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노력과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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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노력과 보상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1.10.28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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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최근에 웹서핑을 하다 2019년 도쿄대 입학식의 축사 일부를 발견했다. 이후 관심이 생겨서 전문을 찾아봤는데 서두는 도쿄대 의대 입시에서 제기된 여학생과 재수생에 대한 차별 문제를 지적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부분은 로스쿨을 둘러싼 학벌, 나이 등에 의한 차별 논란을 떠올리게 했다. 물론 각 로스쿨은 차별은 없으며 블라인드 면접 등 여러 제도를 통해 공정한 선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입시 관련 자료를 일부 공개하기도 하지만 다수의 로스쿨에서 SKY, 서울 소재, 로스쿨 인가 대학 출신의 비중이 높고 나이 역시 20대에 집중돼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물론 로스쿨에 입학한 학생들 대부분은 로스쿨에 진학하기 위해 학부에서의 학점 관리나 어학 성적, 봉사 활동 등 다양한 부분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합격이라는 결과는 그러한 노력에 의해 얻어진 정당한 보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정성적 요소가 많이 반영되는 로스쿨 입시 뿐 아니라 정량적인 필기시험을 중심으로 합격자를 결정하는 각종 고시나 공무원시험,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도 “합격은 노력에 의한 보상”, “노력을 하면 반드시 보상을 받는다”는 믿음을 갖고 공부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 유명한 도쿄대 입학식 축하사의 주인공 우에노 치즈코 교수도 그렇게 말했다. 로스쿨 입시가 한창이고 여러 고시와 자격시험 등의 합격자 발표가 이어지고 있는 시기를 맞아 노력과 보상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우에노 교수의 축하사 일부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여러분들은 노력하면 반드시 보상을 받는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을 겁니다. 그러나 서두에서 불공정 입시 이야기를 했던 것처럼 노력해도 공정한 보상을 주지 않는 사회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력하면 보상을 받는다고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그 자체가 여러분의 노력의 성과가 아니라 환경 덕택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 주세요. 여러분들이 오늘 ‘노력하면 보상을 받아’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건 지금까지 여러분들 주위의 환경이 여러분들을 격려해주고, 등을 밀어주며, 앞에서 끌어주고, 성취해낸 것을 평가하고 칭찬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는 노력해도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사람, 노력조차 할 수 없는 사람, 너무 노력해서 몸과 마음을 망가뜨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노력하기 이전부터 ‘어차피 너 따위가’, ‘내가 해 봤자 뭘’이라며 노력할 의욕마저 꺾여버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어 우에노 교수는 “여러분의 노력을 부디 자기 스스로만 이겨 내기 위해 쓰지 말아 주세요. 축복받은 환경과 축복받은 능력을, 축복받지 못한 사람들을 깎아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런 사람들을 돕기 위해 써 주십시오. 그리고 강한 척하지 말고,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서로 기대며 살아가 주세요”라고 당부했다.

우에노 교수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가치는 매년 여러 고시와 자격시험 등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합격자들과 진행하는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합격자들은 합격이라는 결과 자체, 그리고 합격이라는 결과를 내기까지 곁에서 응원하고 힘을 보태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는다. 또 처음 공부를 시작했을 때의 마음가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며 국가와 사회, 이웃들에게 봉사하고 도움이 되겠다는 의지도 합격자들이 보여주는 공통점 중 하나다.

이제 연말까지 여러 시험에서 합격자 발표가 이어질 것이다. 그들이 부디 수험에 뛰어들 때 품었던 초심과 의지, 겸손하고 감사하는 마음, 서로를 돕고 의지하는 자세를 현직에, 사회에 나가서도 흔들림 없이 유지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안타깝게 올해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한 수험생들도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에 감사하며 지금의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언젠가 맞이할 합격의 날까지 지치지 말고 달려갈 수 있기를 진심을 담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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