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 변호사가 말하는 ‘진짜’ 변호사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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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 변호사가 말하는 ‘진짜’ 변호사의 길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6.10.05 19:3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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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길에 들어선 후배들에게’ 주옥같은 조언...
좁고힘든 길이어도 ‘자신의 길’ 걷는 변호사 돼야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대도 조세형, 탈주범 신창원의 변호를 맡고, 영남제분 살인청부사건의 전말을 세상에 드러내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1호 인물을 탄생시키기도 한 변호사 겸 작가 엄상익 변호사가 후배인 청년 공익변호사들을 향해 애정 어린 격려와 조언을 쏟아냈다.

지난 4일, 사랑샘 재단의 공익변호사 비영리공익활동 우수프로젝트 지원금 전달식 및 노인권익옹호 법률지원 전담 공익변호사 위촉식에서 특강을 맡은 엄상익 변호사는 재단법인 사랑샘의 이사이기도 하다.

올해로 변호사 개업을 한지 30년째가 된다는 엄상익 변호사는 “창고같은 데다 단촐하게 사무실을 차려놓고 시작했다. 그 땐 판검사를 해야 잘 나가는 것이란 인식이 은연 중에 퍼져 있어 스스로 초라한 느낌이 들곤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엄 변호사는 귀가 솔깃할 만한 일화들을 소개함으로써 특강을 흥미진진하게 전개해 나갔다.

▲ 특강 중인 엄상익 변호사 / 사진 김주미 기자

엄변호사는 그와 비슷한 시기에 변호사로 발을 내디딘 A의 이야기를 꺼냈다. A는 종종 엄변호사를 향해 “형, 미국은 시민운동이라고 해서 사회를 나아지게 하기 위해 많은 일들을 한다는데 우리도 법률지식으로 그런 일을 해야하지 않을까?”라는 식의 말을 던졌다고 한다.

엄변호사는 당시로서는 생소한 말을 해대는 그에게 “아서라”는 식으로 응대를 하곤 했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지하철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메고 지나쳐가는 그를 봤을 땐 “저 친구가 길을 잘못 들었구나”라고 여겼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잘못 든 길’이라고 봤던 그 길이 지금 서울 시장에까지 이어진 것을 보면, 그 때 자신의 판단은 명백히 틀렸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A는 다름 아닌 박원순 시장이었던 것이다.

엄변호사는 B의 이야기도 전했다. B는 “열악한 근로환경에 처한 근로자들과 함께 뒹굴면서 내 법지식으로 계약서도 써주면서 그들을 돕고 싶다”고 말하며 구로공단에 대뜸 뛰어들었다는 것.

변호사와 구로공단이 도무지 어울리게 보이지 않던 그 시절 B가 기꺼이 걸어간 길은 국회의원으로까지 이어지더란 것이다. B는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원영 변호사다.
 

 

엄변호사는 그로 하여금 “저 사람이 왜 굳이 공익 변호를 할까”라는 의문을 품게 한 C의 경우도 소개했다.

판검사를 하고도 남을 정도의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유수의 로펌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던 C는 무작정 조영래 변호사와 함께 다니며 소위 돈 안 되는 공익 변호들만 했다고 한다. 그런 C의 길은 법무부장관으로까지 이어져 지금의 천정배 의원을 있게 했다는 설명이다.

엄변호사는 이처럼 ‘자신의 길’을 찾았다면 좁고 힘든 길이어도 전념·매진할 것을 당부했다.

“박원순 시장, 이원영 전 의원, 천정배 의원의 삶은 그가 사회적으로 무엇이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말한 그대로 살았기 때문에 더 값지다”는 것.

좁고 힘든 길이어도 자신의 길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그 신념대로 산다면 사회는 반드시 그를 알아보게 돼있다는 장담을 하기도 했다.

한편 엄변호사는 “가짜변호사와 진짜변호사는 구별된다”며 양자를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고도 이야기했다.

“나도 이전에는 멋있는 판결을 내린 판사, 대법관들을 마음으로 존경했다”며 말을 꺼낸 그는 “후일 재벌 회장들 재판에서 내가 그렇게 존경해 마지않던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회장들 화장실 가는 길까지 쫓아와 머리를 조아리며 회장님, 회장님 거리는 것을 보고 진짜와 가짜 변호사를 구분할 수 있게 됐다”는 사연을 소개했다.

엄변호사는 “후배들이 필히 가짜 변호사가 아닌 진짜 변호사가 되기를 바란다”는 염원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진짜 변호사의 위력은 그의 주장이 판례를 통해 법리가 될 수 있다는 데 있다”며 자신이 맡았던 JMS 교주 사건을 일례로 들었다.

교주에 대한 신앙심으로 여성들이 아무런 저항없이 성관계를 허락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JMS 사건은, 형법상 강간죄가 폭행 협박을 요건으로 하는 탓에 교주를 강간죄로 다스릴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엄변호사는 ‘종교적 최면에 의한 강간’이라는 논리로 교주의 행위가 강간죄에 해당함을 주장했고 상대측의 코웃음과 ‘해괴한 논리’라는 비아냥에도 불구, 재판부로부터 인정을 받아 소송에서 승리한 것이다.

법이 사회를 미처 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공백을 변호사들은 자신의 신념과 창조적인 논리로 얼마든지 법리화할 수 있다는 것. 진짜 변호사들은 그 점에서 큰 위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라는 시각이다.

엄변호사는 후배들에게 진심어린 부탁을 하기도 했다. 최근 한 사건으로 난생 처음 변호인을 고용해 의뢰인의 입장이 되어봤다는 그는, 의뢰인이 가장 원하는 것은 “나의 입장을 이해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률지식과 실력은 변호사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다 비슷비슷한 사이에서 인정받는 변호사란 의뢰인의 아픔과 사연을 자기 일처럼 공감해주고 위로의 한마디 건넬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엄변호사는 “변호사들은 으레 의뢰인의 법률문제만 감당하려 하지 의뢰인의 아픔까지 감당하려 하진 않는다.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라며 “후배 변호사들이 법률문제를 의뢰하러 온 사람들의 문제를 자기 일처럼 돌보아 주며 사회에서 인정받고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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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치네 2018-09-26 17:23:19
변호하는 의뢰인에게 없는 사실을 자백하라고 하고, 그러면 하느님의 뜻으로 변론을 해준다고? 이건 뭐 사이비 종교인 보다 더한 사이비고, 선무당이네

공작 2018-08-29 01:21:34
흑금성 박채서 자료. 돌려줄 것

문태주 2018-08-19 00:50:05
사회적 성공과
인정받고 알려짐이
좁은길의
공의가
진실이 될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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