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힘내세요~’ 전하지 못했던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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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힘내세요~’ 전하지 못했던 아쉬움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5.04.24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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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늘 굵직한 시험의 합격자 발표가 날 때면 적지 않게 피곤하다. 발표당일 신문사로 걸려오는 문의 전화에 응하느라 기자들은 종일 전화통과 싸우곤 한다. 지난 10일에는 제4회 변호사시험의 합격자 발표가 있었다. 이미 수일전부터 수험생 당사자보다는 일부 학부모들로부터 구체적 발표 시간, 합격가능성 여부 등을 묻는 질문이 쏟아지곤 했다.

합격자 발표 하루 전인 9일 오후에는 변호사시험 응시생 아버지로부터 합격자 발표가 났는데 이름은 알 수 없냐며 다그치는 전화를 받았다. 깜작 놀란 기자는 법무부 변호사시험 홈페이지에 접속했지만 확인을 할 수 없었다. 늘 이맘때면 장남삼아 걸려오는 전화라는 생각에 기자가 오히려 화를 냈다. 3회 시험 합격자 발표내용을 착각한듯해서 ‘혹, 올해가 제4회 시험인 것을 아시냐’고 되묻자 그때서야 그는 실수라며 미안해했다. 기자 또한 무안해서 화를 낸 것을 미안해하며 통화를 마무리했다. 

10일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 직후에도 문의는 멈추지 않았다. ‘혹, 합격자 이름은 알 수 없냐’ ‘당락여부를 알고 싶다’ 등 학부모들의 궁금증이었다. 변호사시험은 수험번호만 발표되고 있어 본인 외에는 당락여부를 확인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걸려오는 전화에 응하다보면 ‘명단을 왜 발표 안 해서...’라는 투덜거림이 좀체 사라지질 않았다.

정확히 1주일 후인 17일에는 제57회 사법시험 제1차시험 합격자 발표가 있었다. 로스쿨 출범에 따른 사법시험 폐지가 가시화되면서 선발인원이 급격히 감소해 예전처럼 문의전화가 빈번하지는 않았다. 올해는 최종 150명을 선발하고 내년에는 100명으로 더욱 줄어든다. 합격자 발표 결과 347명, 합격선은 총점 282.91점에서 결정됐다. 총 응시자 3,930명의 경쟁을 뚫고 합격자 이름을 올린 이들은 쾌재를 불렀지만 외부에 드러내기를 참으로 미안해 하는 하루였다.

이날 역시 수험생 및 학부모들의 조바심은 컸다. 급기야 정오가 지나기도 전에 홈페이지는 접속자 과다로 시시각각 다운되곤 했다. 오후 5시경 합격자 발표가 법무부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됐다. 역시 사법시험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명단까지 공개됐다. 덕분에 발표 이후 문의는 뜸했다. 변호사시험과는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다만 몇 몇 수험생들의 전화문의는 이어졌다. ‘원거리에 있어 인터넷 확인이 불가능하니 명단을 확인해 달라’ ‘인터넷 연결이 불가능한데 이름을 확인해 달라’ 등 손을 떨리게 하는 문의들이었다. 속보 기사 등으로 분주한 가운데 다소 귀찮았지만 애써 태연한 척 일일이 확인해 주었다. 하지만 이날 기자는 후회스럽게 놓친 부분이 있어 아직도 아쉬움이 가시질 않는다.

‘아무리 찾아봐도 이름이 없는 듯합니다’며 끊은 것이 여유를 갖은 이후에야 아차 하는 후회감이 됐다. ‘아쉽지만...힘내세요~’라는 위로 한마디를 전해주지 못한 게으름과 미안함이 앞섰기 때문이다.

내년 1차시험을 끝으로 사법시험이 폐지된다면 그에게는 올해가 마지막 시험이었지 않았을까 싶어 후회감은 더욱 컸다. 종종 연말이 되면 사법시험, 행정고시 합격생의 학부모들로부터 떡을 받곤 한다. 자녀의 수험기간 동안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합격에 대한 감사의 떡을 정성스레 만들어 보내주던 학부모들이 있어 왔다. 때론 불합격했음에도 보내 주던 한 어머니도 있었다.

왜 그날, ‘힘내세요’ 라는 위로의 말 한마디를 못했을까. 받는 것에만 익숙해진 탓일까. 그날 전하지 못한 말을 지면을 빌려 전할까 한다. ‘명단에는 없는 듯하지만, 힘내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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