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슈판례, 법률저널 '로드맵' - 시세조종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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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이슈판례, 법률저널 '로드맵' - 시세조종 사건
  • 이아름 기자
  • 승인 2017.07.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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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시대가 변하고 사회인식이 달라지면서 전에 없던 새로운 다툼이 생기고,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변하는 시대에 맞춰 법률적용 및 새로운 해석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법률저널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건․사고, 그에 따른 판결, 그리고 기존 흐름에 반하는 새로운 해석에 주목해 로드맵처럼 길을 안내하고자 한다. 특히, 담당 변호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바라본 사건의 핵심과 이를 파악하고자 했던 노력 및 방법을 들여다 볼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첫 판결

그동안 시세조종 의도 입증 및 소멸시효 적용 여부를 두고 원피고가 첨예하게 공방을 벌여 왔던 11.11 옵션쇼크. 최근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 주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첫 판결로 기존 판결 흐름을 뒤엎는 의미를 가진다.
 

<배경설명> 11.11 옵션쇼크란?

11.11옵션쇼크는 지난 2010년 11월 11일 장 마감 직전 10분간 도이치증권 창구로 나온 1조 6천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매물 폭탄으로 인해 코스피가 53.12포인트(2.7%)나 하락(급락)했던 사건을 말한다.

이날은 코스피 200 옵션 11월 만기일로 오후 2시 50분까지는 코스피지수가 약보합 정도였으나, 동시호가 때 도이치증권 창구를 통해 대규모의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가지수가 무려 5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이 여파로 코스피200을 팔 수 있는 권리, 풋옵션을 샀던 일부 투자자는 불과 10분 사이에 최대 499배까지 수익을 낸 반면, 살 권리인 콜옵션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행사가격보다 종가가 크게 낮아져 아예 권리 행사를 포기하는 등 옵션시장에 엄청난 혼란이 발생했다.

사건 발생 직후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매물 폭탄의 주동자를 찾기 위해 특별조사에 착수, 당시의 대거 매도물량이 한국도이치증권 창구에서 나온 것이 밝혀졌다. 한국도이치증권과 도이치은행 홍콩지점은 옵션쇼크 직전에 풋옵션 16억 원어치를 사놔 홍콩지점은 436억 원, 한국도이치증권은 12억 원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소멸시효의 완성시기 결정...피해사실 ‘안 날’이란?

뉴스 생산 시점이 아닌 판결이 난 날로부터 ‘안 날’ 인정
재판부, 소멸시효의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판결
소멸시효 완성으로 기각 경향 배척한 첫 판결 의미 커

지난 6월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6민사부는 개인투자자 11명이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6억 여만원 및 지연손해금을 배상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번 소송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증권 시세조종 사건에서 많이 문제되고 있는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이번 판결로 인해 금융감독기관이나 검찰의 수사를 발표한 때가 아니라 민형사 재판 판결이 선고된 때로 보았다는 점이다.

현대사회는 미디어의 발전으로 피해 및 범죄사실에 대한 인지는 곧 뉴스가 생산된 날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로 즉각적이다. 따라서 상당수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소멸시효의 기점 적용을 두고 ‘뉴스가 생산된 날’이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러한 논리로 피고들은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 주장했다. 시세조종 및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3년의 소멸시효가 도과돼 배상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원고들은 이 사건 시세조종은 매우 복잡한 행위로 이뤄져 있어 전문가들도 그 적법성 여부를 쉽게 판단하기 어렵고, 더군다나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피고들이 시세조종을 결단코 부인하고 있었다는 점, 소멸시효제도의 취지 등을 주장하면서, 최소한 1심 판결이 선고된 2016년 1월까지는 단기소멸시효 3년이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만약 원고들이 이 쟁점에서 지게 되면, 2014년까지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피고들의 시세조종이 인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배상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 쟁점을 두고 원고와 피고들이 첨예한 공방을 벌였다.
 

◆ 피고 주장 “손해배상 청구가 소멸됐다”

구 자본시장법 제177조 제2항에 따라 ‘청구권자가 제176조를 위반한 행위가 있었던 사실을 안 때부터 1년, 그 행위가 있었던 때로부터 3년’ 또는 민법 제766조 제1항에 따라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도과하면 시효로 소멸한다. 그런데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가 있었던 지난 2010년 11월 11일로부터 3년이 도과해 이 사건 소가 제기됐고, 또한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가 있었던 당일 ‘피고들의 주식 대량매도로 인해 코스피200지수가 급락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있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가 피고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 2011년 2월 23일 금융위 및 금융감독원은 ‘증권선물위원회에서 피고들 직원들의 시세조종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 고발, 정직요구, 영업정지 등의 제재를 부과하기로 결졍했다’는 내용을 공식 발표했다. 같은 해 8월 19일 검찰에서도 ‘피고들의 직원 및 피고 도이치증권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발표했으며, 원고들은 2010년 11월 11일 또는 늦어도 2011년 8월 19일에는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로 인한 손해 및 가해잘 인식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한 후에 제기됐으므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 완성으로 소멸했다.
◆ 원고 주장 “개인이 금융범죄 사실 판단하기 어려워”

피고들의 시세조종행위에 의한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손해의 발생 및 가해 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등이 있다는 사실까지 인식했다고 볼 수 없다. 검찰의 기소가 있었다 하더라도 피고측이 시세조종혐의를 극렬하게 다투며 부인했고, 피고 도이치 증권에 대한 판결 선고까지 무려 수년 간 심리가 계속된 점에 비춰 보면, 위 공소제기 발표시점에 원고들이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로 인한 손해 및 가해자의 존재를 인식했다고 볼 수 없다. 원고들로서는 피고 도이치증권에 대해 자본시장법위반에 대한 유죄의 형사판결이 확정될 때 비로소 손해 및 가해자를 구체적, 현실적으로 인식하게 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현재까지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했다.

담당 변호사가 말하는
사건의 핵심 및 how to ‘법률적용’

 

 

 

 

 

 

김형우 법무법인(유한)대륙아주 변호사
사법연수원 39기, 37회 공인회계사시험 합격

이번 사건은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두고 양측이 치열하게 공방을 벌인 사건이다. 특히 증권 시세조종 사건에서 많이 문제되고 있는 소멸시효의 기산점인 ‘안날’을 금융감독기관이나 검찰이 조사 수사결과를 발표한 때가 아니라 민형사 재판 판결이 선고된 때로 보았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단기소멸시효에서 '안날'을 언제로 볼 것 인지이다. 이는 민법상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에서 반드시 문제되는 쟁점이다. 인터넷이 발달했기 때문에, 어떤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은 시골 오지에 있는 사람들도 다 알게 된다. 뉴스화 됐다고 '안날'이라고 인정할 경우, 자칫 손해배상청구권이 쉽게 소멸될 위기에 놓여 있다.

금융시장에서 일어나는 추상적인 불법행위사건은 눈에 보이지 않는 특성을 지닌다. 불법행위 수법도 복잡하고, 정당한 거래인 것 같은 외관을 띄고 있어서 불법행위 여부를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소멸시효 쟁점에 관한 대법원 판례 하급심 판례를 모두 조사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의 판결사례까지도 조사해 이 사건 사실관계와 비교 대조했다. 이를 통해, 판결 선고시까지는 단기소멸시효가 진행된다 볼 수 없는 합리적 근거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이번 판결은 소멸시효제도를 적용함에 있어서 이러한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판결은 다른 금융사건에도 피해자 구제의 폭이 넓어지는 등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산 넘어 산, 손해액 산정

정상주가 산정을 두고도 첨예한 공방이 있었다. 원피고 모두 각자 전문영역 교수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법원이 한국거래소에 감정을 촉탁했을 때에도, 감정사항을 두고 원피고가 첨예하게 공방을 벌여 정상주가 산정에 1년 이상이 소요됐다. 그 후에도 피고들은 한국거래소 감정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강력히 버텼다. 피고들의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원고들 변호사들도 외부 전문가들의 조력을 얻어 열심히 공부하면서 대응했다.

▣ 손해배상책임 범위

1. 손해액의 산정

1> 옵션만기일 장 마감 동시호가 시간대에 일어난 구 자본시장법 제176조 제4항 제1호의 시세조종행위로 인해 형성된 주가지수에 의해 장내파생상품의 매매 또는 위탁을 한 투자자가 그 매매 또는 위탁에 관해 입은 손해는 그와 같은 시세조종 행위가 없었더라면 장 마감 당시 형성됐으리라고 인정되는 정상주가지수와 시세조종 행위로 인해 형성된 주가지수의 차이를 기초로 산정한 금액 상당으로 볼 수 있다. (대법원 2004.5.28.선고 2003다69607 판결, 대법원 2015.5.14. 선고 2013다11621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에 관해 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시세조종 행위가 없었다면 2010.11.11. 옵션만기일 장 마감 당시 형성됐을 정상적인 코스피 200 주가지수는 252.55포인트로 인정되고, 그에 따라 원고들이 보유한 옵션별 손해액은 ①풋옵션(행사가격 255, 포지션 매도)의 경우 정상주가였을 때의 옵션가액과 시세 조종에 의한 주가일 때의 옵션가액의 차액이 손해가 되고, ②풋옵션(250, 매도)의 경우 정상주가였다면 행사되지 아니했을 것이므로 시세조종에 의한 주가지수에 의한 계약당 옵션정산액이 손해가 되며, ③풋옵션(257., 250, 매수)의 경우 시세조종에 의한 주가일 때 옵션가액과 시세조종에 의한 주가일 때의 옵션가액의 차액만큼 이득을 얻었으므로 이를 손해액에서 차감하고, ④풋옵션(250, 매수)의 경우 정상주가였다면 행사되지 아니했을 것인데 시세조종에 의한 주가지수에 의해 행사돼 계약당 옵션 정산액 상당의 이득을 얻었으므로 이를 손해액에서 차감하며 ⑤콜옵션(252.5, 250, 매도)의 경우 시세조종에 의한 주가지수에 따라 행사되지 아니했으나 정장주가였다면 행사돼 정상주가에 의한 계약당 옵션정산액 상당의 손실을 입었을 것이므로 이를 손혜액에서 차감하고 ⑥콜옵션(247.5, 매수)의 경우 정상주가였을 때의 옵션가액과 시세조종에 의한 주가일 때의 옵션가액의 차액이 손해가 되며, ⑦콜옵션(250, 252, 매수)의 경우 시세조종에 의한 주가지수에 따라 행사되지 아니했으나 정상주가였다면 행사돼 정상주가에 의한 계약당 옵션정산액 상당의 이득을 얻을 수 있었으므로 그 금액 상당이 손해가 된다. 위와 같은 옵션별 손해액에 따라 구체적인 원고별 손해액을 계산해 총 6억1천598만2천원이 된다.

2. 과실상계 또는 책임제한 여부

1> 피고들은 옵션거래가 고도의 위험성을 내포한 상품으로서 특히 풋옵션 매도 거래는 만기 시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손실이 무한히 커질 수 있는 특성이 있으므로 옵션 투자자는 옵션 만기일에는 시장의 상황과 코스피200 지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사정을 주의 깊게 살펴 자신이 매도한 옵션이 행사되거나 행사되지 않을 가능성을 분석하고, 손실의 발생 또는 확대가 예상될 경우 즉시 반대거래를 해 손실을 회피하는 조치를 했어야 하는데, 원고들은 피고 도이치은행의 프로그램매매 사전신고에 따라 코스피200지수의 하락을 쉽게 예상할 수 있었고, 거래 마감시각까지 반대거래를 통해 손실을 회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원고들은 이러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해 손해가 발생, 확대됐다고 주장한다.

2> 그러나 이 사건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들의 직원들은 시세조종 행위를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면서 프로그램매매 사실을 규정시한을 넘겨 신고하고 매매시점을 늦춰 동시호가 시간대에 매도 주문을 내는 등으로 최대한 다른 투자자들이 반대매매 등을 통해 대응하기 어렵도록 만들어 코스피200지수 하락 효과를 극대화했으므로 원고들에게 부주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당일 장중 선물 및 합성선물 스프레드는 매우 양호해 14시 46분 이전에는 주식의 대량 매도를 예상하기 어려웠고, 피고들의 주식 대량 매도사실이 공시됐다 해도 원고들이 즉시 사실을 인지했다고 볼 증거가 없으며, 매매신고 이후 옵션거래가 마감될 때까지 5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만 거래가 가능했다는 점, 설령 원고들이 주식대량 매도 사실을 알고 대응했다 하더라도 정확한 종가를 예측하기 쉽지 아니하고, 주식대량 매도 사실이 공시돼 주가 하락이 어느 정도 예상된다 해도 그에 따른 반대매수가 있을 수 있고, 주가 하락 및 그 범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가 존재하므로 원고들이 당시 매도한 풋옵션을 다시 매수하기로 하는 판단을 하지 않았다 해 최종 결과만을 근거로 이를 잘못된 판단이라 할 수는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들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들의 손해 발생 및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김형우 법무법인(유한)대륙아주 변호사

interview  재판부는 한국거래소가 제출한 4가지 의견 중에서 가장 보수적인 수치, 즉 252.5를 인용했다. 원고들 변호사로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원고들이 재판부의 결정에 수긍하고, 사건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 판결을 내려야 하는 법관도 금융전문가가 아니다. 어려운 사건일수록 쉽고 간단, 명료하게 설명하는데 노력했다. 필요한 경우 일상생활에서의 사례에 비유해 설명했다.

사실 사건이 많이 어렵다. 그래서 젊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한다. 에너지와 시간, 집념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기성세대보다는 두각을 드러낼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어렵다고 주저 말고,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하고 공격적으로 덤볐으면 좋겠다.

시세조종 의도 입증

‘유죄입증 난관’ 주범 한국에서 도주...공범만 남은 상태
검사는 기소유지, 민사변호사들 연구결과 ‘공유’

옵션쇼크 사건에 대해 민형사 재판이 동시에 진행됐다. 도이치뱅크의 시세조종 의도를 입증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지만 이미 금융감독원 조사관과 검찰이 발 빠르게 움직여 입증자료를 많이 확보해 놓았기에 사건의 실체에 다가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한쪽의 결과가 다른 쪽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소송이었다. 형사재판에서 도이치뱅크 소속 범인들이 모두 도주하고 한국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 바람에, 한국도이치증권의 임직원에 대한 재판만 진행됐다.
 

김형우 법무법인(유한)대륙아주 변호사
사법연수원 39기, 37회 공인회계사시험 합격

interview 주범이 아닌 공범의 경우, 주범의 범죄를 입증해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기에 추가로 공범이 범죄에 가담하였다는 것을 입증해 내야했다. 주범 재판보다 훨씬 더 어려운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공소유지를 훌륭하게 해 냈고, 유죄를 입증해 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저희는 검찰의 수사와 공소유지에 도움을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검사 변경이 있는 경우, 새로운 검사에 대한 사건 설명, 자료 준비, 프레젠테이션 작성 준비 등의 업무를 도왔다.

민사소송에서는 형사사건 기록의 핵심내용을 쉽게 정리, 민사재판부에 제출하는 것과, 정상주가를 산정하는 일이 중요했다. 민사소송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이 서로 연구 결과물을 공유하고, 다 같이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수차례 했다. 변호사들이 서로 공조하여 사건을 진행하는 경우는 드문 편인데 이번에는 공조가 참 잘된 편이다.

▣ 11.11 옵션쇼크 조사 및 수사 경과

11.11옵션쇼크 이후 금융위원회는 코스피200 지수 급락과 관련, 피고들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금융위는 도이치은행 홍콩지점과 한국지점의 임직원이 현․선물 연계 시세조종에 의한 불공정거래를 해 자본시장법을 위반했음을 인정해 관계자들과 그 소속 회사 임직원을 형사고발하고 도이치증권 박모 씨에 대해서는 정직 요구, 도이치증권에 대해서는 일부 영업 정지 6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시세조종행위를 했다며 도이치증권에 대해서는 양법규정에 의해 각 자본시장법위반으로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도이치은행 홍콩지점 및 도이치증권 임직원들이 2010년 11월 11일 동시호가 직전인 14시19분부터 49분까지 사이에 당일 만기 도래 11월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합성선물과 풋옵션 거래를 통해 지수 하락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투기적 포지션을 구축한 다음 장 마감 동시호가 시간대에 코스피200 구성 종목 중 도이치은행이 보유한 198개 종목의 현물 주식 2,373,141,602,300원 상당을 동시호가 직전 가격 대비 4.5% 내지 10.0% 낮은 가격으로 7회 분할, 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또한 도이치증권이 보유한 2개 종목의 현물 주식 69,336,785,000원 상당을 시장가로 8회 분할, 매도 주문 제출해 코스피200 지수를 동시호가 직전 254.62포인트에서 247.51포인트 급락하도록 해 합계 448억 7천873만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취했다는 공소사실이다.

이에 대해 서울지법은 직권으로 2016년 1월 25일 옵션사태를 일으킨 도이치은행 홍콩지점 및 도이치증권 임직원들이 이번 소송의 피고인 제3자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에게 부당한 이익을 얻게 할 목적으로 ‘시세조종행위를 했다고 정정한 후 도이치증권 박모씨에게는 징역 5년에, 피고 도이치증권을 벌금 15억원에 각 처했다. 피고 도이치은행으로부터 436억 9천여만원, 도이치증권으로부터 11억 8천여만원을 각 추징한다는 내용으로 유죄판결을 분리 선고했다. 피고와 검사 모두 항소해 현재 항소심이 계속 되고 있다.

이번 소송의 원고측 대리인인 김형우 변호사는 “재판부에서 소멸시효 쟁점 심리에 만전을 기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며 “이번 소송에서 2015년 12월 말 또는 2016년 1월부터 비로소 3년 단기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판단을 했는데,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를 적극 고려해주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주범이 한국에서 도주한 상태에서 공범의 유죄 입증이 쉽지 않았던 소송이었지만, 금융감독원과 검찰의 수사로 실체에 다갈 수 있었다며 공로를 돌렸다.

또한 도이치뱅크의 시세조종행위가 없었을 경우 과연 정상주가가 얼마가 되었을 것인가를 두고 첨예한 공방이 벌어졌는데,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변호사들도 서로 협력을 잘 해, 나름 좋은 결과를 얻어냈다는 것.

결국, 원고 승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수사기관과 변호사들이 한국 자본시장에서 질서를 바로잡고자 하는 마음으로 공조한 결과가 아닐까.

이아름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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