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소가 2천→3천’ 소액사건심판규칙 개정
“법원 업무경감을 국민 권리보호보다 우선한 것”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변호사들이 대법원이 추진하는 소액사건 범위 확대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법원은 최근 소액사건심판규칙을 개정해 내년 1월 1일부터 소액사건 대상을 기존 소가 2,000만원 이하에서 3,000만원 이하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23일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는 “소액사건은 심리절차와 증거조사가 특칙으로 간이화돼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매우 큰데 그런 소액사건의 심판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조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협의회는 “소액사건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는 판결문에 이유를 기재하지 않음으로써 패소이유를 알 수 없어 국민들의 사법 불신을 키우고, 상고이유를 ‘법류·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헌법위반여부’와 ‘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법률위반여부에 대한 판단이 부당한 경우’ 등 극히 제한적으로만 허용함으로써 하급심 판단의 오류를 시정할 기회가 거의 봉쇄돼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야 법조계는 그 동안 지속적으로 소액사건심판법을 개정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충실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대법원에서 소액사건의 대상을 3,000만원 이하의 사건까지 확대하는 것은 소액사건의 문제점을 더욱 확대시켜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법원은 이번 개정 이유로 ‘물가와 소득수준 상승’을 들고 있다. 이에 대해 협의회는 “국민들은 어느 누구도 3,000만원이라는 가액이 과연 판결 이유도 모르고 상고도 거의 허용되지 않을 만큼 경미한 금액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소가에 따라 간이한 소송절차가 적용되는 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대법원의 태도는 터무니가 없다”고 지적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5,000유로(약 670만원), 미국의 30여개 주는 5,000달러(약 600만원)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일본은 60만엔으로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협의회는 “한정된 사법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는 하지만 법치주의 국가에서 국민들의 권리구제 기회 확충이라는 헌법적 요청은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라며 “법원의 업무 경감을 국민의 권리보호보다 우선하려는 대법원의 태도는 개탄스럽기 그지없다”고 꼬집었다.
대법원이 심판규칙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변호사단체의 의견을 제대로 구하지 않은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협의회는 “변호사단체가 단순한 직능단체가 아니라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사법부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할 공공단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대법원이 이렇듯 변호사단체와의 소통을 거부하는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