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45-ChatGPT 세상(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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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45-ChatGPT 세상(3)
  • 손호영
  • 승인 2023.11.1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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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ChatGPT 3번째 이야기입니다. 우려먹는다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지만, 계속해서 팔로업하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게다가 ChatGPT 개발회사인 OpenAI에서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컨퍼런스를 열었는데, 어마어마한 뉴스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GPT builder가 소개되었는데, 이에 따르면 누구나 GPT를 맞춤형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예컨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책을 업로드해서 GPT에게 학습하라고 하거나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텍스트를 업로드해서 GPT에게 공부하라고 하면, 이제 나만의 맞춤형 GPT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의아할 수 있습니다. 이미 이런 챗봇은 흔한 것 아니냐, 기존 대규모 언어 모델(LLM)도 이미 공개되어 있는 것들 많지 않으냐. 맞습니다만, 중요한 점은 내가 코딩을 몰라도 된다는 것입니다! 단지 데이터를 업로드하고 기존 GPT를 사용한 것처럼, 자연어로 대화할 수 있다는 것, 그런데 이제 내가 코딩을 몰라도 된다는 것! 정말 매력적입니다.

사실 이미 웹사이트 만들기는 코딩을 살짝 몰라도 되는 수준으로 오기는 했습니다. 예컨대 워드프레스(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한 설치형 블로그 또는 CMS)를 사용하면 여러가지 플러그인을 동원하여 웬만한 웹 표준 사이트를 만들기에 무척 좋습니다. 전세계 웹사이트의 약 40% 정도가 워드프레스로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실제로 사용해보면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저도 HTML, CSS, Javascript 부터 공부하려다가 워드프레스를 알고 나서는 이것을 활용해 웹사이트를 만들어보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수월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제는 웹사이트와 같은 껍데기가 아니라 그 내용을 채워줄 것들을 공부해봐야지 했고, 다음 단계로 LLM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OpenAI에서 공부할 필요 없다며 저를 붙잡네요.

이제 AI를 모두 쓸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문제는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인데, 그것의 핵심은 결국 상상력이 아닌가 합니다. 즉, AI는 우리의 상상력의 크기가 활용의 한계가 아닐까 합니다. 얼마나 상상할 수 있는가. 요점은 바로 그것이겠습니다.

상상력의 예시를 생각해보다가, 최근 법원에서 한 판사님이 쓰신 AI의 활용법에 대한 글이 있어 흥미로워 옮겨봅니다(김규화, 2033년 김 모 판사의 어느 하루).

“헤이로봇(=AI 시스템의 이름)! 항소심 사건병합에 따른 직권파기 형사판결 양식 생성해줘.”

“김 판사는 전자기록뷰어에서 사건을 불러오고 ‘피해자 진술 분석’ 버튼을 누른다. 형사전자소송 시스템의 발전에 힘입어 이제 전자기록뷰어에는 공판기록과 증거기록에 나타난 문자정보를 저절로 분석하는 기능까지 탑재되었다. 클릭한 지 5초 정도 지났을까, 피해자의 수사단계에서 한 3차례의 진술과 원심 법정진술을 요약한 내용이 표로 뜨고, 주요 진술의 변화가 한눈에 들어온다. 원심 법정진술 요약 란에 커서를 갖다 대자 진술 상세내용이 미리보기로 뜨고, 소리모양 버튼을 누르자 녹음파일 해당 구간이 재생된다. ‘객관적 증거와 비교’ 버튼을 누르자, 신고 경위, 경찰 현장 출동 상황, CCTV 영상 관련 내용이 요약되어 뜬다.”

“양형판단이 남았다. ‘유사사건 결과비교’ 버튼을 누르자, ‘원심양형은 동종죄명 사건의 상위 55% 구간에 위치합니다’라는 화면이 뜬다. ‘처벌불원’, ‘동종 전과 없음’ 항목을 체크하니 상위 37%, 상위 13%로 숫자가 요동친다. ‘다소 형이 무거운 측면이 있군...’ 이제는 결단의 시간이다.“

첫번째, 판결이든 준비서면이든 어떤 특정한 패턴을 가진 문서의 틀(양식)은 AI가 자동으로 만들어줍니다. 물론 이것은 지금도 기재례를 본다던지, 유형별로 양식을 저장해 불러오기 하면 금방 할 수 있겠지만, AI를 사용한다면 보다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컨대, ‘항소심 사건병합에 따른 직권파기 형사판결 양식’에 더해, ‘이 사건에 적용할 수 있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더라도 가능하겠지요.

두번째, 여러 서면을 유기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합니다. 한 사람이 3차례 진술한 서면을 자동으로 요약해주고, 표로도 정리하는 것. 이것은 품이 많이 드는 기초작업인데 이를 AI가 대신 해준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기초작업 이후 좀더 머리 쓰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이겠지요. 지난번 칼럼에서 저도 언급했듯, 진술자료 뿐만 아니라 ‘등기자료’, ‘세금계산서’ 등도 자동으로 분석해서 시계열로 정리해주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세번째, 여러 데이터를 종합 분석하기 용이해집니다. 형사판결을 하면 나의 양형이 합당한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이를 보조하기 위해 현재 ‘양형기준’이 있기도 하고, 최근 유사사례를 찾아보기도 하지만, 이를 AI가 전반적으로 해준다면 판단에 도움이 되겠지요.

물론 “결단의 시간”은 여전히 사람에게 있습니다. 그리고 GPT도 결국 사람이 훈련시켜야 합니다. 저도 GPT builder 베타버젼을 사용해봤습니다. 저의 논문을 올려보기도 하고, 여러 시도를 해봤는데, 아직 만족하기에는 조금 일렀습니다. 하지만 AI를 어떻게 활용할지 꾸준히 따라가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sohnhoyo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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