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면접에서 ‘정답’을 말하면 합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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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면접에서 ‘정답’을 말하면 합격할까?
  • 김용욱
  • 승인 2023.11.17 11: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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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선발 과정에서 늘 마무리 관문은 면접으로 정리된다. 과학고, 자사고, 특목고를 가더라도 그러하고, 대학입시에서도 종종 면접을 거쳐 합격이 결정된다. 대학에서 동아리에 가입할 때에도 유서 깊음을 강조하고 싶을 때에는 신입부원과 면접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만하면 할만큼은 한 것 같은데, 취업할 때에는 취업 면접을 보러 오라하고 심지어 빵가게에서 한 달 일할 때에도 얼굴 한번 보자는 연락을 받곤 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경력직이 되어 이직하거나 내부 승진을 거칠 때에도 종종 면접을 치른다. 혼기가 되어서 남녀가 만나는 장면도 가끔은 ‘면접’이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긴 평생 반려자를 얼굴 한번 안 보고 정할 수는 없지 않은가? 예전처럼 강 건너고 산 넘어 산다는 윗마을 김 씨 총각과 부모님이 정해주신 대로 결혼하는 세상도 아닌데 말이다.

그런데, 이런 면접을 치를 때 정해진 답이 있을까? 아마 대부분은 딱히 정해진 것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반려자의 얼굴과 품성에 「정답」이 없듯이 말이다. 통상 수험생들은 면접 전까지는 필기시험 내지 자격시험 등의 정량화된 지표와 싸우는 편이다. 학점을 올리려고 애쓰고, TOEIC 성적을 올리려고 애쓰고, 그리고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애쓴다. 그러다 보면 수험생들은 면접에도 답이 있는 것처럼 정해진 답을 말하려고 애쓰는 모습도 보곤 한다.

그러나, 면접 프로세스는 앞서 말했듯이 정답을 잘 맞혔는지 확인하는 자리는 아니다. 선발·채용하려는 기관의 관점이 앞서는 것이 면접이 진행되는 상황의 진실이다. 그러므로 실제로 면접에 합격한 이들의 답변을 모아보면 다 답변이 다를 수밖에 없고, 심지어 정반대의 답변을 한 경우도 부지기수다. 면접관이 듣고 싶어 한 것은 정답이 아니라,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당신은 우리 기관과 잘 맞는가, 우리가 당신의 시험 점수에서 찾지 못한 것이 있는가’를 보고 싶어 한다. 경쟁률이 훨씬 치열한 A기관의 면접에서 붙은 사람이 정작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B기관의 면접에서는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연유이다.

필기시험이 종이를 펼쳐놓고 준비하는 시험이라면 면접은 거울과 다른 사람의 눈을 바라보면서 준비하는 과정이다. 필기시험은 엉덩이와 짧은 손가락의 힘으로 준비하고, 실기시험에서는 온몸의 근육을 써야 할 때도 있지만, 면접은 세 치 혀와 얼굴 근육의 이완이 중요하다. 필기시험에서는 공감 능력이나 소통능력을 평가하기 어렵지만, 면접에서는 소통·공감을 빼놓기 어렵다. 2024년부터 공무원 면접 평정에서 인사혁신처가 도입할 평정 기준에서 소통·공감이 가장 먼저 나오는 것도 그런 연유이다.

한 가지 더 덧붙여 말한다면 면접은 서류심사 및 필기·실기 평가에서 평가하지 못하는 것을 찾는 자리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한 기관에서 사람을 뽑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직무역량, 지식수준 및 자격에 대한 평가가 되겠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팀으로 같이 일을 할 때에는 소통이 잘 되어야 하고, 팀워크 내지 리더쉽이 요구될 때도 있다. 그리고 구성원의 역량, 능력, 지식수준이 높다고 반드시 성과를 내는 것도 아니다.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단지 역량이나 지식수준만으로는 부족하고 결과가 나올 수 있는 태도, 근면성, 준법성 등의 요소도 추가로 요구되는데 면접에서는 그 사람이 능력만 뛰어난 사람은 아닌지, 혹시 우리 기관에 합격하고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것은 아닌지도 한 번쯤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을 우리는 ‘인성’이라고도 하고 기업에서는 ‘인재상’이라고 한다. 매우 비정형적이고 계량화되기 어려운 정성적 요소인데, 이는 서류나 필기에서 평가가 이루어지기 힘든 것이기도 하다. 결혼 정보회사에서 직업과 집안 환경 키, 미모, 나이로 등급을 나눈다고들 하지만 정작 대부분은 점수에 따라 사람을 만나 사랑하지 않고 우리는 알 수 없는 호르몬과 DNA 궁합에 따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아가듯이 말이다. 서류와 필기의 준비 과정이 다르듯이 면접은 선발 프로세스의 성격이 질적으로 변화하는 단계다. 필기시험 채점은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OMR 용지에 표기된 대로 해도 시비를 걸지 않고, 주관식 채점이라도 평가자를 모른 채 진행하지만, 면접에서는 면접자가 면접관 얼굴을 보게 된다. 면접자가 면접 결과를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이 일부 생기는 것은 면접관의 얼굴을 보기 때문 아닐까? AI 면접의 반발이 큰 이유 중 하나는 면접관의 얼굴을 면접자가 관찰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면접은 사람을 뽑는 전체 프로세스에서 ‘정말 같이하고 싶은 사람’을 정하는 마지막 단계다. 선남선녀 짝짓기 프로그램에서 마지막 선택의 순간에서 참가자들은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마음을 정하는데, 면접관의 고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 결정의 순간이란 의미는 그런 면에서 참으로 무겁다.

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citizen@hanmail.net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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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2023-11-24 18:07:41
이토록 훌륭하고 많은 도움이 되는 칼럼을 써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김용욱 변호사님의 칼럼 덕분에 제 면접 실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습니다. 변호사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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