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합체 “혼인 파탄자, 이혼 청구 불가”
상태바
대법원 전합체 “혼인 파탄자, 이혼 청구 불가”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5.09.16 15: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판관 7대 6으로 이혼 ‘유책주의’ 기존판례 유지
“상대방 일방적 희생 초래하고 중혼 인정하는 꼴”
“파탄주의 수용하기에는 아직 제도적 장치 미흡”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혼인생활의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그 파탄을 사유로 하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다만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할 수 있다는 취지도 담았다.

대법원(재판장 대법원장 양승태, 주심 대법관 김용덕)은 15일 세 명의 자녀를 뒀음에도 15년간 외도 중인 A가 아내 B를 상대로 청구한 이혼청구 상고심(2013므568)에서 재판관 7(이혼 불가) 대 6(이혼 허용)의 의견으로 A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적 쟁점은 민법 제840조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부부의 일방이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재판상 이혼 청구)에서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가능한가 여부다.

종전 대법원은 혼인생활의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그 파탄을 사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유책주의’를 취해왔고 다만 예외적으로 상대방 배우자가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표면적으로 이혼에 불응하나 실제는 혼인의 계속과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행위를 하는 등 이혼의 의사가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해 왔다.

이날 전원합의체는 7인의 다수의견과 6인의 소수의견으로 나뉘어져 결국 기존의 ‘유책주의’를 유지하게 됐다.

다수 재판관은 스스로 혼인 파탄을 야기하고서 이혼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에 반하고 유책인 남성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불허함으로써 파단에 책임이 없고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열악한 여성배우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종래 판결의 취지를 고수했다.

이는 종래 해석을 바꾸려면 이혼에 관련된 전체적인 법체계와 현 시점에서 종래 판례의 배경이 된 사회적·경제적 상황에 의미있는 변화가 생겼는지 등에 관한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다.

먼저 파탄주의를 채택한 대부분의 나라가 협의이혼을 불허하고 있는 반면 우리 법제는 이를 허용하고 있어 굳이 재판상 이혼까지 파탄주의를 도입할 필연적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이어 현 단계에서 파탄주의를 취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널리 인정할 경우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즉 영국, 독일, 미국 등 파탄주의를 채택한 나라는 이혼 후 상대방 배우자에 대한 부양책임 제도 등 자녀·상대방 배우자의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무런 법적 보호 장치를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 중혼에 대한 형사 제재가 없는 상황에서 곧바로 파탄주의를 도입할 경우 법률이 금지하는 중혼을 결과적으로 인정하게 될 위험이 크고 특히 우리 사회가 사회경제의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이 실현됐다고 보기에는 아직 미흡하다는 점을 유책주의 유지 및 상고 기각의 이유로 삼았다.

다만 다수 재판관은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의한 이혼 내지 축출 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 외에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는 경우를 확대했다.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으로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

대표적으로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뤄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했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돼 쌍방이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할 정도가 된 경우다.

이 때 유책배우자의 책임의 태양·정도,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 및 유책배우자에 대한 감정, 당사자의 연령, 혼인생활의 기간과 혼인 후의 구체적인 생활관계, 별거기간, 부부간의 별거 후에 형성된 생활관계, 혼인생활의 파탄 후 여러 사정의 변경 여부, 이혼이 인정될 경우의 상대방 배우자의 정신적·사회적·경제적 상태와 생활보장의 정도, 미성년 자녀의 양육·교육·복지의 상황, 그 밖의 혼인관계의 여러 사정 등이 판단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법리를 제시했다.

▲ 제공: 대법원

반면 6인 대법관은 실질적인 이혼상태에 있는 부부공동생활관계에 대해 이혼을 인정함으로써 법률관계를 확인·정리해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파기 환송 의견을 냈다.

사회·경제적 환경의 변화와 이혼 법제 및 실무의 변화로 사회적 여건이 성숙되고 법적·제도적 보완도 상당히 이뤄졌고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는 ‘제6호 이혼사유(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

특히 혼인의 실체가 소멸한 이상 귀책사유는 혼인해소를 결정짓는 판단기준이 되지 못하고 귀책사유에 대해서는 이혼에 따른 배상책임 및 재산분할 등에 충분히 반영함으로써 상응한 책임을 묻고 상대방 배우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용한다면 상대방 배우자나 자녀의 이익을 심각하게 해치는 결과를 가져와 정의·공평의 관념에 현저히 반하는 객관적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혼을 불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B(여)와 1976년 결혼해 성년 자녀 3명을 둔 원고 A(남)는 1998년경 C(여)와의 사이에서 혼인 외의 딸이 출생하자 2000년 1월경 집을 나와 현재까지 약 15년간 C와 동거해 오다 B를 상대로 재판상 이혼을 법원에 청구했다.

1심 및 원심은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로서 이혼을 하락할 수 없다”며 기각하자 A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이혼에서 유책주의를 고수할 것인지, 파탄주의로 전면화 할 것인지를 두고 그동안 법조계를 비롯한 사회적으로도 논란됐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을 두고 지난 6월 전원합의체 생방송 중계 공개변론을 거치는 등 사회적 중론을 모으는데 주력했지만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을 재 선언했다.

이번 판결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수준의 이혼율 중가를 억제하고 법률상 배우자를 보호하는, 개인의 행복 추구보다 가족·혼인제도의 가치를 더 중시하는 취지로서 가족제도에 대한 사회적 논란을 종식했다는데 의미가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결정에는 파탄주의를 받아들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부분도 제시된 만큼 향후 또 다른 사건을 통한 판례변경의 가능성도 열려 있음을 시사한다.

참고로 이번 판결문 전문은 대법원 홈페이지(http://www.scourt.go.kr/sjudge/1442294817650_142657.pdf)를, 관련 공개변론 유튜브 동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Vf9u2dZlMlI&feature=youtu.be)을 참고하면 된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