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8주년 기고] 공무원시험제도개혁, 인사혁신처에 바란다
상태바
[창간 18주년 기고] 공무원시험제도개혁, 인사혁신처에 바란다
  • 김채환
  • 승인 2016.05.20 13:31
  • 댓글 1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채환 도서출판 규장각 대표, 전 언론인 

인사혁신처가 공무원시험제도를 뿌리부터 바꾸겠다는 움직임이 여러 방향에서 감지되고 있다. 헌법과목을 7급 기술직을 포함한 전 직렬 그리고 9급의 전 직렬에 필수과목화 하겠다는 것, 공무원영어를 토익 등으로 대체하겠다는 것, 그리고 한국사능력검정시험과 국어능력인증시험 등의 도입이 그것이다. 그 밖에도 세무직에서 수능과목들(수학 과학 사회)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을 세법 회계학 등 직렬별 필수과목을 도입하여 직무효율성을 높이는 등의 변화가 예상된다. 
 

 

공무원시험처럼 한해 20만 명 이상의 거대 응시자가 있는 국가시험의 제도를 변경하려 할 때 간과해서는 안되는 점이 있다. 첫째는 국가의 제도는 단순히 새로운 행정수장이 바뀔 때마다 당연히 무언가를 바꾸어야 하는 것처럼 인식되어서는 안된다. 즉 사회적으로 그 제도의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채, 단지 바꾸기 위한 바꿈질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둘째, 제도의 변화가 곧 누군가의 사익(私益)이 되어서는 안된다. 20만명 이상의 응시자가 걸려있는 공무원시험은 응시생들은 물론 학원, 출판 등 연관 산업집단들에게 영향을 주는 사안이므로 이것이 공정한 국가행위인가를 재삼재사 숙고한 후에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 셋째는 행정제도를 바꾸는 결정을 주도하는 국가기관 및 그 책임자는 자신의 정책결정행위가 국가와 국민의 미래가 걸린 문제라는 역사의식을 가져야 한다.

국가정책 결정, 특정 사익 극대화 안돼

그러나 여러 경로를 통해서 흘러나오는 소위 ‘공무원 시험제도의 개혁안’은 기대보다는 우려스러운 점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2015년 10월 16일 “공무원이 변해야 나라가 발전한다”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인사혁신처의 김진수 국장은, 헌법학을 5급은 물론 7급(심지어는 기술직에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9급의 전 직렬에까지 필수과목화 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헌법가치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중요하다’는 박근혜대통령의 발언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 ‘헌법과목의 공무원 전 직렬로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발제의 내용을 듣다보면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장관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느낌인 것은 비단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하필이면 그가 서울대 헌법학교수 출신이며 여러 권의 헌법학 저서를 낸 헌법 통이기 때문에 당사자는 억울해할 수도 있지만 해당 결정에 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백번 양보해서 변호사시험이나 5급·7급 공무원까지는 헌법과목의 필요성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지만, 실무적 업무성격이 강한 9급 공무원에게까지(행정법이 선택과목인 상황에서) 법철학적이며 선언적이자 학문적 성격이 짙은 과목인 헌법학을 필수과목으로 해야 할 시급한 필요가 있다는 것은 누구라도 공감하기 어렵다고 본다. 더구나 현직 공무원들에게 수험시절 공부한 과목들 중 실무에서 가장 도움이 된 과목이 무엇이냐는 설문조사에서 행정법이 가장 높은 비율이 나왔다는 모 언론의 기사가 시사해주는 실체적 사실을 무시하는 정책이 과연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 

영어 토익 대체 연 수백억 국부유출 우려

특히 2017년부터 7급 국가직 시험에 토익을 치르도록 하겠다는 결정은 인사혁신처가 YBM시사학원의 자회사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정경유착을 의심케하는 대표적인 실정(失政)이다. 5만9천779명의 수험생(2015년 7급 국가직 시험 응시자수) 즉 6만여명이 응시하는 7급 국가직 시험을 특정영어시험(90%이상이 토익을 선택)으로 대체하겠다는 발상은 일본에서도 중국에서도 어떤 아시아국가의 공무원시험제도에도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7급에서 토익의 도입은 시작일 뿐, 해마다 20만명 이상의 응시자가 있는 공무원시험 9급 전 직렬의 시험에 토익을 도입하려는 듯한 인사혁신처의 움직임(수험생 설문조사 등)과 언론을 통해서 간간이 소위 ‘간’을 보는 듯한 움직임에서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토익이라는 영어평가시험이 응시자들의 영어실력 차이에 대한 변별력이 썩 좋은 시험이 아니며 스킬로도 얼마든지 좋은 점수가 나올 수 있어서 국가공무원시험에까지 도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세간의 평가는 일체 무시하더라도 일정한 커트라인(650점 또는 직렬에 따라 700점)에 도달하기 까지 ‘수험생이 지불해야할 비용’은 또 어떤가. 일정 점수를 받기까지 교재비 학원비도 적지 않지만, 응시료만 따지자면 회당 4만4500원에 적게 잡아 평균 7회정도 응시한다고 보면 개인당 응시료로만 31만 1500원씩 비용이 든다. 이 비용을 2016년 4월 국가직 공무원 응시생인 22만 1853명이 지불한다고 계산하면 그 비용은 거의 700억원에 달한다. 또한 이 돈의 대략 27.4%가량이 미국 ETS사에 지불된다고 한다. 국가의 공무원을 뽑으면서 한 개인회사에게 700억원의 매출을 안겨주는 국가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더구나 이 돈의 상당 비율이 해외의 특정회사에게 지급되는 식의 ‘국부의 유출’을 감수하면서까지 공무원영어를 시급하게 바꿔야할 이유라도 있다는 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가가 공무원을 뽑기 위해서 한 번의 시험을 실시할 때마다 약 5억원가량의 예산이 든다고 한다. 응시자 대비 시험장에 나타나지 않는 수험생의 비율도 상당하며 이러한 비용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미리 토익시험에 통과한 수험생만을 시험장에 나오도록 하면 물론 이러한 낭비를 어느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5억중 일부를 아끼자고 700억원의 비용을 국민에게 지운다는 논리가 과연 설득이 되겠는지 묻고 싶다. 아직도 국민을 졸(卒)로 보는 행위가 아니고 무엇인가. 응시자대비 시험장에 나타나는 수험생의 비율을 높이고 싶으면 국부의 유출이 아닌 방법도 있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과 국어능력인증시험 등의 도입을 통해서 이러한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관(官)이 편하자고 하면 민(民)은 힘든 법이다. 국민들은 지금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태에 처해있다. 수험생들은 그들의 아들딸들이며 그래서 그들도 지금 많이 힘들다. 이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정책이 결정되기를 바란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준영 2016-10-24 02:44:30
언론인도 맞는 사실이지만 공무원 영어책만 수십권을 내신 공무원 수험강사기도 하신건 사실이죠
댓글들을 쭈욱 봤는데 토익학원비 응시료비가 많이나가고 공무원 영어는 교재비 인강으로 보면 싸다는 논리는 맞지가 않습니다.
토익은 인강으로 보는 사람 없나요? 비용적,시간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토익이 쌉니다. 둘째 공무원 영어가 언제부터 개개인의 영어시험을 평가 할 수 있는 좋은 문제들이였나요? 시험 한번 끝날때마다 이의제기는 수백개가 쏟아집니다 국부유출이요? 국가에서 문제내는데 비용은요? 국부유출이 아니라 학원비 유출아닌가요?

김준혁 2016-05-24 23:24:08
토익은 한번 점수 취득하면 2년간 성적 유효.. 공무원 시험 영어는 이번 80 맞아도 다음 시험에 80 맞는단 보장 없음.. 그리고 공무원 시험 영어가 쉽나요? 영어 때문에 대부분 공시생이 과락 하고 떨어지는 현실인데... 토익 시험 대체로 한국형 토익 만든다 고 몇년째.. 못 만드는건...누굴 탓해야 하나요? 생각해 보니.텝스 있네요..한국에서 만든. 한국에서만 쓰는.. 텝스 도입 하면 되겠네요 국부 유출 우려도 없으니 근데.. 7급 영어시험 대체 텝스도 포함되어 있는거 아닌가요? 텝스625이상~

칠급에 토익이라니 2016-05-23 23:20:41
토익은 회사들서도 점수를 안믿는 추세고 그래서 토익치는 사람들 숫자가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라는데 이런상황에서 ybm의 줄어든 수익을 칠급공무원시험에 토익을 치르게해서 보전해준다는 것은 참으로 우스운 발상입니다. 적어도 국가가 공무원선발에 사적회사 것을 쓴다는 것은 말이 안되죠. 시험볼사람이 토익치르는 것에 찬성하는 것(쉽게 점수를 스킬로도 딸수있으니)과는 별개로 국가는 행위는 이런 개개의 개인이 좋다고 이것을 기준으로삼아서 하느건 아닌거같습니다.

헌법도입영어폐지 2016-05-22 14:50:15
7급 9급 전 직렬에 헌법 과목을 도입하되 영어 과목을 토익 시험으로 대체하지말고 영어를 폐지해야함이 모든 구조적 정책과 제도에 대해 궁극적인 해결 방안이 될 것이다.

길동무 2016-05-22 11:24:47
공무원시험영어를 토익으로 대체하려는 것은 매출 특정회사에 몰아주는거나 마찬가지죠. 나도 토익이 쉬울것같다는 인상이들긴하지만 학생들 다수가 토익을 설령 원한다해도 행정행위가 특정 사익을 위해서 움직여서는 안되는것은 당연합니다.
ybm 자회사 ㅡ 인사혁신처 가 아니길 바랍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