및 양성 방식 등을 종합한 ① 법조인 양성제도 개선 방안과 위기에 놓인 법학부의 활로를 모색하는 ② 법학부 생존·발전 방안 등에 관한 논의로 나눠 소개하도록 한다.

“로스쿨과 법학부의 단절이 문제의 근원…법학부와 로스쿨 입시의 연계 필요”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로스쿨 인가를 받은 대학에서는 법학부를 둘 수 없게 됐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법학 전공자를 선호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법학 전공자를 일정 비율 이상 선발하지 못하도록 하는 쿼터제도 마련했다.

하지만 법학부가 폐지된 로스쿨 인가 대학 상당수가 상위권 대학인 상황에서 로스쿨에서 법학 전공자보다는 상위권 대학 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고 로스쿨 인가를 받지 못한 대학에서도 법학부가 존폐의 위기에 몰리게 됐다. 이에 따라 향후 학문으로서의 법학을 발전시키고 교육해야 할 학문 후속 세대의 단절, 학문으로서의 법학이 고사될 상황에 이르렀다.

전국법과대학교수회와 한국법학교수회는 ‘법학교육과 법치주의의 위기 극복과 미래-대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지난 5일 유네스코 회관에서 공동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전국법과대학교수회와 한국법학교수회는 ‘법학교육과 법치주의의 위기 극복과 미래-대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지난 5일 유네스코 회관에서 공동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때문에 이번 학술회의에서 법학부의 생존과 발전은 가장 중요한 화두로 다뤄졌다. 다수 참가자들은 법학부에서의 교육을 통해 실무가로 나아가는 길이 사실상 단절됐다는 점이 현재의 위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법학부와 로스쿨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양만식 교수는 일본에서 도입한 학부와 로스쿨의 연계 제도를 소개했다. 일본에서는 로스쿨을 통해 법조인이 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단축하기 위해 예비시험을 선택하는 사례가 많은 점을 고려해 학부와 로스쿨을 연계해 학부에서 3년의 조기졸업 후 바로 로스쿨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법학 전공자의 경우 2년, 비전공자는 3년의 로스쿨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로스쿨 재학 중에도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일반적으로 로스쿨을 거쳐 법조인이 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2년까지 단축할 수 있도록 했다.

양 교수는 “일본에서 새롭게 도입한 제도를 활용해 법학부가 있는 학교와 연계함으로써 이론 교육의 충실화를 도모하고 로스쿨에서 철저한 실무 교육을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며 “그렇게 함으로써 로스쿨과 로스쿨이 설치되지 않은 학교의 상생과 지속가능한 법학 발전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양 교수는 현행 로스쿨 제도의 입학시험이라고도 볼 수 있는 ‘법학적성시험’에 대한 의구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현재의 법학적성시험 내용을 보면 법학도로서의 기본 소양을 묻는, 로스쿨에서 법학을 공부하기 위한 적성시험이라는 원래의 취지와는 상당히 멀리 떨어진 듯한 내용의 시험에 불과하다”과 비판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리트시험은 로스쿨에 지원하려는 학생들을 학원으로 내몰아 학원 배불리기에 이용되고 있다”며 “고난도의 수능 국어시험에 가까운 문제가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현실이다 보니 수능에 익숙한 비교적 젊은 명문대 출신 학생들이 고득점을 받게 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로스쿨에 입학하려는 학생이나 재학생들이 어느 정도의 리걸마인드를 형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학생이라고 하더라도 법학적성시험이라고 할 수도 없는 리트시험 보다는 ‘법학 기수자인정시험제도’를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현철 이화여대 로스쿨 원장은 로스쿨은 법률가 양성을 담당하고 법학부는 법률가 이외의 사회의 법수요를 감당하는 인재 양성을 하는 형태의 분업 체제로 가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면서도 로스쿨 입시에서 법학지식을 반영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보였다.

김 원장은 “법학적성시험도 한 번의 시험이어서 그 사람의 법학적성을 완전히 평가하기란 어려운 면이 있다”며 “오히려 법과대학 4년을 열심히 공부해 높은 학점을 취득한 학생이 있다면 그 학생의 법학적성을 인정해 이를 로스쿨 입시에 활용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학인증제’ 도입해 로스쿨 입시·공무원 특채·로펌 등 기업 취업에 활용 등 제안

한지영 학장도 로스쿨 입시에 법학 소양을 반영할 수 있는 ‘법학인증제’를 방안으로 내놨다. 그는 “공학인증제와 마찬가지로 법학인증제를 도입해 일정한 학점을 취득한 법학과 학생들에 대해 공공기관이 인증해 줌으로써 로스쿨에 진학할 때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나아가 공무원 특채에서 가산점을 부여한다면 법학과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많아져 법학과가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호선 교수도 법학인증제를 도입하는 방안과 이를 위한 법학인증원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법학인증을 통해 로스쿨 입시에의 공인, 기업에서의 채용 시 인정, 공무원 특채 시 인정하는 방안이다. 이 외에도 법조인 양성과 공무원 진출을 위한 법률 과목의 확대 및 국민들의 법생활교육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김상균 교수도 법적 소양을 갖추는 데 필요한 교과목을 지정하고 이를 이수한 학생에게 인증서를 발급하는 형태의 인증프로그램 도입을 주장했다. 김 교수는 해당 인증서를 대학원 진학이나 로펌 취업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법학과에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안수길 교수는 “대학이 법학 교육을 어떤 식으로든 법조인 양성과 연결시켜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버리고 일반인에게 양질의 법학 교육을 제공하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다”며 로스쿨이 있는 대학에 법학과를 두지 못하게 한 규정을 폐지하고 로스쿨이 없는 대학에서는 법학과를 유지하거나 부활시키면서 다른 학과 학생들에게도 주요 법학 과목을 필수로 수강하게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위기에 놓인 법학부의 생존 및 발전을 위해 법학인증제, 법학사 쿼터제, 로스쿨 입시에서의 법학지식 검증 등을 통해 단절된 로스쿨과 법학부의 연계가 필요하다는 의견 등이 제시됐다.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위기에 놓인 법학부의 생존 및 발전을 위해 법학인증제, 법학사 쿼터제, 로스쿨 입시에서의 법학지식 검증 등을 통해 단절된 로스쿨과 법학부의 연계가 필요하다는 의견 등이 제시됐다.

안 교수는 “법학과를 유지하거나 부활시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교양대학 등에 법학 전공자를 교수나 강사로 임용해 이들로 하여금 학부생들에게 법학을 교육하게 하거나 법학 지식이 특히 더 많이 필요한 학과에서는 법학 전공자를 전임교수로 채용하도록 하는 방안은 불가능한가”라는 의문을 던졌다.

허명국 교수는 “로스쿨과의 단절을 해소하거나 완화하기 위해 로스쿨 입시에 학부 법학과가 기여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며 “학부 법학과 졸업을 로스쿨 입시요건으로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나 적어도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은 진지하게 고민돼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안정빈 교수는 “중고교 때부터 법학과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이 많아야 법학부가 활성화 될 터인데 명문대학 태반이 법학과를 폐지했으니 애초에 학부 법학과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은 매우 줄어든 상황”이라며 “학부 법학과 학생들과 교수자들에게 학부 법학과는 중요한 곳이고 긍지를 느낄 수 있는 곳이며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명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법학과에서의 법학 교육의 방향성은 어느 한 방향으로 국한될 성질의 것이 아니며 로스쿨 진학, 공무원시험, 공기업, 사기업, 대학원 진학, 창업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다만 법학과를 졸업하고 나서 로스쿨에 진학하지 않더라도 법조인이 될 관문이 완전히 막혀서는 안 된다. 그 관문을 모두 틀어막았기 때문에 현재의 학부 법학과의 모든 문제들이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윤태영 교수는 “법과대학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로스쿨에 많이 입학해 변호사로 되는 것이 양자 사이에 가장 괜찮은 상생 방안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법과대학에서 로스쿨 입학에 포커스를 맞추고 2학년까지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은 로스쿨에 가도록 독려하고 리트 점수를 학교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아울러 “로스쿨이 설치된 대학은 교양 차원이 아닌 프리로와 같은 차원의 교육은 못하도록 하면서 자교 비율은 지금보다 훨씬 더 제한하고 법과대학 출신을 쿼터제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몇 퍼센트 이상은 뽑도록 하는 것과 같은 역정책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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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확대좀 그만 하세요 2024-04-18 22:13:44
정원확대좀 그만하세요!! 저출산에 메디컬 제외 다른 학과들 전부 정원 줄이고 있는데 뭔 법대만 늘려서 실업자 양산할일 있나요?

법학을 정말로 생각한다면 2024-04-18 20:34:21
정원을 늘리려고 할게 아니라 법학과 학생들이 취업을 잘 하고 있는지, 최근 법무팀 기조가 긴축인데 이 상황에서 법학과 정원을 늘리면 정말 그게 법학학생들을 위한 것인지 생각해보셨으면 해요. 법학의 발전은 정원 확대로 이루어지는게 아니라 학문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한것 같습니다

기회균등 2024-04-18 20:14:47
특히 민사소송에서 나홀로소송을 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80%를 넘는 현실에서

로스쿨중심의 법학교육은 법률지식의 독점으로인한 지식격차(양극화)가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의 재산권보호에 영향을 미쳐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가져오므로

법학교육 기회균등을 통한 사회양극화 해소와 우리나라의 법치경쟁력 강화를 통한 국제소송에서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도 광범위한 법학교육이 긴급한 국가과제의 하나임이 분명.

요약하면 로스쿨 인가대학의 법대부활과 로스쿨 비인가대학의 법학교육 활성화는 실질적인 법치실현과 교육기회균등을 통한 사회격차 해소 및 치열한 국제경쟁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생존에도 필수과제.

ㅋㅋ 2024-04-18 18:02:28
그렇게 비인가 법대 학생들이 법학을 잘하면... 거기서 로스쿨 간 학생들이 변시 수석부터 시작해서 검사와 로클럭을 모조리 휩쓸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사법시험 시절에는 지금 로스쿨이 없는 대학의 학생들이 많이 합격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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