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다음은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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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다음은 해피엔딩
  • 이인아 기자
  • 승인 2018.09.05 11: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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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인아 기자]바쁜 하루를 보내고 여유를 조금 되찾고 싶을 때 기자는 급한 대로 집에서 영화를 보면서 힐링하곤 한다. 지난 주말이 그러한 날 중 하나였다.

영화목록을 보니 극장에서 놓쳤던 영화, 다시보고 싶은 영화, 마이너 영화 등 많은 영화제목이 기자 눈길을 끌었다. 리모콘으로 한참을 영화제목을 왔다 갔다 한 기자는 결국 ‘최악의 하루’라는 영화를 선택했다.

여자주인공은 배우 지망생이다. 그의 현 남자친구는 아침 드라마에 출연 하고 있다. 여자주인공이 연기 수업을 마치고 남산에서 촬영 중인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중 출판 계약 차원 차 한국에 온 일본인 소설가를 만나게 된다. 소설가는 여자주인공에게 길을 묻고 여자주인공은 그가 찾는 장소까지 데려다준다.

그 후 여자주인공은 다시 발길을 돌려 바삐 남자친구를 만나러 남산으로 향하고 남산에 오르던 중 잠깐 벤치에 앉아 따사로운 햇살의 남산로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린다. 같은 시각 그 트위터 사진과 멘션을 본 전 남자친구가 여자주인공을 찾아 남산에 오른다.

물론 여자주인공은 전 남자친구가 자신의 트위터를 보고 남산에 올라오고 있다는 사실은 모른 채 현 남자친구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여자주인공은 연예인 병에 걸린 현 남자친구가 맘에 들지 않고, 급기야 그가 여자주인공 이름을 전 여자친구 이름으로 불러버리는 바람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게 된다.

화가 난 여자주인공은 남산을 내려오고 내려오던 중 트위터를 보고 남산으로 올라오던 전 남자친구를 만나게 된다. 전 남자친구는 유부남이었다. 부인과 관계를 정리하지 못한 사실을 알게 된 여자주인공은 생각할 시간을 가졌고 여자주인공을 잊지 못한 전 남자친구는 다시 찾아와 진심으로 사랑했다며 자신의 감정이 순수했음을 애써 피력하고자 다짜고짜 찾아 온 것이었다.

여자주인공은 자신을 찾아온 전 남자친구와 커피숍에서 대화를 하고, 부인과 재결합하기로 했다는 그의 말에 또 한 번 화를 낸다. 때마침 촬영을 마치고 화가 나 내려가 버린 여자주인공을 달래러 현 남자친구에게 전화가 걸려오고 여자주인공은 전 남자친구를 돌려보낸 뒤 다시 남산으로 올라간다.

현 남자친구를 만나 기분을 풀려했던 여자주인공. 하지만 돌아간 줄 알았던 전 남자친구가 여자주인공과 현 남자친구가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고 결국 셋은 그렇게 마주하게 됐다. 여자주인공의 양다리생활이 들킨 날, 여자주인공에게 그 날은 그렇게 ‘최악의 하루’였던 것이다.

해가 지고 여자주인공은 남산 벤치에 홀로 앉아 “하나님이 내 인생을 망치려고 작정한 날”이라며 한탄한다. 그 때 저 멀리 한 남자가 그에게 다가온다. 길을 알려준 일본인 소설가다.

여자주인공과 소설가는 함께 어두운 남산로를 걷고 그는 새로운 이야기가 생각났다며 여자주인공에게 말한다. “나는 해피엔딩을 만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오늘밤 해피엔딩의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이 길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에요. 저 길에 눈이 내리고 한 여자가 걸어와요. 무표정하게 내리는 눈 사이를 걸어오다가 뒤를 돌아보죠. 어두워진 산책로 너머로.. 하지만 안심해요.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이이에요. 주인공은 행복해질 거예요.”

지난 1일 경찰 2차시험이 끝났다. 취재를 간 기자는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인파들 속에서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여기저기 망했다는 말이 들려오고, 응시자 안색도 여느 때보단 좋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정문을 나오는 응시자 95%는 아마도 그날을 ‘최악의 하루’라고 기억할는지 모르겠다. 희망전도사는 아니지만 기자도 이번만큼은 말하고 싶다. “다음 이야기의 해피엔딩 주인공은 그대”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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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8-09-05 17:12:43
지역인재7급 폐지나 축소 공론화해주세요. 지역인재의 유일한 존재이유는 피셋이었는데, 공채도 피셋화되면 이제 전공과목조차도 보지않고 듣보잡 지방대 애들끼리만 모여 컷 겨우 60에 불과한 지역인재는 존재가치가 없습니다. 지역인재7급은 이제 공채수험생들에 대한 역차별에 불과합니다. 지역인재 폐지나 대폭축소 공론화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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