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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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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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9.0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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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역사 드라마와 역사 바로 알기

 

구월은 역사드라마가 안방극장을 점령할지도 모른다. 엠비시에서 월ㆍ화 드라마로 고구려의 개국에 관한 주몽이 절찬리에 방영되고 있고, 에스비에스에서 연개소문이 방영되고 있으며, 다음주말부터 케이비에스에서 발해의 건국과 관련된 대조영이 방영될 예정이다. 세 드라마의 공통점은 고구려ㆍ발해처럼 한반도의 북쪽과 이제는 중국 영토가 되어버린 한반도의 북쪽이자 중국 동북부 연해주 등 광대한 대륙을 무대로 한 고구려인 및 고구려 유민들이 역사를 주도해나가는 장대한 대역사 서사극이라는 점이다.


최근에 중국은 중국사회과학원 중국변강사지연구센터의 동북공정 2차 연구를 통해 발해를 고구려의 유민인 대조영이 세운 것이 아니라 말갈족이 세운 국가라는 역사 왜곡 논문을 발표하고, 삼국의 전단계에 있던 고조선마저 중국 역사의 일부인 양 호도하는 연구서를 다섯 권이나 발간하였다. 


나ㆍ당 연합군에 고구려가 멸망한 뒤, 당나라는 고구려 유민 2만 8천여 호를 중국 땅으로 강제이주시켰는데, 이 때 대조영도 그 유민의 한 사람으로 요서지방의 영주로 옮겨졌고, 거기에서 고구려 유민의 힘을 모아 말갈족을 지배하며 발해를 건국하였다. 그리하여 대조영은 건국 태조인 고왕이 되었다. 고교시절, 국사선생님은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지 않고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하였다면 대동강 이하의 좁은 땅덩어리가 아니라, 광개토대왕이 개척했던 요동성을 비롯한 중국대륙의 광활한 지배가 가능하게 되어 지금처럼 좁은 한반도에 갇혀 있는 반도국가가 되지 않았을 것일 뿐만 아니라 국력이 크게 신장된 부강한 나라가 되었을 것이라며 한탄하시던 모습이 새삼 떠오른다. 그러면서도 대조영이 건국한 발해가 통일신라가 하지 못한 중국 동북부 요동성 일대를 200년 이상 지배하며 우리 민족의 위대함을 과시하였고, 발해의 전성시대는 해동성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국력이 막강하였을 뿐만 아니라 문화전성시대였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하시며, 그러한 기록은 구당서의 발해말갈전과 신당서의 발해전을 통해 생생한 기록으로 전해지고 있다며 그 역사적 근거를 설명하시던 기억이 새롭다. 그 후 사법고시를 공부하면서 세계문화사와 국사가 고시 과목이었던 까닭에 더욱 깊이 있는 역사를 공부하게 되면서 역사의 순환법칙에 대하여 나름대로 깨닫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었다. 그 후로도 로마사를 비롯한 세계 역사서들을 가능한 한 많이 읽기 위해 노력하였고, 그러는 중에 역사에서 흥하는 나라와 망하는 나라의 공통점은 무엇이고, 인간의 어리석음은 어떻게 반복되는지 등에 대한 개인적 기준을 세을 수가 있었다. 역사는 우리에게 국가의 흥망성쇠를 가르칠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인생을 가르치기도 하고, 한 인간이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쫓다가 역사의 죄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역사는 인간의 뿌리이고, 국가의 근원이다. 그런데 중국은 이번에 “기자와 기자조선 연구”에서 기자조선이 주나라와 진나라에 복속되어 있었고, 위만의 정변으로 멸망했다고 결론지음으로써 기자조선이 위만조선과 한사군, 고구려, 발해로 이어지는 역사의 분기점임을 강조하고 있고, “발해국사”에서는 발해의 건국 주도세력이 고구려인이 아니라 말갈족이며 대조영 정권이 발해 초기 말갈을 정식국호로 채택했다라고 주장하면서 “삼국사기 본기에 의하면 발해가 신라와 고구려에 의해 동족 국가로 인정받지 못했다.”라고 주장하며 “발해 정권은 의심할 여지없이 당시 중국의 국가 중 하나로 그 역사는 중국사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한다.


강대국은 처음에는 땅을 훔치고, 다음에는 사람을 훔치고, 마지막으로는 역사를 훔친다. 역사를 잃지 않은 민족은 땅을 도둑당해도, 사람을 도둑당해도 결코 정신을 도둑맞지는 않기 때문에 언젠가는 빼앗긴 땅과 사람을 되찾아올 수 있다. 그렇지만 역사를 도둑맞아 버리게 되면 땅과 사람을 되찾아올 수 없으며, 그 나라는 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만다. 즉 역사는 정체성의 시작이자 끝이니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이처럼 우리 한반도의 역사를 감히 도적질하려고 하는 이면에는 21세기 들어 강대국이 되어간다는 자신감과, 이러한 역사의 확장을 통해 북한을 비롯한 한반도에 대한 힘의 행사에 대한 정당성의 근거를 갖고자 다름 아니다.


비록 드라마 속의 이야기일망정, 드라마 주몽을 통해 고구려의 개국과정을 어느 정도 학습받을 수 있고, 말 잘 타고 활 잘 쏘며(주몽이라는 단어 자체가 활을 잘 쏘는 사람이라는 뜻 아닌가) 무예와 문화에 뛰어난 민족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연개소문을 통해 고구려말에 당나라와 대등하니 싸우면서도 결코 위축되지 아니한 기상과 의기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조영을 통해서 나ㆍ당 연합군에 패하여 중국의 동북부로 끌려갔지만 결국은 그쪽의 말갈족을 평정하고 발해왕국을 건립하여 해동성국-동쪽의 빛나는 문화국가라고 신당서에 중국인들이 스스로 기록할 정도의 문화국가를 세울 수 있었던 선조들의 불굴의 정신을 배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으나 국사과목이 대입 수능고사에서 슬며시 도태되어 버렸고, 국가고시인 사법고시 등에서조차 사라진지 오래인 지금, 요즘의 젊은 친구들은 역사에 대한 관심이 아주 멀어져 버렸다고 할 지경에 이르렀다. 역사를 모르니 뿌리를 모르게 되고, 뿌리에 대한 정체성이 없으니 가벼운 바람에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중국사회과학원 중국변강사지연구센터의 “발해국사”와 “고구려 민족과 국가의 형성 및 변천”, “고대중조종번고나계와 중조변계 연구” 등의 발간을 계기로, 주몽과 연개소문과 대조영의 방영을 계기로, 우리 젊은이들에 의한 우리 역사 바로 알기 운동이 전개되기를 바란다. 정부와 학술단체 등도 앞장서서 우리 역사 바로 알리기 운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역사 속에서 의롭고 강하게 사는 민족만이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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