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직 9급공무원 시험장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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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직 9급공무원 시험장 ‘이모저모’
  • 이인아 기자
  • 승인 2014.04.23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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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국가직 9급 공채 현장스케치]

지난 19일 국가직 9급 시험이 전국적으로 실시됐다. 시험 당일 아침 일찍부터 인터넷 주요 포털사이트에 시험에 관한 키워드가 실시간으로 떠오르는 등 공무원 시험 인기를 실감케 했다.

기자는 일반행정직, 그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응시한 서울 양재고등학교를 찾았다. 오전 10시부터 100분간 이뤄지는 시험. 늦어도 오전 9시 20분까지는 수험생이 고사장에 도착해야 한다. 중요한 시험이니만큼 기자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전철을 타고 이동했는데 시험장으로 가는 노선 전철안에는 간간히 요약집을 꺼내 글자를 외우는 수험생이 더러 보였다. 시험장이 위치한 양재역에 도착하고 예상한대로 눈에 보이는 수험생들이 기자와 같이 역에서 내렸다. 기자도 수험생인 것 마냥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시험장 앞에는 학원 관계자들이 수험생 합격을 기원하는 현수막을 설치하고 식수와 사인펜, 공책, 물티슈, 요약집 등을 손수 나눠주고 있었다.

 
시험장에는 관할 경찰서에서 경찰관이 나와 수험생을 안내했고,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물론 서울에 있는 타 중앙부처 공무원까지 동원돼 시험의 안전을 살피고 관리에 힘을 보탰다.

시험장소를 잘 확인하라는 기관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한 여자 수험생은 서초고등학교를 잘 못 찾아 양재고로 와 관리자의 도움을 받는 상황이 발생했다. 울먹이면서도 차분한 모습으로 그 수험생은 발길을 돌렸다.

다행히 시험 시작 전까지 시간이 좀 남았던지라 제대로만 이동했다면 제 시간에 도착해 시험을 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전 7시 30분부터 개방된 고사장 문으로 수험생은 이따금씩, 꾸준히 모여들었고, 8시 50분에서 9시 경에는 수험생의 걸음이 즐비하게 이어졌다. 한차례 물밀 듯이 수험생이 모여들었고, 9시가 넘어서는 다시 한가해졌다.

시계바늘이 9시 20분을 가리키려 하자,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고 감독관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이 때 어디선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혹은 치맛자락을 너펄거리며 수험생들이 정해진 입실시간을 불과 몇 분을 남겨두고 뛰어들었다.

학교 교실을 찾아 가야하는데 감독관이 있는 시험시행본부로 들어가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감독관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던 기자는 보다 못해 저쪽으로 가라고 안내까지 해주는 지경이 됐다.

그런 사람이 있을까 싶은데, 시험 당일 보면 정말 장소를 못 찾거나 지각해서 울상 짓는 수험생이 제법 많이 있다. 올해 지역인재 7급 시험, 그리고 지난해 지방직 시험 때에는 수험생 가족들이 많이 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가직 시험에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와서 격려하거나 배웅하는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었다. 시험을 끝낸 자녀들을 기다리느라 학교 운동장이 주차장이 되기 일쑤인데, 국가직이나 서울시 시험은 유독 그런 현상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100분간의 시험시간. 기자는 고요하고 적막해져버린 고사장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11시 40분, 시험이 끝날 때 맞춰 시험장을 다시 찾았다. 따라라라~ 시험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리고 수험생들은 자리를 하나둘 떠 다시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9급 공무원 수험생의 특징 중 하나가 시험을 잘 봤든 못 봤든 표정이 하나같이 무덤덤하다는 것이다. 실제 신규나 기존 수험생이나 시험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경우는 거의 본적이 없는 것 같다. 또 하나가 10분 내외로 시험장을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입실 할 때도 8시 50분~9시 00분 내외의 골드타임에 하나같이 몰리고, 시험이 끝나면 11시 50분 안으로 수험생은 쑥 빠져나간다.

경찰직의 경우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시험을 치르는 자가 많지만 국가직은 개인적으로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이 많아 그런 듯 싶다. 시험을 끝낸 한 수험생의 문제지 한 면을 보니 빨간펜으로 쭉쭉 그어진 게 정말 열심히 고뇌하며 풀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자가 전체적으로 한번 보자 하니 쑥스러워하면서도 흔쾌히 시험지를 보여줬다. 필수과목이 좀 어려웠다며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얼굴에는 약간의 화색이 돌고 있음을 기자는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시험장을 나오자마자 “망했다”며 벌겋게 얼굴이 달아오른 수험생도 있었지만 말이다.

어찌됐든 이미 시험은 끝이 났다. 잘 봤든 못 봤든 시험장 안에서는 수험생이라는 신분으로 경직된 모습이었지만, 시험을 마친 후에는 20대 초중의 풋풋한 나이에 맞게 생기발랄한 모습을 감출 수 없었다.

합격하면 좋겠지만, 불합격 했을 때의 상실감은 얼마나 클까. 집으로 가는 수험생들의 뒷모습을 보니 희망과 절망 그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기자 역시 다시금 되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2달 후 지방직과 서울시 시험이 이어진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매진해 승부처에서 끝장을 보는 수험생이 많길 응원해 본다.

이인아 기자 gosilec@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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