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감기는 약 벅고 쉬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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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감기는 약 벅고 쉬면 안된다
  • 강경구
  • 승인 2015.12.0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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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구 열린내과 원장

‘서울은 만원이다’ 라는 소설로 이호철씨가 크게 히트를 친지도 오래되었고 [서울의 달]이라는 달동네 청춘 남녀들의 애환을 다룬 드라마가 채시라 명연기와 함께 우리들 가슴을 적신 적이 엊그제 같습니다. 그런데도 지금은 더 만원입니다. 뒷 산에 올라가보면 빼고빼곡 들어찬 것들이 옥탑방들입니다. 저렇게도 많은 집 중에 내 차지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항상 젊은이들을 격정시킵니다. 그렇게 한번 열받고 나면 사람들이 달라집니다. 눈빛이 형형거리고 매우 도시적이고 이기적으로 변해갑니다. 그래서 서울 사람들에게 [감기는 약 먹고 쉬면 낫는다]는 것이 통설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서울에서 인구 천만이 넘게 몰려 산지 벌써 수 십 년입니다. 거기다가 고도로 도시화되어 가면서 자동차 대수도 엄청나고 온실화 현상 때문에 서울 상공에는 [에어 포켓]같이 공기층이 뚜껑이 되어 덮어져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서울감기는 돈 들어야 낫는다]라는 유행어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전에는 푹 쉬거나 뒷동산 같이 공기 좋은 데에 가서 잘 먹고 놀면 다 나았습니다. 돈 안들이고 감기가 치료된 것이죠. 그런데 이제 그런 것은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감기는 약 먹고 쉬면 안된다]는 것이죠. 요새는 감기도 돈 들여야 낫습니다. 병원 가서 주사 맞고 약 먹고 어떤 때에는 링거 수액제까지 맞아야 낫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현상을 [서울 거주세]라고 부릅니다.

감기에 대한 전통적 자가 치료 방식이 전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것입니다. 우선 [감기는 무슨 약을 먹느냐? 잘 쉬고 영양분 충분히 공급받으면 되지!] 라는 생각부터 점검해 보겠습니다. 우선 그것은 일부는 맞는 이론입니다. 즉 서울 사람이 아니라 시골 사람들에게 아직도 들어맞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지금 당장 시골에서 사는 사람에게는 아직도 유효합니다. 고시촌 시민들께서 지금 당장 시골로 내려가시면 그렇게 해도 낫습니다. 그러나 서울 사람은 그래도 안 낫습니다. 안 낫는 정도가 아니라 잘못하면 사람 잡습니다. 첫 째 서울사람은 절대 쉬는 법이 없습니다. [일중독 한국인]이라는 널리 알려진 평가가 바로 서울 사람들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감기는 쉬어야 낫는다]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실제로는 한 시간도 쉬지 않고 있고 [타임 테크]라는 마술에 걸려 한시도 쉬지 못하고 무엇인가를 하고 있습니다. 쉬지 못하는 사람들이 바로 서울 사람들, 특히 그 중에서도 고시촌 시민들입니다. 길을 걸어도 무엇인가를 듣고 공부하고 있거나 음악을 듣거나 뉴스를 청취하거나 아니면 게임을 하거나, 통화를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저의 이러한 단정적인 어법에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은 많을지 몰라도 그 내용에 대해 부정을 하실 분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그러니까 [쉬면 낫는다]라는 통속적인 믿음은 근본부터 자기기만이고 자기모순에 빠진 생각입니다.

그 다음으로 [감기는 약국에서 약이나 먹고 며칠 두고 보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서울 사람들에게는 이 말이 틀립니다. 우선 첫 째 서울 공기는 읍이나 면소재지와 완전히 다릅니다. 공기의 질에 따라서 감기가 낫는 속도가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공기 질이 형편없이 나쁜 서울에서 시골 읍이나 면소재지에서 통하는 방식이 통할 리 없습니다. 당신은 읍에서 살고 계십니까? 서울에서 살고 계십니까? 반문해 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장소 감각이 많이 무뎌졌습니다. 주거지 환경에 대한 관찰력이 엄청나게 떨어진 현대 서울 사람들의 경직된 사고방식이 묻어납니다.

세 번 째로 중요한 것은 [약국약도 안 먹고 이겨내야 한다. 저항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감기를 스스로 이겨내는 연습이 필요하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본래 산중에서 수도원이나 절에 약도 없고 의사도 없던 시절에 민간요법으로서 만들어졌던 위와 같은 처방이 아직도 널리 통용되고 준수되고 있는 곳이 다름 아닌 한국 수도 서울입니다. 전세계에서 한국인만큼 수도자가 많은 나라도 별로 없을 것입니다. 누구나 다 [수도승]이나 [천주교 수사/수녀], 그리고 원불교 [교무]같은 생각을 하고 잇고 그렇게 행동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골 때리는 사람들입니다. 아니 무엇이 그렇게 수도할 것이 많은지 알 수가 없어요. 평상시에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채식을 주로 하면서 명상과 수행에 몰입하여 살아가는 수도원이나 절의 거주민들에게는 그렇게 해서 저항력을 키워 갔고 실제 그렇게 해서 형성된 저항력이 그들 체력을 지탱하여 줍니다. 그런데 서울 사람들은 어떻습니까? 수도를 합니까? 채식을 합니까? 규칙적인 생활을 지켜 나갑니까? 깨끗한 물을 제대로 먹기나 합니까? 공기나 제대로 좋은 공기 속에서 호흡을 하나요? 기본이 바쳐진 위에서 감기를 이겨내고 저항력이 배양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러한 기본 절차는 없어도 되는 듯이 깡그리 무시하고 하나도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감기와 맨몸으로 맞장 떠서 저항력을 키워보겠다는 발상은 황당하기 짝이 없습니다. 스트레스와 과로로 지쳐 있는 자기 몸을 전혀 돌보지도 않고 격투기 챔피언과 결투를 신청하는 꼴입니다. 죽어라고 얻어맞고 케이오 당해서 병원으로 실려 오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건강을 수호하는 의사로서 새로운 21세기 서울사람들에 대한 건강 수칙을 제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첫 째 감기 걸리면 바로 병원으로 간다. 약국을 들리는 것은 시간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몸에게나 시간 낭비, 돈 낭비, 몸 낭비이다. 둘 째 우리가 공기 질이 극도로 악화되어 있는 환경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셋 째 병은 빨리 낫는 것이 제일 좋다는 자명한 명제를 체득한다. 빨리 나을려면 기다려보고 관망하고 하는 시간이 필요없습니다.

강경구 열린내과 원장은 
1976년 서울의대를 졸업한 뒤 1982년 소화기 내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1988년 서울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수수했고 이래 심장초음파 시술, 내과 과장, 부장, 원장을 거쳤다. 중국 부여-고구려 유적 답사팀 주치의, 문학 석사 학위 취득, 봉은사 무료 진료소 설치, 서울역 노숙인 진료소 설치, 서울시 봉사상 수상 등 왕성한 의료,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 열린내과 02) 877-0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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