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05-징계의 범위? 교육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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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05-징계의 범위? 교육의 방법?
  • 손호영
  • 승인 2023.02.0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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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어떤 문제에 답을 내리는 방식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것(하향식, Top-down) 또는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상향식, Bottom-up). 그 문제가 크면 클수록 상향식 방식이 상대적으로 유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정의는 무엇이라고 쉽게 답하지 못하지만, 어떤 사건을 보고 정의롭다 그렇지 않다고는 상대적으로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교육에 대한 문제도 비슷합니다. 교육의 목적은 무엇이고, 방법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사회는 왜 학교를 세우고, 선생님으로 하여금 학생을 가르치도록 할까요? 아이는 왜 학교에 들어가 학생이 되어 선생님에게 가르침을 배우도록 하는 것일까요? 너무 크고 깊은 주제입니다. 그래서 그러한 고민조차 무슨 의미가 있을지 주저됩니다. 이럴 때, 우리는 그 문제를 잘 대변할 수 있는 사례를 접하고 고민해보면, 그 답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2019년 10월의 중학교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해당 중학교에는 ‘교사의 허락 없이 수업시간에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며, 징계의 종류로 학교 내 봉사, 사회봉사 등을 정한 학칙이 있었습니다. 당시 중학교 3학년 학생이 7교시 수업 중 화장실을 간다며 교사의 허가을 받은 후 교실 밖으로 나왔는데, 이후 복도 벽에 기대 휴대전화를 사용하며 카카오톡을 사용했습니다.

마침 생활지도담당교사가 지나가다가 이를 봤습니다. 휴대전화를 제출하라고 말했지만, 학생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도 하지 않은 채 휴대전화를 계속 사용했습니다. 생활지도담당교사는 다시 경고했습니다. “생활지도교사로서 지도를 하는 것이고, 지도를 듣지 아니하면 지시불이행이 된다.” 두 차례 더 휴대전화 제출을 요청했지만, 학생은 따르지 않았습니다.

생활지도담당교사는 학생부장교사를 데려옵니다. 학생부장교사가 학생에게 사실 확인을 하는 중에도 학생은 휴대전화 사용을 멈추지 않았고,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휴대전화를 가지고 학생은 교실로 들어갔습니다.

곧 학교 선도위원회가 개최되었습니다. 회의를 거쳐 징계수위가 결정되었습니다. ‘교내봉사 2일(2시간)’. 이에 따라 학교장은 학생에게 ‘교내봉사 2시간(교내환경정화활동 1시간, 사과편지작성 1시간)’의 징계처분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설명드린 사안의 내용에서 혹시 어떤 법적 쟁점을 발견하셨는지요? 학칙을 위반해 징계의 종류로 봉사를 한 것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채셨는지요? 알아채셨다면, 확실히 리갈 마인드가 탁월하신 분일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문제는 학칙위반-징계수위가 아니라, 사과편지작성이 적법한지였습니다. 학교 내 봉사의 내용에 명시되지 않은 ‘사과편지작성’이 과연 봉사라고 할 수 있는가. 대법원은 이 점을 파고들어, 위 징계가 적법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2022두391858).

“...법령과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징계할 수 있다고 한...규정과 징계가 갖는 불이익처분으로서의 성격에 비추어...명시적 근거 없이 처분의 범위를 넓혀 해석할 수는 없고, 그 징계처분에 이르게 된 다양한 상황 및 이를 쉽게 받아들이거나 이해하지 못할 수 있는 학생의 특성 기타 특수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학생의 본심에 반하여 사죄의 의사표시를 강제하는 ‘사과편지작성’이 언제나 그 작성자의 심성에 유익할 것이라거나 교육의 목적에 부합할 것이라고 추단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판단은 2심의 판단을 뒤집은 것이었습니다. 2심은 “‘학교 내의 봉사’에 ‘심성교육’이 포함된 이상 ‘사과편지작성’도 징계내용에 포함된다.”는 취지로 판시했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이 이렇게 판단한 것은 다음과 같은 전제가 기저에 있습니다.

“학교교육은 학생의 창의력 계발 및 인성 함양을 포함한 전인적 교육을 중시하여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서 학생의 기본적 인권이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하며, 교원은 학생 개개인의 적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고, 이러한 학교교육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령과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징계할 수 있되, 그 징계는 학생의 인격이 존중되는 교육적인 방법으로 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의무교육대상자인 초등학교·중학교 학생의 신분적 특성과 학교교육의 목적에 비추어 교육의 담당자인 교원의 학교교육에 관한 폭넓은 재량권을 존중하더라도, 법령상 명문의 규정이 없는 징계처분의 효력을 긍정함에 있어서는 그 처분 내용의 자발적 수용성, 교육적·인격적 측면의 유익성, 헌법적 가치와의 정합성 등을 종합하여 엄격히 해석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는 법률가로서 또는 이미 어른이 된 사람으로서 또는 학생의 입장에서 이 사건을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접한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교육의 목적은 무엇이고, 방법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종합법률정보에 이 사건은 〈‘학교 내 봉사’ 징계의 범위와 한계에 대한 사건〉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본질은 ‘교육의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sohnhoyo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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