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지막까지는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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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마지막까지는 알 수가 없다
  • 김용욱
  • 승인 2024.04.12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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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여당과 야당의 의석수 격차가 사상 최대라는 제목이 조간신문의 머리를 장식하고 있었다. 전체적인 의석수에 대한 예측은 한 달여 전부터 여론이 요동치면서 바뀌기 시작한 듯 보였고, 선거가 말미에 접어들자, 사전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당락’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선거 결과를 보니 대체로 여론조사 결과와 유사한 듯하지만, 몇몇 지역구는 결과가 바뀐 곳도 있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는 도봉에서 김재섭 후보나 동작의 나경원 후보가 상대방을 누르고 당선이 되었다는데, 사전 여론조사 결과와는 조금 달라진 듯하다. 그 외에도 화성에서도 이준석 후보가 당선되었다. 이 역시 선거 직전 사전 여론조사 예상과는 다른 결과이다. 전반적으로 야당의 우세를 점친 가운데 마지막 한순간에 유권자의 마음이 바뀐 것이다. 세상사가 참 알 수 없다.

면접, 특히나 공무원 면접은 일부 영역을 제외하고는 필기 성적과 연동되기 때문에 면접 결과를 예단하고 응하는 경우도 많다. 우수 평정을 받으면 필기 성적과 무관하게 합격하며, 미흡 판정을 받으면 필기 성적과 무관하게 불합격 처리를 하며, 보통 평정을 받으면 필기성적 순으로 합격·불합격이 정해지는 방식이 그것이다. 과거 삼성의 이병철 회장이 신입직원을 선발할 때 사용했다는 방식이라 알려져 있는데, 현재의 삼성이 이 방식을 쓰고 있는지는 확인이 안 되지만 국가직 공무원 면접에서는 여전히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평정 방식은 대규모 임용 심사에서 면접관의 주관과 편견에 따라 합격·불합격이 좌우되는 불합리를 막을 수 있어서 도입 유지되고 있다. 과거 신입 인력들은 대체로 성실하고 조직에 순응하는 성향도 강했기 때문에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말썽(?)을 부리지 않고 다들 잘 적응하고 조직에 기여했다. 그런데, 면접관이 30여 분 동안 판단한 인성만으로 합격·불합격을 정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여겼다. 공무원 시험, 로스쿨 시험(과거 사법시험) 등은 준비기간도 장기간에 걸쳐 있어 시험 점수와 같은 객관적 평정으로 합격·불합격을 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 측면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평정 방식은 면접자로 하여금 보수적이고 방어적인 자세로 임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남들과 비슷하게 무난하게 크게 흠이 잡히지 않는 쪽으로 면접에 임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옷 복장도 남들이 입는 검은색 정장을 유니폼처럼 입으며, 머리 스타일도 특별히 튀지 않은 스타일로 입고 가게 된다. 남자는 검은색 양복에 흰색 와이셔츠, 푸른색 넥타이, 여자는 검은색 투피스에 흰 블라우스를 입고 면접장에 간다. 남들과 다르게 튀지 않으려는 간절한 마음이 거기에 녹아 있는 것이다.

각 당에서 지지율이 높은 우세 지역에서 정당 공천을 받으면 당선이 보장되다시피 한 경우가 많다. 우스갯소리로 어느 지역은 강아지를 공천해도 당선될 것이라는 말이 떠돌기도 한다. 유권자들은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자가 큰 흠이 없다면 큰 고민 없이 투표하게 된다. 그러니, 후보자들은 보수적인 관점에서 방어적으로 선거 캠페인을 전개한다. 선거 기간 중 큰 사고만 안 치면 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면접자들이 유니폼과 같은 면접 복장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남들 하는 만큼만 임하면 당선과 합격이 보장되니 수험생이든 후보자든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인 것이다. ‘필기 합격=면접 합격’이고 공천=당선의 공식이 확고하게 자리 잡은 셈인 것이다. 필기 점수가 낮은 경우 불합격을 예단하고 큰 준비 없이 면접에 임하는 경우도 종종 보는데, 이런 공식에 관한 이야기를 여러 경로로 듣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몇몇 결과가 바뀐 지역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결과를 예단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후보자나 수험생으로서의 자세일 것이다. 마지막 순간 유권자의 마음을 알 수 없듯이 면접관의 마음도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후보자의 마지막 간절한 몸부림을 유권자는 알아본다. 그리고 면접관도 알아본다. 그런 뒤집기가 지금보다는 좀 더 자주 발생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고, 그런 모습이 지금보다는 조금은 더 자주 발생하는 면접장이 더 의미 있는 것은 아닐까?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citizen@hanmail.net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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