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 인정하지 않는 민법 1003조 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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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 인정하지 않는 민법 1003조 합헌”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4.04.0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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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성·획일성 요청되는 상속에서 법률혼과 동일 취급 불가”
사망을 원인으로 하는 재산분할심판청구는 6대 3으로 엇갈려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사실혼 배우자에게는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이 선고됐다. 당사자 일방의 사망을 원인으로 하는 재산분할심판 청구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청구인 A는 2007년 12월 7일경부터 B와 동거를 시작했는데 B는 2018년 3월 17일 새벽에 갑자기 발작 증세를 보여 응급실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4월 2일 사망했다. 그 후 A는 검사를 상대로 사실상 혼인관계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했고 법원은 2018년 11월 7일 A와 B 사이에 2007년 12월 7일부터 2018년 4월 2일까지 사실상 혼인관계가 존재했음을 확인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

A는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상속권이 인정돼야 함을 전제로 2019년 8월 14일 자신이 B의 단독상속인이 된다고 주장하며 B의 형제자매 등 법정상속인들을 상대로 상속재산의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A는 소송 계속 중 민법 제1003조 제1항 중 ‘배우자’ 부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본안 청구 및 신청이 모두 기각되자 2020년 9월 28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아울러 2019년 10월 4일에는 사실혼이 일방의 사망으로 해소된 경우 생존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돼야 한다며 B의 법정상속인들을 상대로 재산분할심판을 청구했다. 소송 계속 중 민법 제839조의2 제1항, 제2항, 제843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으나 본안 청구는 기각되고 신청은 각하되자 2021년 1월 26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재산분할청구권과 관련해 쟁점이 된 민법 제839조의2와 제843조는 협의상 이혼이나 재판상 이혼이 이뤄진 경우 적용되는 규정으로 A의 주장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진정입법부작위에 의한 부적법 각하를 선고(2021헌바22)했다.

헌재는 “민법은 혼인관계가 ‘일방 당사자의 사망으로 종료된 경우’에는 생존 배우자도 다른 상속인들과 마찬가지로 상속제도의 규율을 받도록 정하고 혼인관계가 ‘쌍방 생전에 해소된 경우’에는 재산분할제도의 규율을 받도록 정하여 그 체계를 달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구인이 문제 삼는 ‘일방의 사망으로 사실혼이 종료된 경우 생존 사실혼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부여하는 규정을 두지 않은 부작위’는 입법자가 애당초 그러한 입법적 규율 자체를 전혀 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에서 허용되지 않는 진정입법부작위를 다루는 것이므로 그 자체로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과 관련해서는 합헌으로 판단한 선례(2013헌바119) 변경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2020헌바494)고 봤다. 헌재는 “상속권조항이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상속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파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상속을 둘러싼 분쟁을 방지하고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시키며 거래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를 지적했다.

또 사실혼 배우자는 혼인신고를 통해 상속권을 가질 수 있으며 증여나 유증을 받는 방법으로 상속에 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 근로기준법이나 국민연금법 등에 근거한 급여를 받을 권리 등이 인정된다는 점에서도 상속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나아가 “법률혼주의를 채택한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제3자에게 영향을 미처 명확성과 획일성이 요청되는 상속과 같은 법률관계에서는 사실혼을 법률혼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으므로 상속권조항이 사실혼 배우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보였다.

상속권에 대한 부분은 재판관 전원이 일치된 의견을 보였으나 재산분할청구권에 대해서는 6대 3으로 의견이 갈렸다.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헌법재판관은 “재산분할청구권조항은 실질적인 부부 공동재산의 청산과 분배를 본질로 하는 재산분할제도의 내용을 구체화한 규정으로 위 조항의 입법사항은 혼인의 해소에 따른 재산분할청구권의 발생과 그 내용에 관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혼인관계의 해소 사유에는 이혼, 사실혼 파기와 같은 생전 해소 사유 외에 사망도 있으므로 혼인 해소에 따른 재산분할청구권을 규정하면서 일방의 사망으로 사실혼이 해소된 경우를 배제한 것은 부진정입법부작위에 해당하므로 적법한 청구라는 것.

이 같은 전제하에 사실혼 해소 시에도 법률혼 해소와 같이 실질적인 부부 공동재산의 청산과 분배가 필요하며 생존 사실혼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더라도 제3자와의 법률관계에서 거래의 안전 등이 문제 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 생존 사실혼 배우자의 법적 지위를 보호하기 위한 민법, 주임법 등에 의한 여러 제도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이들 재판관은 “현재의 법체계 및 재산분할제도 하에서는 사실혼 부부가 협력해 이룬 재산이 그 형성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은 상속인에게 모두 귀속되는 등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며 “위 조항은 입법형성에 관한 한계를 일탈해 생존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합헌으로 판단한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으로 “입법자는 생존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 청산 내지 부양에 관한 권리가 적절히 담보될 수 있도록 현행법의 규율 체계 및 학계의 관련 논의, 외국의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관련 제도를 조속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입법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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