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보지 않고도 믿는 자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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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보지 않고도 믿는 자는 행복하다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3.12.22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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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이번 기자의 눈에서는 ‘세인트 영멘’이라는 만화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대략적인 설정은 깨달음을 얻은 자인 붓다와 하느님의 아들인 예수가 세기말을 무사히 넘기고 하계로 내려와 휴가를 즐기는 내용이다. 도쿄의 다치가와에 위치한 원룸 아파트, 한국식으로는 다가구와 비슷한 집에서 붓다와 예수는 공동생활을 하며 넉넉지 않은 예산으로도 소소하면서도 즐겁게 생활한다. ‘세인트 영멘’을 알게 된 계기가 된 유튜브 영상에 나왔던 에피소드 하나를 통해 이들의 휴가가 어떤 모습인지 살짝 들여다보자.

어느 날 수영장을 찾은 예수와 붓다. 갠지스강에서 수영하던 실력을 살려 물 만난 고기처럼 물살을 가르는 붓다와 달리 예수는 물을 무서워하는 맥주병이었다. 성서에 나온 물 위를 걷는 기적도 물에 들어가는 것이 너무 싫어서 힘을 냈던 것이라고 한다. 물을 두려워하는 예수를 그대로 둘 수 없었던 붓다의 응원과 설득으로 일단 머리를 물속에 넣어 보는 용기를 냈지만 결과는 모세가 홍해를 가르듯 수영장의 물이 갈라지는 기적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예수의 기분에 따라 목욕탕의 물이 포도주로 바뀌거나 (흙으로 빚어진) 그릇이 빵으로 바뀌는 기적이 일어나기도 하고, 붓다나 예수가 먹을 것을 찾으면 어항에 있던 금붕어들이 냄비 속으로 몸을 던지거나 하는 웃픈 사건들이 일어나곤 한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세인트 영멘’이 개그만화라는 걸 충분히 눈치챘을 것이다. 자칫 논란이 될 수도 있는 종교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불편하지 않은 웃음을 자아내는 작품이라 매우 즐겁게 읽었다.

붓다와 예수의 주변 인물들도 종종 등장하는데 불교 쪽에서는 지장보살, 관음보살, 약사여래, 붓다의 제자인 아난다, 아들인 라훌라, 힌두교의 신인 범천, 제석천, 변재천 등이, 기독교 쪽에서는 미카엘, 라파엘 등 4대 천사와 베드로, 안드레아 등 예수의 제자들, 카인과 아벨, 잔다르크 등 여러 거물들이 하계의 상식을 벗어난 엉뚱한 언행으로 재미를 준다.

그중에서도 이번 기자의 눈에서 특별히 얘기하고 싶은 인물은 12사도 중 한 명인 토마다. 토마는 ‘의심’으로 유명하다. 다른 제자들에게 예수의 부활을 전해 들은 토마는 “나는 내 눈으로 그분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보고 내 손가락을 그 못 자국에 넣어 보고 또 내 손을 그분의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라고 말했다고 한다.

성서에서는 토마를 만난 예수가 자신을 만져보고, 손가락을 옆구리에 넣어 보라고, 그리고 의심을 버리고 믿으라고 말하자 바로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이라고 답하며 믿음을 보였다고 하는데 ‘세인트 영멘’에서는 지금도 예수를 만나면 못 자국에 손가락을 넣어 보거나 뭐 하나 부탁하려고 해도 정말 예수님이 맞냐며 꼬치꼬치 따지고 들어서 곤란한 상황을 만들곤 한다.

만화에서는 개그 소재로 활용됐지만 신앙에 있어서 ‘의심’은 지양해야 하는 마음이다. 신앙 외에 ‘의심’을 경계해야 하는 분야를 또 하나 꼽자면 ‘수험’이 아닐까 싶다. 각종 고시나 공무원시험, 전문자격사시험은 공부 분량 면에서나 경쟁률 면에서나 합격하기 어려운 시험이다. 간혹 단기간에 합격한 사례가 나오지만 매우 이례적인 경우고 대부분은 몇 년씩 공부를 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돈과 수고를 들여 공부하는 수험생들에게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지를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할까. 수험전문지 기자의 경험에 따르면 ‘불확실성’이다. ‘열심히 공부를 한다고 해서 성적이 오를까?’, ‘아무리 노력해도 합격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하는 의심이 계속해서 마음을 흔들고 수험생들을 슬럼프로 몰고 간다.

수험생들에게 있어서 ‘합격’에 대한 믿음은 보이지 않는 신을 믿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신에 대한 믿음이 없는 신앙이 있을 수 없듯이 합격을 믿지 않고 합격하기는 어렵다. 시험의 특성상 반드시 탈락자는 나오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적어도 수험을 유지하는 동안에는 ‘나는 반드시 합격할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

예수는 토마에게 “너는 나를 보고야 믿느냐? 나를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말했다. 법률저널의 독자들도 합격을 믿고 조금이라도 더 편안한 마음으로 수험생활을 할 수 있기를, 마침내 합격이라는 행복을 얻을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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