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의 마지막 사법시험 1차시험 응시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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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의 마지막 사법시험 1차시험 응시후기
  • 이웅
  • 승인 2016.03.04 12:49
  • 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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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웅

1. 서

동장군이 기승을 떨치는 2월 27일, 나는 사법시험을 보러 갔습니다. 참 길고도 짧았던 하루였습니다. 시험 전날 밤을 새고 아침에 경기고로 향했습니다. 도착해보니 학교 앞에는 경찰들이 서 있더군요. 괜히 설레었습니다. 검사가 되면 저런 멋진 경찰들을 지휘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교실 문에 들어가니 분위기가 확 느껴지더군요. 모두 비장한 각오로 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아마 이번이 ‘마지막 사시’로 모두 처자식을 베고 5000결사대를 이끌고 황산벌로 향했던 계백장군 같은 표정들이었습니다.

하나같이 영특한(?) 외모로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며 왠지 주눅 드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감상도 잠시 곧 저는 정신없이 책상에 앉아 제 선택과목이었던 노동법 조문들을 확인했습니다. 
드디어 시험감독관이 입장하고 1교시가 시작 되었습니다.

2. 빗나간 예상 - 헌법
 
헌법 1책형을 받고 종이 울리자 용감하게 시험지 봉인을 풀었습니다. 두~둥~! 등장한 것은 국회문제였죠. 제가 개인적으로 통치구조 part에서 가장 어려워하던 부분이 국회였습니다. 수많은 절차들, 그들만의 규칙들이 왜 그렇게 와 닿지 않는 건지요... 하필 이번 시험에 연속해서 5문제가 국회문제였습니다. 하늘을 원망했죠.

대충 풀고 다음문제들로 넘어갔습니다. 저는 기본권 part에 자신 있었습니다. 판례집을 수 회독 했고 최신판례까지 섭렵하여 달달 외우고 있었죠. 그런데 예상보다 기본권 부분이 적게 나오더군요. 그 두꺼운 판례집에서 나오는 부분이 그토록 적었다는 게 참 신기했습니다.

헌법을 다 풀고 씁쓸해지더군요. 사람에겐 직감이란 것이 있잖아요. 그다지 잘 보지 못했다는 게 무겁게 다가왔죠.

서둘러 노동법을 풀었습니다. 다행히도 노동법은 공부한 부분에서 나와서 별 무리 없이 풀었습니다.
1교시가 끝나고 줄담배를 피웠습니다. 헌법문제를 잘 못 푼 게 계속 걸리더군요.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한 시간이었습니다. ‘남은 시험을 잘 보면 돼’ 하고 계속 속으로 자위했죠. 

3. 다시 살아난 희망 - 형법
 
2교시가 시작 되었습니다. 다행히 형법문제들은 익숙한 문제들이었습니다. 느낌이 좋았죠. 별로 막히는 것 없이 풀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꼭 사시 문제 중에 특히 배점 4점에서 90%는 아는 판례인데 10%는 모르는 판례로 출제되는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답을 골라야 하긴 하는데 정답지에는 모르는 판례를 알아야 풀 수 있는 보기가 섞여 있었습니다. 4점짜리의 위용 앞에 정답의 가능성 있는 보기 2개 중에서 찍어야 하는 기분 정말 복권 찍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형법을 보자 조금 자신이 생겼습니다. 잘 풀었다고 느꼈기 때문이죠. 희망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마지막 민법에서 잘 보면 붙을 수 도 있다고 생각했죠.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3. 확인사살 - 민법

마지막 민법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느낌이 안 좋았죠. 전날 밤을 새서 그런지 몰라도 법률관계 분석이 잘 안되더군요. 갑이 누구고 을이 누구고 무엇을 했는지 머리에서 엉키더군요. 앞부분을 엄청나게 고민했습니다(특히 공동저당문제에서요). 그런데 시계를 보니 10문제 풀었는데 30분이 지나가 있더군요. 가슴이 서늘해졌습니다. 거의 읽는 둥 마는 둥 남은 문제를 빠르게 풀었습니다. 

시험감독관이 “10분 남았습니다.” 라고 말하자 여기저기서 한숨이 들려왔습니다. 아마 헬(hell)을 지나온 건 저 뿐만이 아니었나 봅니다.

4. 안녕, 사법시험!

교문을 나오며 시원하더군요. 이제 안녕~, 다시는 못 보겠지 사법시험. 완전히 이별을 고했죠. 시원했고 무거운 짐을 벗은 느낌이었습니다.

잘 보진 못했지만 그동안 노력해온 제 자신이 뿌듯하게 느껴졌습니다. 승패는 병가지상사라고 하잖아요. 붙어도 떨어져도 최선을 다했다면 스스로에게 그리고 지인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돌이켜 보면 판례 요지를 외워서 결론만 물어보는 문제에 대답을 해야 했기에 1차 공부를 하며 사람이 아닌 컴퓨터화 되는 저 자신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컴퓨터라면 모든 법조문과 해방 이후 판례를 모두 저장할 수 있고 꺼내올 수 도 있겠죠. 사시 1차 출제위원들이 원하는 것은 인간의 뉴런보다 컴퓨터의 메모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00년 정도 후 개발된 인공지능은 판례와 법조문을 다 암기할 수 있고 적용할 수 있는 정도의 지능까지 갖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법관 말들을 종교의 경전처럼 달달 암기해야 하고 적용해야 하는 이 사법시험이란 제도를 보며, 생각하는 동물인 인간으로서 많은 자괴감을 겪어야 했던 것 같습니다.

몽테스키외는 삼권분립론에서 사법부는 입법부가 제정한 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실증주의 학파들도 법의 정당성보다는 형식적 완결성을 추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 속에 양측 변호사들의(혹은 검사의) 치열한 논리와 법리 주장이, 그리고 원피고의 이익형량 과정에서 판단했던 고뇌의 산물이 오직 ‘판결요지’속에 매몰되어 법실증주의처럼 결론만 암기해야 하는 공부로 전락해 버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법시험을 대체할 로스쿨 제도에서는 학생들이 단지 로봇처럼 기계적으로 법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인간으로서 사건을 판단할 수 있는 그러한 교육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5. 마치며

로스쿨생들의 강력한 주장 속에 사시존치는 미궁 속으로 빠졌습니다. 하지만 사시가 사라질지라도 정의(Justice), 사랑(Agape), 그리고 평등(equality)이란 가치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젊은 날을 걸었던 우리들의 꿈과 노력, 눈물과 땀만큼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결과를 떠나 사법시험을 준비했던 모든 분들께 열심히 끝까지 노력했던 모든 분들께 정말로 수고 많이 하셨다고, 잘 견뎌 오셨다고, 경의와 존경의 의사표시를 전달해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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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2017-08-02 17:38:41
사법시험 수기가 이렇게 깊이없을수도있구나 9급공무원 수기도 이거보단낫겠다

ㅇㅇㅇ 2016-05-28 11:03:04
이분 페이스북 보니까 시험 직전까지 매일매일 열심히 SNS에 매진하면서 공부하는 사진을 올리는 둥 누가봐도 패션고시생으로 보이던데요... 이런 후기는 안쓰는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공부에는 암기가 필요한 법입니다. 암기를 기계적으로 하느냐, 이해로서 하느냐의 차이가 있을뿐... 공부에 대한 기본조차 없어 보이네요.. 이웅씨는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못하고 정말 열심히 사법시험에 매진해온 분들 앞에서 저런 저급한 후기를 쓴 것을 미안한 마음을 가지길 바랍니다.

기본이 ㅉㅉ 2016-03-20 20:58:37
중고등학교 빌려서 사법시험보는데 거기서 담배를 피우면 됩니까....

담배피우지 마세요..

지나가는이 2016-03-11 15:34:33
수고하셨습니다

흠.. 2016-03-09 00:59:02
시험보단,
학자의 길을 가셔야 할 분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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