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JUSTICE] 특별기고- 최옥환 법무사가 말하는 ‘법과 삶’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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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JUSTICE] 특별기고- 최옥환 법무사가 말하는 ‘법과 삶’ 이야기
  • 최옥환
  • 승인 2018.10.1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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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옥환 법무사
법학박사

※ 이 글은 법조매거진 <LAW & JUSTICE> 11월호에 실리는 글입니다 ※

법원직 공무원으로 30년을 넘게 일하다가 2016년 6월, 정년퇴직을 1년 앞두고 명예퇴직을 하면서 지금의 법무사 사무실과 함께 ‘법과 삶 연구소’ 사무실을 열었다. 30여년이란 세월은 정말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 시간동안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퇴임을 하였다. 그 동안 힘든 일도 많았으나, 중간에 다른 직업으로 이직을 생각해 본적은 한 번도 없었다. 여러 길이 있었지만 한 번도 한 길을 걸어 온 것에 대하여 후회해 본적은 없다.

단지 아쉬운 것은 법원행정학을 학문으로 정착시키고 싶었는데 능력부족으로 그저 추억으로만 남기고 말았다는 점이다. 법원 업무를 경험해 본 사람 중 이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한 사람이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는 법원행정에 대한 인식이 사실상 아직까지 거의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요즘 사법부가 사법농단 사태로 시끄럽기에, 몰락한 친정의 현실을 바라보는 심정이 더욱 착잡하다. ‘법원행정에 대한 연구가 조금 더 진척되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가져본다.

필자가 18년째 봉사하고 있는 서울 소재의 무의탁자 요양시설에서는 사회로부터 버림을 받은 우리의 이웃이 살고 있다. 우리 사회는 가족 해체 현상이 현재 진행형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으로 있는 나의 경우 수많은 이혼현장을 직접 보게 된다. 더 이상 불행해지지 않으려고 “내일 죽더라도 오늘 이혼하고 싶다”고 그들은 말한다. 오랫동안 같이 살아 온 부부가 그동안 함께 했던 수많은 추억을 버리면서까지 이혼을 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혼 사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긴 시간 이혼 당사자들과 조정을 시도하면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결국 그 저변에는 경제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제는 가정에까지 물질만능주의가 침투하여 경제적인 능력이 없어지면 가족에게조차 관심을 받을 수 없는 각박한 세상이 되었다.

악성채무자 걸러내고
선의의 개인채무자 보호해야

법원에 근무하던 당시 회생위원을 하였던 인연으로, 법무사 사무실을 개업한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개인회생·파산사건을 처리하였다. 경제적 파탄에 빠진 많은 사람들을 경험하면서 “가난은 세습 된다”고 하는 말에 깊은 공감을 하게 되었다.

2018년 2월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최근 4년 사이 30세 미만 청년 가구주의 부채가 86% 증가하는 등 청년들의 빚 부담이 급진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학자금 대출 연체에 따른 청년 채무자는 고용 불안정과 자영업 붕괴 등의 영향으로, 증가하는 다중채무자와 함께 가계부채 취약계층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소득 대비 빚이 과도한 저소득계층을 대상으로 하여 원금 및 이자를 탕감해 주는 대표적인 정책이 법원이 진행하는 개인회생이다.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빚 부담이 큰 채무자에게는 매우 유용한 제도이다. 개인회생신청이 인가 결정되면 기존 채무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최장 3년 동안 상환한 후 잔여 채무를 면책 받을 수 있다.

그런데 2,30대를 포함한 일부 채무자가 개인회생제도를 재산증식을 위한 재테크 수단으로 악용하는 경우가 실제 발생하고 있다. 개인회생제도가 젊은 층을 상대로 급격히 확산되거나 신청 직전에 신규 대출이 증가하는 등 도덕적 해이의 사례들이 적발되면서, 법원은 개인회생 절차 서류심사와 브로커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개인회생을 전문으로 하는 브로커들은 “빚이 많아야 유리하다”고 하며 캐피탈사 등과 결탁하여 추가 대출을 알선한 대가로 대출알선 수수료까지 추가로 챙기는가 하면, 서류작성 대행 수수료만 받고 잠적하는 등 많은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브로커들은 “사채를 포함한 모든 채무를 탕감해주는 개인회생제도를 이용하라”고 네이버 등 검색포털사이트에 높은 광고비를 지불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영업활동을 하며 광고를 하고 있다.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의 금융회사들도 수익창출을 위해 일정한 한도의 대출을 담보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물론 사법당국에서는 지속적으로 브로커 단속을 하고 있지만 그 숫자는 좀처럼 감소하지 않고 있다. 개인회생 및 파산은 법무법인을 포함한 다수의 대리인 사무실에서 변호사와 법무사가 아닌 사무장 또는 사무원이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단속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사실 대부분의 채무자는 과도한 부채를 정상적인 방법으로 갚을 수 없는 선의의 개인채무자들이다. 그러므로 일부 제도를 악용하려는 소위 악성채무자 때문에 극심한 채무독촉으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선의의 채무자들까지 피해를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악성채무자를 효과적으로 걸러내어 사회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고, 개인회생 및 파산제도 본연의 취지대로 선의의 채무자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장수가 재앙’되지 않으려면
성년후견제도에 대한 관심 높여야

 

 

요즘 우리나라도 급속히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성년후견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성년후견제도는 우리 사회에서 후견적·복지적인 사법이념이 충실히 구현되고 있는 제도로 평가 받으면서 2013. 7. 1. 시행되었다. 성년후견제도는 종래의 금치산, 한정치산 제도와 비교하여 볼 때, 후견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입장 중심으로 잘 설계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피후견인이 존엄한 인격체로서 그 의사에 따라 주체적으로 후견제도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피후견인에게 남아 있는 정신적 능력을 최대한 존중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성년후견제도의 기본이념이다. 후견재판을 하는 법원에서도 이러한 이념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성년후견제도는, 사건본인의 친족이 부동산 매각, 보험금 수령, 예금 인출, 인감증명서 발급 등의 사무를 사건본인의 이름으로 하려다가 사건본인의 정신적 제약이 의심됨에도 불구하고 후견심판이 없다는 이유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경우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활용빈도를 보면, 부동산 관리 또는 처분(증여)이 가장 많고 다음 예금관리, 신상보호, 보험금 수령 등의 순서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병원비(생활비)’ 항목의 비율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후견사건의 실제 사안을 들여다보면 사건본인과 가족들이 안타까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다. 사건본인 자녀들 사이의 다툼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은 사건본인의 자녀와 배우자 사이의 다툼이다. 다툼의 내용은 주로 사건본인의 재산에 관한 것이고, 표면적으로는 신상에 관한 것(사건본인의 치료방법이나 거소 결정)이라 하더라도 그 내면에는 대부분 재산에 관한 다툼이 존재하고 있다. 가족들 간의 다툼은 누구보다 서로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 간의 다툼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 해결방법이 타인 간의 분쟁일 때보다 더욱 어려운 경우가 많다.

‘설마 내가 노후에 심각한 경제파탄에 직면하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무서운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고령화는 자녀의 교육비와 생활비 조달에 젊은 시절을 허비한 우리 사회를 깊은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뜨리고 있으며, 차라리 ‘장수는 재앙’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 개인 각자는 고통과 공포의 도가니에서 겁을 먹고 있는 상황이다. 2017년 11월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 더 나은 삶의 지수 2017’ 보고서에서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9점으로 31개국 가운데 꼴찌였다는 점을 유의 깊게 보아야 한다.

‘법무사’ 자격 활용하여
이 사회에 도움 끼치고 싶다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한 후 퇴직을 하면, 사람들은 대개 기가 죽게 마련이다. 늘 사용하던 물건 한 가지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즉, 평생을 자신의 이름 석 자보다 직급으로서 살아오던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라는 것을 나타내 주던 명함이 없어지는 순간부터 많은 힘을 잃는다.

우리는 대부분 자신의 이름이 아니라 직급으로 평생을 살아간다. 어느 누구든 지금껏 명함에 나와 있는 직함으로만 살았지 자연인으로서 살아본 경험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명함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세상을 가장 잘 사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누구와 만나도 다양한 화제를 꺼내어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고, 타인에게 업무상 신세질 일도 없고, 필요 이상으로 상대방에게 허리를 굽힐 일도 없고, 명함을 가지고 명함의 테두리 안에서, 명함으로만 관계를 맺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기 직장과 관련된 이야기만 하며 지내는 무채색 인생보다는, ‘명함 없는 자유인’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물론 직급대로 살면서도 명함으로 규정지어질 수 없는 본연의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나는 이제 법무사의 명함을 들고 있다. 이 법무사라는 자격을 활용하여 이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 이제까지 18년 넘게 지속해 온 무의탁자 요양시설 봉사활동과 같이, 돈을 추구하는 삶이 아니라 사람의 정을 바탕으로 이웃과 함께 나의 삶을 행복하게 살고 싶다. 세상의 벗이 되어 세상과 아름답게 소통하면서, 어떠한 시련과 역경 그리고 고통 속에서도 좌절하지 아니하고, 이제까지 늘 그렇게 살아 왔듯이 희망을 버리지 않는 삶을 법과 함께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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