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수험이라는 이름의 오징어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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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수험이라는 이름의 오징어게임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1.10.08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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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오징어게임이라는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넷플릭스 전세계 1위를 차지하더니 역대 최고 히트작의 자리까지 거머쥘 기세다. 일부 주역 배우를 제외하면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출연진들도 단번에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게 됐다.

해외의 다양한 매체들이 연일 오징어게임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으며 드라마에 나왔던 게임과 의상, 먹거리까지 널리 유행하고 있고 각종 패러디에 구석구석에 숨겨진 복선이나 의미를 분석하는 글과 영상들도 줄을 잇고 있다.

기자는 오징어게임이 이 정도로 큰 화제를 모으기 전, 추석 명절에 온 가족이 함께 둘러 앉아 앞으로의 전개를 예상하거나 제시된 상황에 대해 토론도 하면서 봤다. 오징어게임의 내용을 생각하면 조금 이상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오징어게임 덕에 평소보다 더 즐겁고 화기애애한 명절을 보낼 수 있었다.

사실 처음에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사람들에게 돈을 미끼로 죽음의 게임을 하게 만들고 아비규환을 보면서 즐기는 부자들이라는 기본 구조가 데스게임의 진부한 클리셰로 느껴져서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혹평이 많았던 것도 아마 비슷한 이유에서가 아닐까 싶다.

특히 공개 초반에 오징어게임이라는 특이한 제목의 드라마를 선택한 시청자들은 데스게임이라는 장르에 대한 기대가 많았고 기존에 나온 작품들과 달리 게임 자체의 개성과 예상을 벗어나는 기발한 해결책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오징어게임에 실망을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아쉬움을 접어 두고 계속 보다 보니 기존의 데스게임과는 다른 오징어게임의 장점이 눈에 들어왔고 어느새 몰입이 되면서 결국 하루만에 9편을 모두 몰아보게 됐다.

오징어게임을 극찬하는 사람들 중에는 아카데미 수상작인 영화 기생충과 비견하며 극단적인 빈부의 격차, 생존을 다투는 극한의 경쟁으로 내몰린 사람들이 서로를 짓밟고 끌어내리는 사투,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재하는 인간성을 아우르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데스게임이라는 장르를 통해 잘 표현하고 있다고 평한다.

이 같은 의견에 대체로 동의를 함과 동시에 수험전문지의 기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수험이야말로 가장 대표적인 오징어게임 사례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여러 단계의 다양한 시험을 모두 통과한 극소수의 한정된 인원만이 최종 종착지에 이르러 합격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같다.

때문에 다른 수험생들은 함께 같은 길을 가는 동료이기도 하지만 내가 살아남기 위해 이겨야 하는 경쟁자이기도 하다. 다만 수험은 오징어게임과 달리 단 한 명의 승자를 내는 것은 아니고 일단 목표를 이루고 나면 같은 일을 하는 동료들이 될 관계이기에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서로 독려하고 돕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징어게임에서의 유리 기술자와 같이 모두를 도울 수 있는 능력이나 정보를 갖고 있으면서도 나누지 않고 독점하려 하거나 극히 일부는 덕수 패거리나 상우처럼 다른 수험생을 방해하는 등의 해를 끼치는 경우도 있다.

드라마 속의 오징어게임처럼 직접적인 폭력과 죽음은 아니지만 수험이라는 이름의 오징어게임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투는 절대 만만한 것이 아니다. 낙오는 곧 죽음인 오징어게임의 세계와는 다르지만 수험생들에게도 탈락은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사라져 버리는 큰 충격이다. 그리하여 456억 원이라는 엄청난 상금에 목숨을 거는 오징어게임 참가자들 못지않게 합격에 대한 수험생들의 열망은 뜨겁다.

지금 이 순간에도 책상 앞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을 법률저널의 독자들이 수험이라는 이름의 잔혹한 오징어게임에서도 모쪼록 정도(正道)를 걷기를, 그리고 마침내는 합격이라는 목표에 이를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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