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자격증]오랜 시험공부를 하면서 느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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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자격증]오랜 시험공부를 하면서 느낀 것
  • 법률저널
  • 승인 2003.12.3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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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에 이어


저는 참 오랫동안 사법시험을 공부하였는데 특히 처음으로 1차에 합격한 것이 1995년이었으니 1차 합격부터 고생을 한 것입니다. 1차에 합격하기 전에 본 고시계나 고시연구 등 고시잡지에 난 합격생들의 합격기 가운데 대부분이 1차 합격은 몇 달 만에 붙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식의 합격기가 실리면 그 뒤 내용은 보지도 않고 잡지를 던졌습니다. 어떻게 사법시험 1차를 1년 또는 몇 달 만에 합격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절망스러웠습니다. 1차에 합격하기 전에 주위 분들이 그만 포기하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친정어머니는 “남편이 시험에 합격했으면 됐지 뭐 하러 너까지 공부를 하느냐? 이제 사위보기 미안하다”라며 말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은 “아직도 공부하니?”하면서 놀라곤 하였습니다. 그럴 때면 저는 어릴 적부터 마음속에 품어온 뜻을 버릴 수 없다고 하면서 끝까지 우겼습니다. 사법시험을 포기한다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결국 시험에 합격하기는 하였지만 오랜 수험기간동안 주변 식구들의 헌신적인 사랑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제일 미안한 것은 하나밖에 없는 딸 유리이고, 유리를 제 대신 돌봐준 여동생입니다. 남편은 옆에서 굳건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습니다. 공부하다가 힘이 들고 앞날이 걱정이 되어 하소연을 하면 항상 격려해주고 새 힘이 되곤 하였습니다.

제가 사법시험과정을 힘겹게 겪으면서 제일 두려웠던 것은 흔히들 말하는 ‘하나님의 뜻’이었습니다. 속되게 표현하면 ‘팔자’입니다. 그 당시 저는 제 실력이 부족하면 열심히 공부를 하고 노력하면 극복이 되겠지만 만약 하나님이 원하지 않으시면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는 일이 아닌가 하는 막연한 불안 때문에 실패를 거듭할 때마다 더 힘들어하였습니다. 그만큼 사법시험이 저에게는 극복할 수 없는 거대한 벽이었습니다. 주위에서 ‘삼 세 번’만 하여야 한다고 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삼 세 번해서 안 되면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제가 뒤돌아보니 제가 섬기는 하나님이 결코 그런 분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염려한 것은 단지 자신의 실패에 대한 합리화나 돌아갈 변명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사법시험에 대한 비전이 있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였는데 굳이 그것을 막아서 방해하시는 하나님이 아니셨습니다. 위와 같은 저의 불안은 “왜 내가 시험에 떨어지는가? 나는 충분한 실력이 있는데”라는 교만의 다른 모습인 것입니다.

실제 제가 남편에게 “왜 나는 시험에 안 되는 거지?”라고 물으면 남편은 항상 “하나님이 당신을 겸손하게 만드시려고 그러신다고 생각해”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면 제가 “내가 그렇게 교만한 사람이야?”라고 다시 되묻곤 하였습니다.
만약 지금 너무 오랜 시험생활에 시달리신 분이라면 다시 한 번 자신을 조용히 돌아보시고 스스로 용기를 가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사랑으로 이 어려운 시기를 견디게 해주시는 하나님께 간구하시기 바랍니다. 주님이 때가 되면 이루어 주실 것입니다.

오랜 시험기간을 거치면서 인내에 대한 연단을 받은 것 외에 앞으로 법조인으로 살면서 제가 스스로 내면화하여야 한다는 원칙이 생겼는데 첫째는 “누구든지 억울한 일을 당하면 안 된다”는 것이고 둘째는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배고픈 사람에게는 빵을 주어야 하고 목마른 사람에게는 물을 주어야 하지, 말로 위로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야고보의 말을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이야기하지만 시험을 앞두고 갈비를 사주신다는 분의 전화를 받고 차라리 그 돈으로 책을 사달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차마 체면 때문에 말은 못했습니다.

그리고 합격할 무렵,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에 대하여 묵상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합격할 실력이 안 되고 그릇이 안 되어서 아직 문을 열어주지 않으시는 것은 그분의 ‘공의’이시지만 그 문이 열리기까지 걸어갈 길을 견디며 가게 하시는 것은 그분의 ‘사랑’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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