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면접시험, 피상적이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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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면접시험, 피상적이어서는 안 된다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4.11.14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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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온 나라가 엉망진창이다. 연일 터져 나오는 각종 사건사고에 국민들은 지쳐왔지만 올해는 심기가 불편해도 너무 불편하다. 따뜻한 봄날에 진도해역에서 애꿎은 국민들이 가당치도 않은 일로 큰 희생을 치렀고 후유증은 전 국민들을 아직도 우울증에 빠트리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를 통해 드러나는 비리, 비위들은 관피아, 해피아 등 신조어들을 낳기 시작했고 이젠 철피아, 군피아, 법피아 등 사회 전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민의 녹을 먹는 대신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할 공무원들의 각종 이권개입 등의 그 한가운데에 있다는 것이 요지다.

기자는 종종 지인 법조인들과 법조계 동향을 묻기 위해 모임을 갖곤한다. 최근 한 모임에서 “나라가 이 지경 이 꼴인데 이젠 법조인들이 앞장서서 제도적 예방과 사후적 처벌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엄포 아닌 협박을 한 바 있다. 하지만 모두들 시큰둥해, 이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구나 라는 자괴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요즈음 법조계에서도 공익활동도 활발한데, 이같은 현실을 타계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법조인들의 진정한 공익할동이 아니겠느냐며 호소까지 했다.

매년 11월 전후가 되면 사법시험, 로스쿨, 행정고시 등 법조 또는 공직 입문을 위한 주요시험들의 면접이 치러진다. 하지만 면접전문가들이든, 기존 합격생들이든, 현직 공직자 또는 법조인이든 “면접에서는 절대 나서거나 튀어서는 안 된다”는 조언을 하는 것을 눈과 귀가 닳도록 보고 들어왔다. 면접 출제문제 역시 우유부단한 탓도 있지만 응시생들 역시 이같은 조언을 간과할 수 없기에 기계적 태도로 위기를 모면하는 답변에 충실한 편이다.

수년간 수험가를 취재한 기자로서는 시험주관기관에 ‘좀 더 뚜렷한 공직관, 직업관을 묻고 철학관까지 묻자’고 주문하고 싶다. 특히 어느 광고 카피처럼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할 줄도 아는 이들이 공직에든, 법조계든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모두가 비리, 비위에 묻혀 갈 때 “이건 아닙니다”라며 국민의 편에 서서 독불장군처럼 버틸 줄 아는 그런 인재들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크게 불거지는 군피아 문제들은 국방의 의무를 마쳐본 이들이라면 “그걸 이제야 알았느냐”며 콧방귀를 뀌고도 남을 일이다. 낙하산 생명줄조차 불량품을 쓴다며 언론이 호들갑 떨 던 때가 언제인데, 아직도 군납, 인사 비리며 군내 폭행 등 쟁쟁한 소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직업군인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군무원들은 무엇을 했으며 국방부, 방위사업청 공무원들은 도대체 무엇을 했고 군검찰, 군수사관들은 과연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모두가 알면서 쉬쉬 했거나 아님 무관심으로 일관했다고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내부 고발자에 대한 책임소재를 두고 수년전부터 떠들썩했지만 공직, 법조계 내에서만은 부동했던 것도 지금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현재 공무원연금 개정을 두고 서로 날을 세우며 이념을 달리했던 공무원노조들이 똘똘 뭉쳐 속속 발표되는 개정안들을 보이콧하고 있다. 법조계 역시 법조인 배출 규모를 두고서 기 싸움을 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면상으로는 ‘건전성’을 내세우지만 이면에는 결국 밥그릇 챙기기가 분명해 보인다.

공직 비리 예방과 처벌에, 법조비리 척결에는 입을 막고 밥그릇에는 의기투합하는 모양새가 어제오늘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반세기 이상 보고 배우며 섭력한 노력 탓이 아닐까. 그 속에는 선발과정에서부터 ‘아니오’라고 소신있는 인재들을 뽑지 않은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 전국 수십만명의 공직 및 법조 입문을 꿈꾸는 젊은 고시생들의 눈에는 비리와 부패로 물든 대한민국이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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