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선택의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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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선택의 기로
  • 이인아 기자
  • 승인 2014.08.0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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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아 기자

올해 주요 시험이 끝났고, 내년 시험을 기약하는 수험생들의 행보에 더욱 박차가 가해지고 있다. 8월 방학을 맞은 대학생 중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자 하는 학생은 공시생으로 신분을 전환하고 자신에게 맞는 시험과 직렬을 모색하며 합격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올해 11월 수능을 치르는 고3 학생 중에서도 공무원을 직업으로 갖고자 하는 학생은 벌써부터 공무원 시험과 관련한 과를 선택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기자 주위에도 대입을 치르는 학생이 여럿 있는데 학창시절 성적에 따라 우선적으로 대학교를 정하지만 과 선택에 있어서는 진로와 연계해 신중하게 고르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상위권 성적을 가진 학생은 교사나 교육공무원 쪽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고, 중상위권 성적의 학생은 일반적인 행정직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의사나 검사와 같이 최상위레벨의 시험을 치르거나 끼가 다분해 예체능계로 빠져버리지 않는 한, 평범한 뇌를 가졌고 노력을 더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학생의 경우 보통의 선택인 공직자로의 길을 많이 선호하는 모습인 것이다.

8월 이후 하반기 공무원 시험은 어느 정도 일정이 소화된 상태지만 내년에도 어김없이 공무원 시험의 치열한 경쟁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학생 뿐 아니라 직장인들의 공무원 시험으로의 유입도 활발해지고 있다. 직장인들의 경우 온 종일 공부에 힘을 쏟아야 합격 가능성이 높은 일행이나 세무 등 메인직렬에 도전이 활발하기보다는 속기나 사회복지, 기술직, 전산직, 운전직 등 자격제한이 있어 타 일반직보다 경쟁률이 다소 낮거나 계리직과 같은 기능직으로 아예 하향지원하는 경향이 높다.

그러나 최근 공무원 시험 채용이 심상치 않다. 사회복지직이 일반행정직과 통합돼 선발된다는 소문이 돌고 있고, 계리직의 경우 우체국 구조조정이 현실화됨에 따라 우정직군의 선발이 축소될 전망이다. 반발이 있긴 하겠지만 공무원 인력 관리 및 운영 등 효율적인 측면을 생각하면 선발 직렬을 통합하거나 폐지하는 것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수험생 입장에서는 일희일비 할 수 있는 노릇이지만 말이다. 특히 계리직은 기존 기능직 중 유일하게 유지되고 있는 선발로 직장인들의 선호가 매우 높은 시험이다.

시험과목이 3과목이고 심지어 복병인 영어가 과목에 없다. 격년 실시라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긴 하지만 수험기간을 좀 더 확보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직장을 다니느라 공부시간이 적은 사회인에게는 분명 구미가 당기는 공무원 시험이다. 과감히 하던 일을 버리고 공무원 시험에 올인하고자 하는 직장인들은 드물다. 직장인들은 안전하게 일과 공부, 둘을 병행하는 것을 택하는 편이고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도 없기에 수강하는데 적극적으로 돈을 쓴다.

공무원 시험 중에서 그나마 소위 만만해보이는 계리직 시험이 직장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는 이유다. 우정사업본부는 최근 우체국 인력 및 부처 등 조직 인력 슬림화를 추진, 이같은 안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 전달했다. 현재 지역별 대학교 내 우체국 일부는 없어진 상태고 앞으로 이는 확산될 전망이다.

구조조정이 되면 내년 국가직 우본 일행직 선발규모는 축소될 전망이고, 시험 시행 가능성에 대해 매해 의구심을 가져왔지만 결국은 선발이 유지돼온 계리직 역시 선발규모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냉정하게 말하면 계리직의 경우 머지않아 시험 존폐가 갈릴 것으로 생각한다. 우정사업본부는 공무원 부처 중 손꼽히는 거대 조직 중 하나다.

한 수험관계자는 일전에 계리직은 직급이 낮기 때문에 승진체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아 시험을 계속 진행해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봤다. 또한 계리직에서 시간선택제를 뽑지 못하는 것은 금전출납을 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시간제‧전일제의 바톤터치가 힘들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당장 내년 국가직 우본 선발이나 내후년 계리직 선발은 기관의 구조조정 추진에 따라 타격을 입을 것으로 생각된다. 만약 계리직이 폐지된다면 일과 공부를 병행해 합격 후 이직하고자 하는 직장인들의 계획에는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자는 계리직이 시행될 때마다 비록 기능직이고 타 직렬에 비해 다소 낮은 처우를 받지만 수요는 타 직렬보다 높을 것으로 봤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생각보다 하향지원에 관심이 높고, 어떤 하나에 올인하기를 사실 두려워하는 듯 하다. 낮은 처우보다 두려운 건 시험에서 얻는 좌절과 실패감인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이제는 과감하게 선택하고 돌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복지직과 일행직이 통합돼 선발하고, 계리직이 없어지고, 우본 일행직 선발이 대폭 축소된다면 이 직렬에 지망하고자 하는 수험생들은 어쩔 수 없이 더 많은 경쟁이 예상되는 일반직렬에 응시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합격하기 수월할 것으로 보이는 직렬을 뚫는 것보다 어쩌면 어렵지만 매해 선발이 보장되는 직렬을 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본다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수험생은 정부차원의 공무원 시험 채용 변화 추이를 감지하고 수험계획을 짜는 게 현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인아 기자 gosilec@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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