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쟁 나면 시험은 치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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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전쟁 나면 시험은 치를 수 있을까
  • 김용욱
  • 승인 2024.01.1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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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최근 들어 뉴스를 열어보면 가장 많이 보이는 단어 중 하나가 ‘전쟁’이다. ‘인간의 폭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스티븐 핑커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말이 무색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이스라엘은 다른 국가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를 뒤로 한 채 하마스 조직을 절멸시키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미국과 영국이 예멘의 후티 반군 본거지를 폭격했으며, 대만 선거가 끝나자마자 들리는 소식은 중국의 대만에 대한 전쟁 위협이다. 오늘은 신문을 펴보니 이에 질세라 김정은이 한마디 내뱉었다. “전쟁 시 대한민국을 완전 점령해 공화국에 편입한다.”

수험생의 입장에서 전쟁 소식을 듣게 되면 더 예민해지고 신경이 곤두서기도 한다. 아직 시험도 채 마무리 짓지 못했는데, 시집 장가도 못 갔는데, 이 상태에서 전쟁터로 끌려가는 것은 아닌가 걱정도 되고, 전쟁으로 시험이 연기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하게 된다. 필자도 오랜 수험 기간 중 간혹 정세가 불안해지면 덩달아 싱숭생숭해지곤 했다. 나라 걱정은 오랜 기간 수험생활에서 누리는 감정의 사치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전쟁 그 자체는 나와 우리 공동체의 삶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발생하려면 북한도 미리 준비해야 하기에 한미 연합사의 정보 자산으로 미리 알 수 있다고 한다. 군용차와 탱크에는 기름을 넣어야 하고, 북한은 평시에는 쿠데타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하여 군인들에게 탄약을 보급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전쟁하려면 군인들에게 탄약도 보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포문도 미리 열어두어야 한다. 포를 장전하려면 수풀 속에 숨겨놓은 위치가 드러나게 된다. 북한 공군은 평상시에는 유류 부족으로 훈련 비행이 적은데, 전쟁을 정말 일으키려면 훈련 비행도 가시적으로 늘어나야 한다. 이런 준비 활동은 정찰위성, 정찰비행기나 휴민트(humint) 등에게 사전에 인지될 소지가 크다. 그리고 이런 준비 없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까울 것이다. 며칠 전 초음속 미사일 발사와 고체연료 사용 가능성이 제기되자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는 하였다. 고체연료는 사전에 주입하지 않아도 되므로 전쟁 징후를 미리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런데, 모든 군장비를 고체연료로 바꿀 수도 없고, 미사일 몇 대만으로 전쟁을 시작할 수 없을 것이다.

필자는 카투사로 군복무를 한 경험이 있다. 야전병원(드라마 MASH의 소재가 되었던 부대였다)에서 메딕으로 근무하였다. 조금은 편한 군생활이었지만, 매년 한 달에 걸치는 야전 훈련이나 가끔 있는 비상동원 훈련(alert)은 나름 고생스러웠는데, 새벽에 갑자기 알람이 울리면 곤히 자던 잠에서 깨어나 정신없이 추운 겨울 새벽에 나와야 했다. 한번은 미군들에게서 비상동원 시 군장을 모두 착용하고 집결해야 하는 시한에 대해서 질의가 나온 적이 있었다. 당시 부대장(병원장, 의사)은 그 질문을 받자마자 손가락 2개로 V자를 그리면서 말을 시작했는데, 모두 “2분은 너무 이른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속으로 하였다. 그런데, 부대장은 “2시간 안에 집결하면 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모두가 아연실색해진 적이 있다.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어쩌면 후방 부대였기 때문에 느슨했을 수도 있고, 특히나 전투부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좀 더 여유를 두고 준비하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야전병원은 전쟁이 터지고 아군 쪽에서 사상자가 속출할 때에서야 비로소 그 역할이 주어지니 말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연합사의 감시 자산이 어느 정도인지 듣게 되니 그제야 좀 더 명확하게 이해가 되었다. 소규모 국지 분쟁이라면 모를까, 대규모 전쟁이 날 것이라면 이미 오래전부터 점검할 수 있는 지표가 여러 가지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대외적 위기가 터져도 미 대통령은 그럴수록 여유 있게 주말도 즐기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왜냐면 위기가 오더라도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는 것이 미국의 번영에는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어수선한 세상이다. 여러 가지로 예민할 수밖에 없는 수험생들이라면 험악한 세상사의 잡음에 잠시 귀를 닫는 것이 어떨까? 우리 군과 사회가 보장하는 안전한 시스템을 신뢰하고 그저 주어진 일에만 매진하는 것이 낫다. 그렇게 매일매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어느새 시험일은 다가올 것이고 따뜻한 봄도 우리를 다시 맞이할 것이다. 다른 일은 그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citizen@hanmail.net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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