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1000마일을 걸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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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1000마일을 걸어서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0.04.10 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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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But I would walk five hundred miles and I would walk five hundred more. Just to be the man who walked a thousand miles to fall down at your door. (난 500마일을 걷고 500마일을 더 걸을 거야. 1000마일을 걸어서 너의 문 앞에서 쓰러지는 사람이 될 거야.)

The Proclaimers의 ‘I’m Gonna Be(500 Miles)’라는 노래의 후렴구다. 이 노래는 1988년 발표돼 무려 30년도 넘게 사랑을 받고 있는 스코틀랜드의 국민송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여러 드라마나 영화 등에도 수차례 삽입돼 세계적으로 팬층을 갖고 있는 노래이기도 하다. 기자가 이 노래를 처음 접했던 것도 언젠가 기자의 눈을 통해 소개한 바 있는 유명 미드 ‘How I met your mother’를 통해서였다.

당시 기자의 눈에서 언급했던 등장인물인 마셜과 관련된 일화에 처음 나왔던 이 노래는 그 후 여러 편의 에피소드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면서 극에 재미를 더해주곤 했다. 이 노래와 마셜 사이의 사연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마셜은 고등학교 때 형들로부터 물려받은 낡은 자동차 피에로를 아주 소중하게 여긴다. 그리고 이 노래는 마셜이 피에로의 새 주인이 돼 처음으로 구입한 테이프를 카세트데크에 넣었다가 테이프가 빠져나오지 않아 계속해서 들을 수밖에 없었던 노래다.

그 덕에 피에로에 탄 승객들은 몇 시간이고 ‘I’m Gonna Be(500 Miles)’만을 반복해서 들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데 불평을 하는 승객들에게 마셜은 항상 “조금만 기다려 봐. 금방 다시 좋아질 거야” 라고 대답을 한다. 잔뜩 찌푸린 표정을 짓던 승객은 장면이 바뀌면서 어느새 흥이 돋아 마셜과 함께 율동까지 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이런 장면들이 웃음 포인트가 되곤 했다.

가사를 확인해보기 전에는 이 노래가 등장하는 첫 에피소드의 느낌과 노래의 분위기를 바탕으로 어디까지라도 즐겁고 씩씩하게 걸어가겠다는 모험가 혹은 방랑자의 마음을 그린 노래려니 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아주 절절하고 애틋한 세레나데였다.

곡 속의 화자는 당신의 집을 향해 500마일씩 걷고 또 걸어서 1000마일을 걷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1000마일은 얼마나 먼 거리일까. 익숙지 않은 마일 단위를 킬로미터로 바꿔보았더니 무려 1609.344킬로미터라고 한다.

당신이 잠에서 깰 때도, 밖으로 나갈 때도, 술에 취할 때도, 수다를 떨 때도 언제나 곁에 있겠다고, 당신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동전 한 푼까지 모두 당신에게 주겠다고, 당신이 있는 집으로 돌아오고 당신과 함께 늙어갈 사람이 바로 나라고 화자는 말한다. 그리고 당신의 곁에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1609.344킬로미터라도 기꺼이 걸어가겠다고.

지금쯤 독자들은 왜 이렇게 길고 장황하게 사랑 노래 한 곡을 구구절절 소개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아 들지도 모르겠다. 이유는 단순하다. 지금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수험생 독자들을 위로하고 응원을 전하고 싶어서다.

수험은 길고 긴 방랑이다. 1000마일의 모험에 충분히 비견할 만 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안 그래도 힘겨운 여정에서 지도와 나침반마저 잃어버린 형국이 됐다. 대다수의 수험생들이 시험 일정을 기준으로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수험을 준비한다. 꼭 학원을 다니는 수험생들 뿐 아니라 혼자 공부하는 수험생들에게도 D-day는 체계적인 수험준비의 핵심이다. 그런데 그 기준점이 사라져버렸다.

유례없는 사태에 수험생들이 얼마나 큰 혼란을 겪고 있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힘겨운 여정을 이어가고 있을 수험생들에게 마셜의 말을 빌려 “조금만 기다려 봐. 금방 다시 좋아질 거야” 라고 응원을 전한다. 1000마일의 길에도 끝은 있기 마련이고 결국 그 곳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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