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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률저널
  • 승인 2006.09.2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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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헌재소장 파동과 한나라당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절차를 둘러싼 정치권의 행태, 특히 한나라당의 태도를 보면서 나는 황당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법학을 전공하는 학자적 양심에 비추어볼 때 한나라당의 이번 법적 주장은 전혀 타당성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그렇다.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아전인수격 헌법해석에 불과하다고 본다. 국회의원이라고 하면 입법부의 구성원으로서 누구보다도 법해석에 정통하여야 하고, 입법자의 의도대로 해석할 수 있는 법적 식견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한나라당의 이번 사태를 둘러싼 헌법해석에는 억지와 무리가 넘쳐나고, 불한당 같은 떼거지들의 궤변이라는 느낌뿐이다. 아마도 대학교 수능시험 언어영역에서 객관식 시험문제 중 옳은 것을 고르는 문제로 나온다면 빵점을 맞을 만한, 결코 옳은 지문을 골라내지 못할 정도의 국어 문맹이 틀림없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이 자기 당의 이익만을 위해 헌법을 왜곡하여 해석하고 헌법재판소장 공백이라는 초유의 국가 헌정질서 파괴상태를 조장하여도 된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철저하게 적법절차를 문밖에 내걸고서도 안으로는 위법행위를 자행하는 양두구육의 대표적 사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적법절차는 법치주의의 대명제이다. 따라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사람은 법을 지켜야 하고, 그 법은 모든 이들에게 공통적인 해석으로 접근되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과 관련된 헌법과 관련 법규 등을 살펴보고, 과연 그에 대한 임명절차가 적법한지, 아닌지를 먼저 밝힘으로써 한나라당의 작금의 행위가 정당한지 여부를 살펴보고자 한다.


헌법 제111조 제4항은 “헌법재판소의 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조 제2항은 “헌법재판소는 법관의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하며,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동조 제3항은 “9인의 재판관 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의 올바른 해석은 헌법재판소는 9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되며, 그 중 3인은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고, 3인은 국회가 선출하고,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재판관으로 구성된다는 의미이고, 그 중 한 명의 재판관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장으로 임명한다는 취지이다. 즉 헌법재판소장은 9인의 헌법재판관 중의 한 명이라는 것으로 대법원처럼 대법관 이외에 따로 대법원장이 있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 헌법 제104조를 살펴보면 대법원은 대법원장과 대법관으로 구성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헌법재판소는 이와 달리 헌법재판소장을 헌법재판관으로부터 따로 숫자를 계산하지 않고 아홉 명의 헌법재판관 중에서 한 명을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어 대법원장에 대한 임명과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 또한 헌법 제105조 제1항은 대법원장의 임기를 6년으로 하고 연임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헌법재판소장의 임기에 대하여 우리 헌법은 침묵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법에도 헌법재판소장의 임기에 관한 규정이나 대법원장과 같은 연임 제한 규정이 없다(이는 입법적 불비라고 본다). 그런데 법원조직법 제45조 제4항이 대법원장의 정년을 70세로, 대법관의 정년을 65세로 정하고 있는 것처럼, 헌법재판소법 제7조 제2항은 헌법재판관의 정년을 65세로, 헌법재판소장의 정년을 70세로 하여 대법원장 및 대법관의 경우와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다. 한편 헌법재판소법 제15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장의 대우와 보수는 대법원장의 예에 의하며, 재판관은 정무직으로 하고 그 대우와 보수는 대법관의 예에 의한다.”라고 하여 헌법재판소장을 대법원장의 지위에 걸맞는 대우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장에 대한 규정 중 입법적 불비로 보아야 할 사항인 헌법재판소장의 임기 문제 및 연임 여부는 대법원장에 준하여, 임명일로부터 6년으로 보아야 하고, 연임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와 같은 법이론을 의식하였든 의식하지 않았든, 제1기에서부터 제3기까지의 헌법재판소장에 대한 임기를 6년으로 하여 운영하여 왔던 것이 현실이다. 이는 하나의 관행이 되어 정착되었다고 본다(하지만 입법적 불비를 보완하는 법개정이 이루어져야 하리라 본다). 


한편 헌법재판소법 제6조는 헌법재판관에 대하여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쳐 임명(대통령 몫), 선출(국회 몫), 지명(대법원장 몫)하되 이 경우 재판관을 임명하기 전에 각각 인사청문을 요청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국회법 제46조의3 제1항은 헌법재판소장에 대한 임명동의안에 대한 심의를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실시하도록 하고 있고, 제65조의2 제2항은 헌법재판관은 소관상임위원회에서 인사청문회를 열도록 하고 있고, 동법 제37조 제2항은 “헌법재판소의 사무에 관한 사항”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관장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헌법재판관 임명에 관한 인사청문회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헌법재판소장 임명에 관한 인사청문회는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실시하도록 이원화되어 있다.


그런데 법률을 적용함에 있어 “법조경합이론”이 있다. 법조경합이라 함은 하나의 사안에 대하여 두 개의 법조문이 서로 충돌할 때 법조문 적용에 우열이 있다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상위법우선의 원칙ㆍ특별법 우선의 원칙ㆍ신법 우선의 원칙, 특별조항의 일반조항 우선의 원칙이 그러하다.


지금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당은 민주당 조순형 의원의 “재판관 중에서 재판소장을 임명해야 한다”는 해석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재판관을 사퇴한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두고 적법절차에 어긋났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견해는 적법절차와 법조경합이론에 비추어볼 때 옳지 않은 비법률적인 억지 논리에 불과하다. 위 주장대로 하자면, 헌법재판소장은 반드시 현직 헌법재판관 중에서 임명하여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전혀 옳지 않기 때문이다. 김용준 제2기 헌법재판소장과 며칠 전에 퇴임한 윤영철 제3기 헌법재판소장 역시 헌법재판관이 아닌 판사 및 대법관인 상태에서 곧 바로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되었고, 각각 6년 동안의 임기를 성실하게 수행하였다. 헌법재판소장을 현직에 있는 헌법재판관 중에서 임명할 수도 있지만, 헌법재판관 아닌 자 중에서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 해석에 맞다. 왜냐하면 헌법재판소장의 임명은 동시에 헌법재판관의 임명을 포함하고 있는 상위에 속하는 인사권의 행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정식 임명이 된 것도 아닌 인사청문회 상태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장의 임기가 시작되지 않았고, 헌법재판소장으로서의 임기를 개시하는 그 시점에 헌법재판관의 자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면 되는 것이고, 임명동의안을 제출한 단계에서조차 헌법재판관이어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만일 반드시 헌법재판소장의 임명 동의 시점에서 반드시 그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이어야 한다고 우기는 것은  초등학교 1학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어해석능력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재판소장의 자격을 15년 이상의 변호사(판사ㆍ검사) 경력이 있는 자이면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위 자격을 갖춘 자라면 임명 동의 요청단계에서 헌법재판관이 아니더라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자격을 가진 자가 현재의 헌법재판관직에 있는 자이건, 법원에서 판사로 재직하고 있거나 검찰에서 검사로 재직하고 있거나, 아니면 변호사로 재야법조계에 있거나,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거나 상관이 없이 임명권자는 임명할 수 있다. 다만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하면 동시에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자격도 함께 임명하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포섭의 원리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위와 같은 당연한 규정에 의한 인사권의 정당한 행사를 다수의 힘으로 무시한 채 적법절차를 어겼다는 식으로 여론을 호도하면서 “재판관 중에서”라는 한 문장을 무슨 전가의 보도인양 휘두르며 오히려 헌법 침해의 잘못을 저지르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재판소장의 임명은 당연히 헌법재판관의 임명을 포함하는 상위적 인사권의 행사라고 해석하는 것이 옳기 때문에 대통령의 이번 인사권 행사는 정당하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한나라당은 우리 국회법이 위와 같이 헌법재판관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하여야 하고, 헌법재판소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별도로 구성된 인사청문특별회에서 하여야 하는데,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자질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았다는 절차상의 하자를 들고 나오지만, 이 역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법조경합이론”에 비추어볼 때 황당한 주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재판관과 헌법재판소장을 동일인으로 하여 동시에 임명할 때는 국회법 제46조의3 제1항에 의한 헌법재판소장에 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청문만 실시하면 충분하다. 왜냐하면 헌법재판관에 관한 인사청문회 규정인 국회법 제65조의2 제2항 및 제37조 제2항의 규정(법제사법위원회에서의 헌법재판관에 대한 인사청문)은 국회법 제46조의3 제1항(헌법재판장소장에 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인사청문)에 비해 하위 법조로 보는 것이 옳기 때문에 법조경합이론에 의해 그 적용을 배제하는 것이 타당하다. 왜냐하면 법조경합이론은 각기 다른 법률 사이의 적용의 우열을 결정하기도 하지만, 같은 법률 내에서의 서로 상충되는 법조문 사이에도 적용 순위의 우열을 인정하고 우월적 지위의 법조문을 우선하여 적용하면 된다는 이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헌법재판관과 헌법재판소장을 동시에 임명하는 경우에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다시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하여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인사청문을 이중으로 하는 것은 법조경합의 이론을 알지 못한 자들에 의한 불필요한 절차의 낭비이고, 국력의 소모일 뿐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전효숙 헌법재판관을 사임토록 하고 다시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하여 6년의 임기를 보장하도록 하려고 한 것은 잘못되었다고 본다. 대법원장도 대법관 중에서 임명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대법관 중에서 임명된 대법원장의 임기는 대법관으로 몇 년을 있었던 상관없이 대법원장으로 임명된 날로부터 새롭게 기산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장 역시 대법원장과 동일하게 그 지위를 보장받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에 헌법재판관 중에서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하더라도 역시 임기는 새롭게 시작되어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따라서 헌법재판관으로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하더라도 임기 6년은 새롭게 보장될 수 있는데도 구태여 헌법재판관을 사임하도록 하는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는 앞서 입법적 불비라고 지적한 것처럼 해석에만 맡겨놓기 보다는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하여 입법적으로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본다. 그런데 한나라당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현직 헌법재판관 중에서 임명하면 남은 잔여임기만을 헌법재판소장의 임기로 보아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 역시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 등의 관계를 놓고 볼 때 올바른 헌법해석으로 볼 수 없다. 즉 헌법재판소장이 헌법재판관 중에서 임명되든, 아닌 자 중에서 임명되든 임명일로부터 새롭게 6년의 임기가 개시된다고 보는 것이 합목적적 논리해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절차적 문제로 이의를 제기당하지 않도록 헌법재판소장의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면서 동시에 헌법재판관으로의 임명도 한다는 취지를 밝히지 않은 것은 아쉬운 일이라 하겠다. 물론 논자의 견해로는 그와 같은 재판관 임명절차가 없더라도 헌법재판소장의 임명으로 헌법재판관의 임명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보지만 이론의 여지를 없게 하기 위한 깔끔한 업무처리의 미숙은 어느 정도 문책되어야 하리라 본다.


결론적으로 15년 이상의 변호사 경력이 있는 전효숙씨에 대한 헌법재판소장 임명절차는 인사권자의 올바른 권한행사라고 보아야 하고,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관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생략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헌법재판소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역시 올바른 적법절차라고 보지 않을 수 없으며, 새로운 헌법재판소장의 임기 역시 현직 헌법재판관이든 아니면 새롭게 임명되든 임명일로부터 6년의 임기가 새롭게 진행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하겠다.


올바른 법학해석의 시각에서 볼 때 위와 같은 해석이 올바른 헌법해석이라고 보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반대는 오히려 헌법질서를 유린하는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위법절차를 주장하는 다수가 올바른 적법절차를 위법절차라고 몰아붙이는 해괴한 일이 벌어지는 것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지금이라도 적법절차를 위법절차라고 몰아붙일 것이 아니라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지명자에 대한 자질ㆍ도덕성ㆍ지도력ㆍ정치적 중립성 등 실질적인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를 거쳐 실질적인 절차를 밟아나가야 하리라 본다.


따라서 법조경합이론에 근거한 상위 법조가  하위 규정을 포섭함을 인정하는 합목적적 논리해석이야말로 진정한  적법절차의 준수라고 할 것이다. 갑자기 사십여년전 열심히 암기했던 국민교육헌장의 한 대목 - 능률과 실질을 숭상하고 경애와 신의에 뿌리박은 상부상조의 정신을 이어받아... -이 불현듯 떠오른다. 시끄럽게 떠들지만... 한 치의 키를 늘리겠는가? 굶주린 백성의 주린 배를 한 숟갈이라도 채워줄 수 있겠는가? 한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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