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위장병 같은 감기, 감기 같은 위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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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위장병 같은 감기, 감기 같은 위암
  • 강경구
  • 승인 2015.05.0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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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구 열린내과 원장

벌써 40여 년 전에 독서계를 강타하는 책이 있었지요. 일본 작가가 지은 소설인데 [하얀 거탑]이라고 하여 우리나라에 소개되어 엄청난 히트를 쳤지요. 내용은 다 아시겠지만 흰색 가운을 입은 종합병원 의사를 주인공으로 하여 의료계 내부의 권력 암투를 그린 책입니다. 의료계에도 권력의 요직을 놓고 엄청난 암투를 벌이지요. 주인공 외과의사는 매우 출세욕이 강한 사람인데 다른 의사들을 음해하는 측면에서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지요.

모든 소설에서 그러하듯이 그러한 의사에게 박해를 당하고도 꿋꿋이 살아가는 선량한 의사도 같이 등장합니다. 이름은 잊어버렸지만 결국 착한 의사는 살아남고 좋은 의사로 살아가는데 반하여 출세욕이 강한 의사는 평소 소망하던 대로 권력을 쥐는 병원장 자리에 오르지만 결국 암에 부닥치게 되어 좌절합니다. 그런데 그가 걸린 암이 바로 [위암]이었고 그 증세가 다름 아닌 [구역질]이었습니다. 그는 다른 의사도 아니고 위암 조기 진단을 실시하는 의사였고 위암 국가사업의 총책임자였습니다. 전국적으로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사업을 벌여나가면서 수많은 부조리를 자행하던 그는 어느 날 스스로에게 찾아온 이상한 증세, 다름 아닌 [구역질]을 느끼게 됩니다. 다들 그러하듯이 그는 그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소화불량 증세라고 생각하고 넘어갑니다.

그러나 그 증세는 1달 뒤에 다시 찾아 들고 다시 무시하지만 몇 달 후에 다시 찾아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스스로를 검사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엄청난 부귀와 명예가 다가오는 시점이어서 스스로에게 그러한 [위암]이라는 그늘이 다가온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당당하게 무시하고 지나갑니다. 마침내 6개월 남짓 지나간 어느 날 아침 세수를 하다가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게 됩니다. 이상하게 검어진 얼굴, 그리고 노랗게 물들은 안구 색깔! 깜짝 놀랄 정도로 상태는 악화되어 있었습니다. 황달이었던 것이구요. 황달은 이미 위암이 간에로까지 옮겨갔다는 싸인 이었던 것이죠.

여기서 지나간 2류 통속소설을 이렇게 읊어대는 이유는 전형적인 위암 환자의 코스를 그대로 잘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첫째 가장 중요한 증세, [구역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별하게 잘못 먹은 것이 없는데도 별안간 나타나는 [구역질]은 조심하셔야 합니다. 대개는 [위암/ 식도암]의 증상일 경우가 많습니다. 통증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지적하고 싶습니다. 둘째 위암이 간으로 옮겨가서도 한 참 뒤에까지 본인은 아무런 증세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서 증세만 갖고서는 위암은 영원히 발견이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약간이라도 이상항 느낌이 들거나 증세가 이해하기 어려울 때에는 바로 의사에게 찾아가셔야 합니다.

문제는 요새 감기가 위장병같이 유행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희한한 것이 감기에 해당되는 증세로는 그냥 목만 아픈 것으로 나오고 그 밖에는 대부분 복통이나 소화불량으로 나타난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그래서 얼핏 보면 감기라기보다는 위장염, 체기나, 복통 등으로 생각하기 딱 알맞게 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개가 하는 여름 감기를 하다 보니 이렇게 사람이 바뀌는가 봅니다. 하기는 요새는 대한민국이 매우 [미개한 나라, 미개한 종족]이라는 것이 이제 정설로 고착되어가고 있으니 그럴 법도 하겠습니다. 미개한 나라에 미개한 질병이 돌아다니는가 봅니다. 요새 감기는 목 아픈 것을 빼면 그냥 위염이나 장염과 다를 것이 없다고 정리되겠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감기가 이비인후과에서 치료하다가 안 나으니까 그냥 주저앉아 버리는 형태로 지나가게 됩니다. 그냥 체했나 보다~ 라고 생각하고 어기적거리는 사이에 2~3주 지나가버리고 그 후에 아주 못 견디겠으면 그제서야 내과로 찾아옵니다. 그러니 그 동안에는 고시 공부가 안되고 능률이 저조한 상태에서 매일매일이 쳇바퀴 돌듯이 지나갑니다. 입력이 안 되는 채로 스트레스 먹고 시험 점수는 개판이어서 가슴쓰리고 여러 가지 희로애락이 고시촌에 물결쳐댑니다. 하기는 고시촌도 옛날이야기이고 이제는 휑하니 비어가는 촌락의 풍경들이 을씨년스럽기만 할 따름입니다.

마지막으로 위암 검진 제도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마치겠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모든 의사에게 다 [위내시경]을 실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외과의사, 산부인과의사, 임상병리의사, 피부과의사, 신경외과의사 모두가 다 위내시경을 한다고 광고하고 검진 기관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정부도 그에 장단을 맞추어 다 허용해 주고 있습니다. 이게 되겠습니까? 내과의사, 그 중에서도 소화기 전문의가 실시할 암 검진 사업을 아무나 다 내시경 한다고 발견이 되는 줄 아나 봅니다.

소화기내과 의사한테서 위암 검진을 받으셔야 합니다.

강경구 열린내과 원장은 
1976년 서울의대를 졸업한 뒤 1982년 소화기 내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1988년 서울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수수했고 이래 심장초음파 시술, 내과 과장, 부장, 원장을 거쳤다. 중국 부여-고구려 유적 답사팀 주치의, 문학 석사 학위 취득, 봉은사 무료 진료소 설치, 서울역 노숙인 진료소 설치, 서울시 봉사상 수상 등 왕성한 의료,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 열린내과 02) 877-0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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