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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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추진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5.05.11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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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제도개선위 ‘소제기 전 증거조사제도’ 건의
증거편중 해소・사실심 충실화 기반 마련 기대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A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의료사고로 사망한 피해자 S씨의 유족은 진료기록 등을 조기에 확보해 의료진의 과오 여부를 신속히 파악하고자 했지만 필요한 중요 증거는 병원 측이 보관하고 있으므로 증거수집에 대한 병원 측의 협력 없이는 소송을 제기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법원에 증거보전신청을 하려고 해도 A병원에 진료기록이 남아 있고 증거가 소실될 위험이 있음을 소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증거보전의 필요성을 소명하기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이에 곧바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고자 했지만 A병원이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을 불이행해도 별다른 불이익을 받지 못한다는 변호사의 조언에 민사소송 제기를 포기했다. A씨의 유족들은 변호사의 권유에 따라 주치의를 업무상과실치사죄로 형사고소 했지만 수사기관은 강제수사인 압수・수색 조치에 주저했고 결국 S씨의 사망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6개월이 경과됐다.

▲ 사실심 충실화 사법제도개선위원회는 지난 8일 개최된 제4차 회의에서 '소제기 전 증거조사제도'를 신설을 건의할 것을 의결했다.

이처럼 증거편중으로 인해 발생하는 억울한 사례가 줄어들 전망이다. 재판 개시에 앞서 증거와 서류 등을 공개하도록 하는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의 도입이 추진되는 것.

사실심 충실화 사법제도개선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지난 8일 4차 회의에서 ‘소제기 전 증거조사제도’를 신설을 건의할 것을 의결했다.

소제기 전 증거조사제도는 미국과 영국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 디스커버리 제도와 유사한 제도로 양쪽 당사자가 분쟁 초기단계부터 대등한 위치에서 관련 증거에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증거의 구조적 편재 현상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의료기관이나 기업, 국가기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을 하는 경우 개인인 원고의 증거 확보권을 보장함으로써 ‘무기 평등’의 실현에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제기 전 증거조사 제도가 도입되는 경우 어떤 변화가 생길까. 앞서 예시한 사례에서 S씨의 유족들은 법원에 소제기 없이, 소제기보다 적은 비용으로 문서제출명령 및 서증에 대한 증거조사를 신청할 수 있다.

법원은 증거조사 개시결정 후 A병원에 증거보전명령을 발령하고 진료기록에 대한 문서제출명령을 내리게 된다. A병원은 문서제출명령을 거부하려 했으나 거부하면 S씨의 유족이 제기하는 손해배상소송에서 유족의 주장이 그대로 인정될 수 있다는 변호사의 조언을 듣고 진료기록 일체를 법원에 제출하고 법원은 쌍방이 참여한 가운데 증거조사를 실시한다.

법원 전문심리위원이 증거조사기일에 참여해 진료기록을 분석하고 의견서를 제출한다. 법원은 증거조사결과를 기초로 한 화해안을 제시하고 증거 조사된 기록은 그대로 본안소송의 자료로 활용되고 본안소송을 하는 경우 많은 추가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므로 화해안을 수용해 조속하고 원만한 해결이 가능해진다는 것. 만약 화해안을 거부하고 본안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증거조사결과의 활용을 통해 이전에 비해 효율적인 재판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위원회의 건의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소제기 전 증거조사는 ‘민사상 다툼과 관련이 있는 사실을 확정하는 것에 법률상 이익이 있는 당사자’가 ‘그 다툼의 해결에 필요한 증거’에 관해 신청할 수 있으며 이는 본안소송 제기 전에만 가능하다. 대상은 증인과 서증, 감정, 검증 등 민사소송법상 모든 증거가 포함된다.

위원회는 증거유지명령 등을 통해 증거조사 대상 증거의 은닉・변작 행위를 방지함으로써 소제기 전 증거조사절차 개시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할 것을 건의했다.

주로 상대방을 모욕하거나 괴롭히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와 같은 신청의 남용 등 제도 도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로 개시신청 기각사유를 규정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성도 언급했다.

위원회는 “소제기 전 증거조사제도의 도입을 통해 증거수집의 기회가 확충됨에 따라 분쟁의 조기 해결 및 화해적 해결이 촉진되고 본안소송의 심리가 충실해지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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