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최규하 전 국무총리와 흙탕물 속의 이완구 국무총리후보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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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최규하 전 국무총리와 흙탕물 속의 이완구 국무총리후보에 대한 단상
  • 오시영
  • 승인 2015.02.1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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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다음 주 2월 25일이 되면 박근혜 정권은 만 2년을 맞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년 동안 5명의 국무총리 후보를 지명하였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 중 김용준, 안대희, 문창극 후보는 과거 경력 및 살아온 삶의 연륜에 흠이 많다는 부정적 여론이 높아 국회 청문회에 나가 보지도 못한 채 스스로 후보직을 사퇴하고 말았다. 현재 국무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는 정홍원 국무총리도 많은 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권 출발을 더 이상 지체시킬 수 없다는 여야 간의 정치적 타협에 의해 간신히 인사청문회를 거쳐 국무총리로 임명되었으나,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인해 사표를 제출하였고,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수리하기로 하였으나 후임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인사참극 행운(?)으로 지금까지 국무총리직을 수행하고 있으나, 사실상 식물총리나 다름이 없다고 하겠다.

이제 다섯 번째 국무총리 후보자로 이완구 국회의원이 지명되었고, 그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지난 2월 10일과 11일 양일 간에 걸쳐 실시되었다. 그를 둘러싸고, 자신과 둘째 아들의 병역 면제 또는 방위 근무에 대한 의혹, 5공 시절의 국가보위대책위원회(국보위) 근무 경력, 성남 땅 및 타워팰리스 등 투기지역의 아파트 매입 등을 둘러싼 부동산 투기 의혹, 박사 학위 논문에 대한 표절 의혹, 경기대 교수 임명 및 휴직을 둘러싼 경력 관리 의혹, 우송대 석좌교수와 6시간 강의 대가에 대한 고액 급여 수령 의혹, 둘째 아들에 대한 부동산 증여 및 고액소득자인 그의 건강보험료 미납 문제, 특히 젊은 기자들과 나눈 언론 통제에 대한 그의 잘못된 언론관을 둘러싼 부적격성 등 수많은 의혹들에 대한 청문회 절차가 끝났다. 의혹의 일부는 해명되었지만, 일부는 해명되지 못한 채 일단 청문회는 종료되었다. 여당 원내대표로서 원만한 여야관계 형성에 일정부분 기여한 바가 있어서 지명 초기에는 우호적 태도를 보이던 야당과 여론은 그를 둘러싼 비리가 백화점에 진열된 상품처럼 불거지자 그를 국무총리로 동의할 수 없다는 쪽으로 입장이 바뀌고 있는 듯하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제중심제국가인 헌법체계상 평소에는 의전총리, 대독총리 등 대통령의 보좌역할을 하다가 대통령 임기 동안은 대통령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국무총리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어 사직케 하는 경우가 참으로 많았다. 대부분의 국무총리는 그런 이유로 사임하였다. 헌법 제86조, 제87조 및 제94조는 국무총리에 대해 대통령을 보좌하며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하고, 각부 장관을 제청하며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국무총리가 헌법상의 위 권한을 적극 행사하겠다고 나서게 되면 대통령과 각을 세우게 되어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고 만다. 이로 인해 갈등을 일으켰던 국무총리로는 새누리당(당시 당명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였던 이회창 전 총리가 있고, 반면에 대통령이 그러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면 말 그대로 실세총리로서 헌법상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데, 그러한 총리로는 노무현 대통령시절의 이해찬 총리가 있다고들 한다. 현재 박근혜 정권에 있어서 초대 국무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는 정홍원 국무총리는 세월호 참사 이후 사실상 허수아비 식물총리나 진 배 없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이처럼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국무총리의 권위를 어느 정도 인정하느냐에 따라 국무총리의 위상이 결정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어찌 보면 별 것 아닐 수도 있는 국무총리를 우리 헌법은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엄격하게 규정하였을까? 여기에 이르면 필자는 불현 듯 최규하 전 국무총리가 생각난다. 우리 헌법 제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하여, 대통령 궐위 시 제1순위 대통령권한대행자로 국무총리를 규정하고 있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최측근이었던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에 의해 시해되는 참사가 발생하였고, 그 순간 당시 국무총리이던 최규하 국무총리는 당시 시행 중이던 소위 유신헌법 제48조(현행 헌법 제71조와 내용이 같다)에 의해 대통령권한대행으로 취임하여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게 되었다.

당시 유신헌법 제66조는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ㆍ영토의 보전ㆍ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 권력의지가 없던 최규하 대통령권한대행은 전두환 군부독재세력의 총칼에 위협받아 질질 끌려 다니다가 그들의 정권탈취각본에 따라 꼭두각시 대통령으로 취임하였고, 결국은 임기 중 중도 사퇴함으로써 전두환 제5공 군사독재정권의 철권통치가 가능하도록 길을 터주고 말았다. 민주주의를 수십년 후퇴시켜 버린 것이다. 위 헌법 제66조처럼 대통령은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수호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 직접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따라서 대통령 궐위 시 대통령의 제1순위 권한대행자인 국무총리를 임명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기에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회는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최대한 행사하여 “국민의 직접 투표에 의해 뽑는 대통령”의 선출에 버금갈 만큼의 비중을 가지고 “대통령 제1순위 권위대행자인 국무총리”에 대한 인사청문절차를 밟아야 하고, 그 청문결과가 국무총리로서의 적격성이 인정될 경우에 한하여 엄격하게 동의를 하여야 한다.

이완구 국무총리후보자는 공직 초기에 일반행정직에서 경찰직으로 자진하여 공직을 바꾸었다. 이는 그의 본성 속에 일반행정을 수행하는 공직보다는 수사권을 행사하는 경찰이라는 공권력행사직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었음을 유추케 한다. 그런데 그는 경정으로 경찰공무원이 된 직후 곧바로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이 합법적 방법을 가장하여 국가권력찬탈, 헌법유린을 자행하는데 가장 핵심적 역할을 한 국가보위대책위원회 내무분과위원회에 파견되어 “군부독재세력이 어떻게 합법적 최규하 정권을 유린”해 가는지를 생생하게 목도하였다. 당시 국보위의 권력은 나는 새도 떨어뜨렸고, 모든 국민을 벌벌 떨게 한 공포기관이었음은 우리 모두가 경험해서 잘 알고 있다. 아무런 죄 없는 사람들조차 재판절차도 없이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어떤 이는 죽기도 했고 병신이 되어 나오기도 했다. 국민들이 그렇게 공포 속에 떨고 있을 때 이완구 후보자는 국보위에 근무하면서 적극적이 되었든 소극적이 되었든 헌법유린이 전개되는 과정을 지켜보았고, 최규하 대통령이 총칼의 위협으로 대통령직에서 하야하고, 전두환 군부세력이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권력에의 접근방식을 습득했을 것이다. 그는 국보위 근무를 인정받아 국가로부터 훈장을 받았고, 그 훈장은 그의 공직기간 내내 승진할 때마다 상훈점수로 가산되어 그의 승승장구에 기여하였을 것이다.

이재를 좇아 부동산투기를 하고, 정치권의 부침에 따라 정당을 탈당하고 다시 재입당하는 등의 문제는 그럴 수 있다고 볼 수도 있고, 그의 교수임용이나 석좌교수 임용, 또는 자녀에의 부동산증여 등도 그럴 수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수차례에 걸친 신체검사를 받아가면서까지, 수술을 받거나 재신검을 받는 등의 방법으로 부자가 함께 군 면제를 받기 위해 몸부림친 것은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부담하고 있는 신성한 국방의무를 어떻게든 면해 보려는 처절한 몸부림이 있었다고 보여지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다. 군대를 가지 않으려고 여러 차례 신체검사를 자진해서 받은 것은 설사 그 결과가 합당하다 하더라도 그 내심의 의사 - 군대를 가고 싶지 않다는 의사는 결코 건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하겠다.

한편 가장 심각한 것은 최근 폭로된 그의 “언론관”이라고 하겠다. 민주주의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데, 그는 젊은 기자들과 사석에서 식사 중 나눈 대화가 녹취되어 공개됨으로서 그의 언론관이 들통이 나고 말았다. 그는 젊은 기자들을 향해 자신을 향한 악성 내용(부동산 투기 문제 등 언론이 정상적으로 보도할 수 있는 공익을 위한 보도를 그는 자신에 대한 음해성 보도로 판단한 듯하다)을 보도하는 패널의 말을 막을 수도 있고, 빼거나 넣을 수도 있고,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를 한 기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줄 수도 있고, 자기랑 친한 기자들을 대학총장이나 교수로 뽑아주기도 했고, 언론인이 100만 원 이상의 향응을 받으면 처벌받도록 하는 소위 김영란법을 통과시켜 언론인을 수사받도록 하겠다거나 등등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언론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었다.

그는 이런 내용이 보도되자 사석에서 허물없이, 별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허풍으로 한 소리라며 무조건 사과한다고 했다. 하지만 사석에서 허심탄회하게 하는 말이 그 화자의 가장 진실한 모습이라는 것은 어느 누구나 다 안다. 아무런 제한이나 감시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대화할 때 그 사람의 속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언론에 대해 통제할 수 있다는 그의 발언은 철저하게 반민주적이다. 그러한 언론관은 필자의 눈에는 그가 초기 공직생활을 시작한 “국가보위대책위원회의 근무경력에서 학습”된 것으로 보인다. 국보위 시절,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경주한 수많은 기자들이 수사기관에 끌려가 고문당하고 해직당하였다. 그때 군사독재세력은 보도지침을 만들어 언론을 통제했고, 보안사에서 파견나온 군인들은 매일매일 신문기사를 스크랩하였다. 그들이 허락하지 않는 내용은 보도 자체가 불가능했다. 어떤 날은 신문발행시간에 쫓겨 삭제된 부분을 채우지 못해 아예 “공란”으로 비어 있는 신문이 인쇄되어 배포되기도 하였다.

국무총리는 대통령 궐위 시 대통령 권한대행 1순위인 공직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항소심에서 그에게 “공직선거법위반”을 유죄로 인정하여 3년의 징역형을 선고하였고, 법정구속하였다. 다시 말해 이명박 정권이 국정원이라는 국가기관을 동원해 지난 19대 대통령선거를 치루었고, 그 결과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이 민주적 정당성을 의심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판결 후 며칠이 지났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꿀 먹은 벙어리인 듯 아무런 말이 없다. 그 대통령선거에서 낙선한 문재인 전 후보는 같은 날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대표로 선출되었다. 그리고 요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선거개입에 의해 치루어진 지난 19대 대통령선거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이런 정치적 혼란 속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1순위자인 국무총리를 임명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위와 같이 국보위 시절 학습된 언론통제관을 가지고 있는 이완구 후보자가 국무총리로 임명되어 제대로 헌법상의 국무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 최규하 전 국무총리와 달리 헌법수호권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심히 의심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여론 및 야당의 입장이 어떻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어떻게 할 것인지 역시 지켜볼 일이다. 지지율 30% 이하로 떨어진 박근혜 대통령은 왜 이렇게 하자 많은 인사들만을 주요 공직에 임명코자 하는지 참으로 알다가 모를 일이다. 그 누군가의 비평처럼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진짜 콘텐츠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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