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JUSTICE] 장창국 판사의 가사재판 이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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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JUSTICE] 장창국 판사의 가사재판 이야기 (3)
  • 장창국
  • 승인 2018.08.0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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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국 부장판사
제주지방법원

※ 이 글은 법조매거진 <LAW & JUSTICE> 7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도움을 받으려는 사람과 거부하는 사람

판사가 엄마에게 “엄마 혼자 아이를 기르느라 고생이 많습니다. 그런데 지금 나이 또래 아이들은 지능과 정서 발달에 꼭 아빠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아빠와 아이가 만나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말할 때 엄마들은 두 가지 부류의 대답을 한다. 물론 아빠가 아이를 기르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아빠 없이도 잘 크고 있는데 왜 이제야 아이와 아빠를 만나라고 하는 것입니까? 아이가 얼마나 혼란스럽겠어요?”라고 말하며 거부하는 엄마와 “처음에는 아빠 없이 혼자 키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이가 요즘 아빠를 찾아요. 법원에서 도와주면 고맙죠.”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엄마가 있다.

또 판사가 “두 분이 친권자를 변경하려 하는군요. 이혼한 지 3년쯤 되어서 아이가 나이에 맞게 잘 자라고 있는지 심리 전문가를 통해 중간 점검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말할 때 부모는 두 가지 부류의 대답을 한다. “멀쩡한 아이를 왜 환자 취급해요? 꼭 가사조사관을 만나야 합니까?”라고 말하며 단호하게 거절하는 부모와 “맞아요. 안 그래도 해 보고 싶었는데 상담소가 비싸서 못했어요.”라고 위기를 기회로 여기는 부모가 있다.

또 판사가 “계부는 생부가 아니고 생부는 따로 있다고 아이에게 알려야 하지 않을까요? 가족 안에 비밀이 있어서는 안 돼요. 더구나 출생의 비밀은 이 세상에 없고 있어서도 안 돼요. 아이 혼자만 계부를 생부로 알고 있다가 주위로부터 생부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얼마나 충격을 받겠어요. 어쩌면 아이는 이미 생부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는데 모르는 척 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 어떤 방법으로 알릴 것인지 심리 전문가와 상의해 보세요.”라고 말할 때 부모는 두 가지 부류의 대답을 한다. “크면서 저절로 알 텐데 왜 일부러 알리라고 합니까?”라며 판사가 자기 일 아니라고 쉽게 말한다며 원망하는 부모와 “저도 그게 걱정입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라고 되물으며 도움을 요청하는 부모가 있다.

또 판사가 “두 분의 부모로서의 마음을 이해합니다만, 심리 전문가가 여러분과 자녀들을 마나본 결과 아이는 부모의 이혼을 바라지 않지만, 만약 이혼한다면 엄마가 기르는 것이 낫다고 평가합니다. 힘든 결정이지만 주양육자를 엄마로 협의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라고 말할 때 어떤 아빠는 “저 사람은 아이를 기를 자격이 없는데 왜 그렇게 평가합니까? 다른 사람한테 재평가 받겠습니다. 저는 아이를 포기하지 못합니다.”라고 항의하는 아빠가 있는가 하면, “휴~ 그게 아이를 위한 것이라면 어쩔 수 없지요. 대신 아이를 자주 만나고 싶습니다. 그렇게라도 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라고 도움을 요청하는 아빠도 있다.

한 사람은 무언가 숨기고 있고 모든 상황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또는 자기생각대로 통제하려는 사람이고, 다른 한 사람은 자기의 고민을 털어놓고 개방적인 사고로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싶은 사람이다. 누가 더 건강한 사람일까? 필자는 말한다. “가사조사관이나 상담위원에게 숨기지 말고 궁금한 것은 모두 물어보세요. 유리한 것만 말하려고 하면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그러나 고민을 털어놓고 도움을 받으려는 시도를 한다면 그 분은 문제의식을 갖고 아이를 잘 기르려고 노력하고 있구나하며 오히려 가점을 받습니다.”

그렇다. 문제는 직면해야 해결되고 주위 사람들이나 자신이 상처를 덜 받는다. 그러나 문제를 피하기만 하면,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더 큰 덩어리가 되어 수면 위로 떠올라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한다. 불이 났으면 불을 직면하고 꺼야지 본인이나 주위 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는다. 불이 났다고 도망만 친다면 자신의 집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집도 모두 태워 큰 손해를 유발한다.

가정법원은 가족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래서 가정법원에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심리 전문가인 가사조사관과 가사상담위원, 자문위원이다. 이들이 가정법원을 빛나게 하고, 이들이 있어서 가정법원이 일반법원과 다르다고 한다.

누구나 스스로 불행할 권리는 있다. 그러나 부모가 자녀를 불행하게 할 권리는 없다. 부모가 가정법원의 도움을 적극 받는다면 본인뿐만 아니라 자녀의 불행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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