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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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가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5.08.21 12:0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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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지난 17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사법시험 존치 토론회는 기존에 몇 번이나 개최된 다른 토론회와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다.

사법시험이 폐지됨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고시생과 대학생들이 직접 발언대 위에 올랐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아무래도 주변인들의 전언보다 당사자가 직접 하는 말이 더 울림이 크듯 고시생과 대학생들이 스스로의 목소리로 전달하는 이야기는 지금까지 있었던 어떤 토론회와 공청회에서의 발언들보다 설득력과 호소력이 컸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토론자로 나선 창지훈씨의 이야기였다. 두 번의 고사 끝에 다른 사람들의 앞으로 나와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기로 결심했다는 창씨는 사법시험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고 수험생으로 지냈던 시간에 대해 이야기했다.

전문대학을 중퇴해 고졸인 창씨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법시험 수험생의 길에 들어섰다. 공부를 하다 자신감을 잃고 취직을 하기도 했지만 꿈이 부르는 소리를 모른 척 하지 못하고 다시 수험의 길로 돌아왔다. 하지만 집안에 우환이 생기며 공부에만 집중하기 어려워지면서 다시 꿈을 접게 됐다는 사연을 담담한 목소리로 전했다.

이 날 토론회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기자는 오랫동안 소식이 끊겼던 지인을 우연히 만났다. 그는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인해 일을 하면서 학교를 다녔다. 그러다 보니 졸업까지 10년이 걸렸다. 이후 여러 가지 일들을 하며 돈을 벌다 2년전부터 사법시험에 도전하고 있다. 여전히 형편은 어렵지만 소비를 최소화하며 수험생활을 하고 있다. 

내년이면 마지막 1차시험, 그리고 2017년이면 폐지되는 사법시험이지만 아직도 수많은 이들이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조인이 되는 것을 목표로 열정을 바쳐 공부를 하고 있다.

사법시험이 예정대로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이들을 고시낭인이라고 부른다. 사법시험에 매달려 인생을 낭비하고 있고 이는 국가적 손실이라고 한다. 몇 년씩 고시공부를 하면서 가족들의 등골을 뺀다고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법시험 폐지론자들의 주장 가운데 가장 납득이 어려운 부분이다. 자신의 목표와 꿈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일이 왜 지탄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세상에는 몇 번이나 사업을 하다 망하는 사람도 있고, 정치인이 되겠다고 선거에 나왔다가 매번 낙마하는 사람도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대학입학시험에 떨어지고 로스쿨 입학시험에 떨어지고 취직시험에 떨어지고 공무원시험에 떨어지고 자격증시험에 떨어진다. 사법시험 수험생들의 도전을 막으려면 세상의 모든 도전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를 세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 

창씨는 말했다. 꿈을 꾸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지금은 포기해도 언젠가는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최근에 만난 한 국회의원에게 창씨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그는 사법시험 존치 문제를 신뢰이익의 문제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사법시험 수험생들을 조금이라도 더 구제할 수 있도록 존치 기간을 조금 연장하고 결과적으로 로스쿨 일원화로 가야하지 않겠냐는 것. 

기자도 반드시 사법시험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돈이 없어도, 시간이 아무리 오래 걸려도,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학벌이 좋지 않아도, 대학에 가지 못했어도, 그 어떤 조건에도 상관없이 언젠가는 법조인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꿀 수 있고 노력과 실력만으로 그 꿈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로스쿨 일원화를 주장하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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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리 2015-08-21 17:01:06
정확한 지적을 해주셨군요. 동감합니다.

국민소리 2015-08-21 17:01:06
정확한 지적을 해주셨군요.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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