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금융거래정보 묻는다고 처벌? 헌법재판소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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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금융거래정보 묻는다고 처벌? 헌법재판소 “위헌”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2.02.25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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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지 거래정보 불가 및 위반 시 5년 이하 등 형사처벌
금융실명법 제4조 및 제6조 “일반적 행동자유권 제한한 것”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금융기관 직원에게 타인의 계좌번호 등 금융거래 관련 정보를 물어보지 못하게 한 현행 금융실명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4일 금융실명법 4조 제1항 등이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내용의 위헌제청 심판에서 재판관 8대1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금융실명법 4조 제1항은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

2018년 A씨는 은행 직원에게 타인인 B씨의 계좌번호를 요구했지만 금융실명법 위반으로 2019년 기소됐다.

금융실명법 4조 제1항은 명의인(위탁자·수익자 포함)의 서면 요구나 동의가 없는 상황에서 금융회사 종사자가 거래 정보나 자료를 제공·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또 어느 누구라도 타인의 거래 정보를 금융 종사자에게 요구할 수도 없게 했다.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다만 법원의 제출 명령이나 영장이 있는 경우, 세무당국이 상속·증여·탈세 등을 확인하려는 경우, 국회 국정조사위원회가 제출을 의결한 경우, 금융당국 조사에 필요한 경우 등은 예외적으로 금융기관이 특정인의 거래 정보를 제공하게 했다.

A씨 재판을 받던 중 “해당조항은 요구의 경위나 방법 등 거래정보 등의 요구가 타인의 사생활 영역에 대해 발생시키는 위험의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이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일반적 행동자유권, 행복추구권, 알권리를 침해해 위헌”이라며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역시 “어떤 이유에서건 금융기관에서 직원에게 타인의 계좌번호와 같은 금융 거래 정보를 알려달라고 말했다고 해서 그 자체로 범죄화하는 것은 타인의 사생활 비밀의 유지권이 침해되는 정도와의 균형을 상실한 것”이라며 금융실명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고 헌재에 심판을 요청했다.

이에 헌법재소는 “해당조항은 금융거래정보 유출을 막음으로써 금융거래의 비밀을 보장하기 위하여 명의인의 동의 없이 금융기관에게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고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가하는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면서도 “정보제공요구의 사유나 경위, 행위 태양, 요구한 거래정보의 내용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아니하고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그 위반 시 형사처벌을 하도록 하는 것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또한 “금융거래의 비밀보장이 중요한 공익이라는 점은 인정할 수 있으나, 일률적으로 일반 국민들이 거래정보의 제공을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고 그 위반 시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그 공익에 비하여 지나치게 일반 국민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지 못했다”면서 과잉금지원칙에 반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다만 A씨가 주장한 행복추구권, 알권리는 해당조항에 의해 제한되는 기본권이 아니라며 판단을 하지 않았다.

한편, 이선애 헌법재판관은 위 조항이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은 “해당조항은 금융실명제의 실시와 관련한 금융거래의 비밀보장이라는 공익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고, 이러한 공익은 타인의 금융거래에 관한 정보제공을 자유롭게 요구할 수 있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으로 인한 사익보다 크다”며 “청구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지 아니하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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