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Peace be with you(John 20:19)>
자유와 평안(필명)
나는 법전원을 졸업한 해에 교통사고로 인해 우연히 발견한 희귀암으로 지금껏 투병을 해 왔다. 수술과 방사선치료 후에도 몸과 마음에 조금만 무리가 오면 실신을 하고 기억을 잃고 응급실에 실려 가는 생활이 반복되었고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자가 되어 있었다. 병상에서 읽은 정혜신 작가의 ‘당신이 옳다’ 라는 책 한 권이 내 마음에 조금 위로가 되었는데, 그 감상을 적은 글을 나누고자 한다.
수험생의 생활은 한 인간이 입체적인 모습과 다양한 역할로 사는 시간이 아니다. 합격을 위하여 5일간의 시험을 치를 준비를 하며 온 하루를, 한 달을, 3년을 바친다. 명절이나 공휴일, 집안 경조사도 달력에서 지운 채 자신을 억압하며 공부하는 기계로 살아야 한다. 그런 삶의 끝에서 갑자기 만난 ‘암’은, 수험생활이라는 몸에 밴 자기 억압이 한꺼번에 풀리는 사건이었다. 24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가 정해져 있던 것과는 달리, 병원 침대에 누워 먹으랄 때 먹고 정해진 시간에 검사나 치료를 받는 것 외에는 책을 읽거나 드라마를 몰아보는 것 밖에는 할 일이 없었다. 언제 마지막으로 들었는지 모를 ‘푹 쉬고 잘 자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끊임없이 들었다.
나는 평생을 기계처럼 살았다.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입력값-출력값이 확실한 로봇이 되고 싶었고, 마음을 돌보고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은 삶을 비효율적으로 구상하고 비생산적인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했다. 특히 수험생활을 하면서는 쉬고 싶다, 힘들다, 아프다는 나의 감정, 나의 욕구, 나의 상태를 드러내서는 안 되는 그림자 같은 상태로 지내야 한다고 결심하고 살았다. ‘내 온몸이 망가져 가는 것 같아’라고 말하고, 매일 밤 너무 아파서 울다 탈진해서 잠들면서도 ‘공부하면서 머리 안 아픈 사람이 어디 있어’라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도, 사람들도 나에게 참 잔인했다.
저자는 사람이 겪는 모든 감정들이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순하게 수용해야 할 삶의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분노로 인해 뭔가를 부수고,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해도 그 마음이 옳다는 것을 누군가 알아주기만 하면 부술 마음도, 죽이고 싶은 마음도 없어진다고 했다. 나는 죽이면 살인, 부수면 손괴, 이렇게만 알았지 내 감정이 옳다고, 그 마음을 누군가 알아주기만 하면 이것이 해소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다.
평생응시금지에 처한 사람들 중 은퇴자의 마음과 같은 무력감과 우울, 피해의식 같은 감정 때문에 괴롭고 힘든 사람들이 있다면, 주변에 그 마음을 충분히 알아주는 사람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 슬퍼하는 걸 나약하다거나 무능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 마음을 쏟아 놓는 이야기를 들으며 내 고통에 깊이 공감해 주는 사람을 곁에 두면 좋겠다. 사람을 결정적으로 무너뜨리는 건 원래의 상처 그 자체보다 그 상처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통해 받는 2차 트라우마라고 한다. 1차 트라우마가 총을 맞은 것이라면 2차 트라우마는 확인 사살을 당하는 것이다. 만나기만 하면, 입만 열면 내 마음속에 탁 건드려지는 말을 서슴지 않는 사람보다 나를 절대적으로 믿고 지지해 주는 사람을 곁에 두자.
상실로 인해 마음이 힘든 사람들을 위해 기도한다. 무엇보다 ‘내가 나에게 친절한지’를 자문하며, 자유와 평안을 얻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