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7 기획] 신림동 고시촌, 이제는 공시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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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7 기획] 신림동 고시촌, 이제는 공시촌?
  • 이인아 기자
  • 승인 2015.05.15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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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인아 기자] 최근 공무원 수험생들이 노량진에서 신림동으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생활하는데 일단 비용이 적게 들고 차분한 분위기 때문에 공부를 보다 집중력 있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공시생들은 고시촌을 선호하고 있다. 반면 사시폐지 및 행시 축소 등 채용 변화에 따라 고시생들의 입지는 줄고 있는 모습이다. 이전에 고시촌이 고시생들의 터전이었다면 최근에는 공시생들의 유입과 직장인들의 이전으로 이들의 쉼터가 되가고 있다. 2015년 현재 고시촌은 어떤 모습일까. 고시촌의 현 주소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  

신림동으로 이동하는 공시생들 

신림동 고시촌은 예부터 사시나 행시 등 고시를 준비하는 고시 수험생들의 터전이었다. 또한 노량진은 7급 이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메카였다. 고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은 고시촌으로, 7,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노량진으로 향하는 것이 통과의례처럼 있어왔다. 그러나 2017년 사시가 폐지되고 최근 행시 선발 축소 및 경찰 증원, 7,9급 선발 확대 등 공무원 채용제도 변화에 따라 신림동 고시촌과 노량진에 터줏대감으로 있는 수험생들의 희비가 갈리고 있는 모습이다.  

 

경찰, 7급 수험생 늘어나

2017년 사시 폐지 및 향후 행시 선발 축소에 따라 신림동 고시촌은 고시 수험생들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반면 선발이 확대되고 있는 7,9급 공무원 수험생들은 기존 공시생들의 메카인 노량진에서 고시촌으로 까지 영역을 넓혀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시촌에서 고시 외 7·9급,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고 이에 고시촌이 이제는 공시촌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같은 흐름에 따라 노량진에 있는 공무원 학원 일부는 지난해부터 신림동 고시촌에 분점을 내고 현재까지 성황 속에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신림동에 있는 한 경찰 학원 관계자는 “지난해 신림동에 학원이 들어왔다. 개설되는 반이 일찍 마감이 될 만큼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며 “노량진에서 신림동으로 이동하는 수험생도 있고 아예 지방에서 노량진 대신 신림동을 선택해 오는 수험생도 많다”고 설명했다. 노량진에서 수강생이 850여 명이라면 신림동은 500여 명 정도로 노량진과 대비했을 때 결코 뒤처지지 않는 인원이라고 그는 귀띔했다. 7급 공무원 학원 관계자는 “노량진에 있다가 최근 신림동 고시촌까지 진출하게 됐다. 아무래도 면학분위기는 노량진보다 고시촌이 더 낫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는 사시폐지가 공무원 수험생들의 고시촌 유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으며 앞으로도 공무원 수험생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새 책, 중고책 등 교재 판매↑

공시생의 신림동 고시촌 유입 확대로 서점에 있는 공무원 수험 교재도 활발히 판매되고 있는 모습이다. A서점 관계자는 “공무원 수험 교재 판매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세무사나 법무사 등 자격증 교재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며 “사시폐지로 법전 같은 경우 출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고 판매율도 줄고 있지만 공무원 수험 교재는 전년대비 배 이상 늘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찰 교재, 7급 행정직 교재를 많이 찾고 있어 물건을 뗄 때 판매율을 감안해 물량을 정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신림동 고시촌에는 노량진과 달리 중고서점이 즐비해 있다. 중고서점은 인터넷 판매도 병행한다. 노량진의 경우 대부분 새것을 파는 서점이고 1곳의 중고서점이 있긴 했지만 현재는 이전했다는 후문이다. 고시촌 중고서점 역시 공무원 수험 교재가 최근 많이 판매되고 있는 분위기다. B서점 관계자는 “공무원 수험 교재 판매가 대폭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팔리고 있다. 전년대비 10%정도 판매율이 오른 것 같다”고 전했다. 고시촌에 공무원 수험생들이 늘어남에 따라 서점 내 책의 위치를 바꾸는 것을 고려중이라고 그는 귀띔했다. 잘 팔리는 공무원 수험 교재를 앞으로 배치한다는 것. 법 과목 외 국어, 영어, 한국사 등 교재를 많이 찾는 것으로 그는 봤다. 

공무원 수험 교재 판매는 늘고 있는 상황이지만 새 책과 중고서적 판매율은 다소 상이한 모습이다. 새 책 판매율은 배 이상 늘어난 반면 중고서적 판매율은 상승 비율이 크지 않았던 것. 

한 중고서점 관계자는 공무원 수험생들이 고시촌에 많이 상주하고 있고 공무원 수험 교재를 찾는 것도 예년보다 늘긴 했지만 수험생들이 중고보다는 새 책을 더 많이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고시생들은 옛날 교재도 많이 찾고 팔러오기도 하지만 공시생들은 새 책을 주로 구입한다고 본 것. 이에 따라 중고서점에서 공무원 수험 교재 회전율은 크지 않고 책을 팔러온 수험생도 적어 온라인 판매도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그는 “공무원 학원이 고시촌에 들어서면서 확실히 공시생들이 늘었다. 그렇다고 고시생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아니다”며 “서점이 크게 변할 일은 없지만 분위기에 맞춰서 운영을 해나갈 필요는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행시생→7급, 사시생→로스쿨 전환↑

사시폐지 및 행시 축소 등 공무원 채용 변화에 따라 일부 고시생들은 7,9급 공무원 시험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기도 한다. 실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7,9급 공무원 시험장, 면접장에서 고시를 준비하다가 눈을 낮춰 공무원 시험으로 방향을 바꾼 고시생들이 종종 보였다. 

그러나 채용이 변화됐다고 기존 고시생들 모두 방향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행시생들은 7급 일행직에도 도전할 의향이 있는 모습이지만 사시생들은 차선책으로 로스쿨을 준비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고시촌에 있는 한 사시생은 “사시가 폐지된다고 해서 7,9급 공무원 시험을 치르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단언했다. 그는 “주위를 보면 행시생들이 7급이나 다른 공무원 시험을 고려하는 경우는 봤지만 사시생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친구들도 차라리 로스쿨로 가는 것을 생각하고 있는 모습이다”고 설명했다. 한 독서실 관계자는 “입실생 중 대부분이 고시생이고 공무원 수험생은 1%도 안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고시촌에 공무원 수험생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환경적인 변화일 뿐, 기존 고시생들이 목표로 하는 시험은 분명하고 하향지원하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수험가 사람들의 생각이다. 

신림동 고시촌 ‘저렴한 비용’ 메리트  

아직까지는 신림동이 공무원 시험과 관련한 정보 교류, 강사 접촉 등 교육 인프라가 노량진보다는 약한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림동으로 수험생들이 오는 이유는 단연 저렴한 비용 때문이다. 또한 면학분위기가 노량진보다 더 낫다는 이유에서다. 

7급 행정직을 준비 중인 한 수험생은 “비용이 다른 곳보다 적게 들어 신림동에서 공부하게 됐다”며 생활비가 적게 드는 편이고 학원도 원룸과 가까워 만족한다는 입장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이사하는 수험생에게는 무엇보다 방을 구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신림동은 노량진보다 시세가 저렴하게 형성돼 있고 시설도 깔끔해 공부하는 동안 살기에는 무난하다는 게 학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신림동은 노량진과 비교했을 때 수험생들의 기대수준이 높은 만큼 더 집중력 있게 공부하는 학습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한 수험생은 “노량진에서 공부를 하다가 신림동으로 왔는데 조용한 분위기 탓에 공부가 더 잘되는 기분이다”고 전했다. 그는 강사들도 노량진과 신림동에 있을 때 강의하는 태도가 다소 다르다고 생각했다. 

또한 신림동 고시촌의 경우 관리형 커리큘럼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학원과 연계한 식당이나 원룸은 원가보다 저렴하게 제공하기도 한다. 학원이나 독서실은 집중관리형으로 운영돼 자발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힘든 수험생들은 일부러 신림동으로 오기도 한다. 

신림동의 조용한 분위기가 장점이 될 수 있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노량진에서 신림동으로 오는 수험생도 있지만 반대로 고독한 분위기가 싫어서 신림동에서 노량진으로 유턴하는 수험생들도 눈에 띈다. 한 수험생은 “신림동은 공부를 했던 사람들이 더 집중하기 위해 오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시험을 처음 준비하는 신규 수험생이나 외로움을 많이 타는 수험생들은 노량진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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