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졸시 이과수폭포와 무인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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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졸시 이과수폭포와 무인의 시대
  • 오시영
  • 승인 2014.04.1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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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필자의 미발표 졸시 “이과수폭포”는 이렇게 시작하고 맺는다. “지구는 언제나 눈물을 흘린다/ 단단한 바위 틈새에서/ 기름진 옥토에서/ 아주 간혹 모래사막에서도// 눈물은 함부로 멈추는 게 아니다/ 대지가 눈물을 멈추면/ 그날은 폼페이 최후의 날/ 멈추면 뚫린다/ 뜨거운 송곳 용암으로// 악마의 목구멍*에서/ 추락하는 것들은/ 모두/ 하얗다/ 부서지는 것들은/ 스스로 맑아진다// 사람의 목구멍은,/ 추락하는 것들은,/ 부서지는 것들은,/ 두개골 파편 사이에서/ 낯선 무지개로 뜬다” (전문, *악마의 목구멍은 이과수폭포에서 가장 많은 물이 쏟아지는 지점 이름이다).

현대는 무인의 시대이다. 사람들은 무인자동판매기 앞에서 캔을 산다. 전화를 해도 무인응답기가 응대를 한다. 한참을 무인전화기의 지시에 따라 바보가 된 듯 시킨 대로 숫자판을 누르고 또 누르다 열통이 터지기도 한다. 죽을 병에 걸려도 무인수술기에게 내장을 개복케 하거나 머리통을 절개케 한다. 사람보다 기계를 더 신뢰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어디를 가도 무인카메라에게 감시를 받는다. 무인의 시대에서 사람은 기계가 되기도 하고, 상대방을 기계 취급하기도 한다. 그래서 무인의 시대는 언제나 외톨이만이 존재하게 된다. 무인의 시대에서 떠드는 것은 광야에서 소리치는 자처럼 미친 자의 광대짓일 뿐이다. 그냥 속된 표현대로 표현하면 미친 놈일 뿐이다. 하지만 무인의 시대가 짙어질수록 광야에서 외치는 자가 많아야 한다. 예수가 하늘나라의 진리를 갈파하기 전 40일 동안 광야에서 외쳤듯이, 석가가 해탈에 이르기 위해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정진했듯이, 공자가 자신의 정치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광활한 중국대륙을 주유했듯이, 누군가 미친 자가 되어 계속 외쳐야 한다.

브라질을 여행하였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양국 경계 사이에 세계 최대폭포라는 이과수폭포가 있다. 비행기폭발음보다 더 크게 들리는 폭포의 물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아, 이곳이야말로 지구가 가장 큰 눈물을 흘리는 장소로구나.”하는 감동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없었다. 시인의 감동으로 그 물 튀기는 폭포 현장에서 낯설게 메모를 하고, 돌아와 지은 시가 “이과수폭포”이다. 그러고 보니 대지는 끊임없이 물을 뿜어댄다. 지구 위 사람들로 하여금 목마르지 않도록, 식물이 자라날 수 있도록 물을 공급한다. 대지의 눈물이 끊기는 곳에서 땅은 굳어지고 갈라지고 폭발한다. 폭포, 대지의 눈물 저쪽에 화산, 대지의 분노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하였다.

탁하게 흘러오던 이과수강물이었지만, 이과수폭포에서 낙하할 때는 모두 하얗게 부서지며 정갈해졌다. 탁하게 흐르던 물도 자신을 모두 내던지며 낙하할 때 더러웠던 것들이 깨끗해진다는 교훈을 배웠다. 그러면서 탐욕에 절어 있는 내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남의 것을 뺏고, 혼자만 잘 먹고 잘 살겠다며 아등바등했던 모습을 악마의 목구멍과 비교하며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과수폭포 앞에서 몇 시간 동안 머무는 동안 내내 무지개를 볼 수 있었다. 하얗게 포말이 되어 부서지는 폭포수를 바라보며 저 물은 떨어지면서 얼마나 아플까 하는 생각에 잠겨 있는데, 모든 관광객들은 폭포 앞에 펼쳐진 무지개의 아름다운 모습에 탄성을 자아내고 있었다. 저 중 몇이나 이과수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의 제 살점 뜯기는 통증을 공감하는 이가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들었다. 그냥 단순하게 아름답구나 하고 느끼면 될 것을, 혼자 물방울의 통증을 느끼며 엉뚱한 생각에 잠겨 있는 내 모습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대한민국은 때 아닌 무인기소동으로 시끄러워 보인다. 경기도 파주와 백령도 및 강원도 삼척 등지에서 추락한 세 대의 무인기를 둘러싸고, 북한에서 보낸 무인정찰기라는 정부발표가 있고부터이다. 추락한 소형무인비행기들을 이용해 북한이 우리의 주요시설에 대한 폭격이나 정보탐색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국방부의 겁나는 발표가 있고부터 국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국방의 경계가 뚫린 것에 대한 질책이 내려지기까지 했다니 관련공무원들도 초비상사태인 모양이다. 반면에 일부 무인비행기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이번에 추락한 무인기가 북한에서 군사정찰용으로 내려 보낸 것으로 보기 어렵지 않느냐는 조심스러운 반대의견이 제시되기도 한다. 그들은 50시시 정도의 소규모 엔진이 장착되어 있는데, 그러한 엔진은 국내 무인기동호회원들이 무인기를 제작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엔진이고, 30와트 정도의 소형 밧데리를 부착하고서는 북한에서 추락지점까지 내려왔다가 북한으로 다시 되돌아가기에는 역부족으로 판단되고, 지피에스항법장치가 아닌 조종기(일종의 리모콘)에 의한 송수신방법으로는 조종 범위가 2-3킬로미터 정도에 불과하여 장거리비행이 곤란하고, 30미터 높이에서만 추락을 해도 무인기동체가 박살이 나는데, 아무리 낙하산 등이 작동했다 하더라도 몇 킬로미터 내지는 몇 백 미터 높이에서 추락한 것치고는 무인기의 상태가 양호하고, 북한에서 내려 보낼 때 귀환을 전제로 할 것인데 연료가 고갈되어 추락할 정도로 연료주입량과 거리량에 대한 계산도 하지 않고 정찰임무를 수행토록 했을 리가 없다는 것이고, 국내 무인기동호회원들이 취미로 띄우고 있는 RC규모 정도에 불과한 소형무인기를 북한에서 남한까지 군사정찰용으로 내려 보낸다는 것이 엉뚱맞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를 비롯한 주요군사시설에 대한 사진자료 등이 촬영되어 있고, 무인기에 써져 있는 “날자”라는 문자가 오타인지는 알 수 없으나 북한에서 쓰는 날짜라는 말이고, 표시된 숫자 6, 24, 35 등이 북한의 부대표시를 의미한다고 해석되고, 어렵게 판독해낸 분석자료에 의하면 비무장지대 15킬로 북쪽에서 비행해 온 것으로 분석된다는 발표를 들어보면 북한에서 보낸 것으로 현재까지는 추정된다고 하겠다. 확장분석하기에 따라서는 이런 소형의 무인기에 화학무기를 탑재하거나 소형폭탄 등을 장착하면 남한 요인암살이나 주요시설 타격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더군다나 삼척에서 발견된 것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130킬로미터 이상을 비행해 온 것으로, 만일 왕복 260킬로미터까지 비행할 수 있다면, 북한에서 귀환을 포기한 채 남쪽에서 자폭을 시도한다면 공군본부가 있는 계룡대까지도 폭파범위에 포함시킬 수 있어 가공할 만한 무기운반시설로 둔갑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안보불안이 국민사이에 번지자 우리 군은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무인기를 전격 공개하는 무리수를 두었다. 리모아이-006이라는 소형무인기, 군단급 무인정찰기인 송골매, 대북정보 수집 정찰기인 금강, RF-16 정찰기 등을 모두 공개하였다. 이 중 백두정찰기는 북한 전역에서 오가는 특정 주파수의 무전통신을 감청할 수 있어 전천후 실시간 영상수입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적 군사장비의 세부 종류까지 식별할 수 있음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길이 4.8m, 날개폭 6.4m의 송골매는 최고 시속 150㎞, 최고 고도 4㎞에 작전반경이 80㎞이고 4시간 비행이 가능하다며 그 성능이 북한의 무인기를 압도한다는 점을 과시하였다.

무인기 상황을 지켜보며, 군당국이 딜레마에 빠져 있음을 본다. 처음 무인기가 파주에서 발견되었을 때는 민간동호회원들이 날린 무인기일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일 주일 정도를 허송세월하더니, 두 번째 무인기가 백령도 부근에서 발견되자 그때서야 북한무인기일 것이라고 서둘러 발표했다가, 세 번째 무인기가 삼척 부근에서 발견되자 우왕좌왕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군은 이번 무인기사태를 기회로 활용(?)하여 북한의 침략의도를 과대포장하여 국민불안을 야기하여 보수세력의 결집을 가져오고 첨단레이더군사시설을 도입하는, 다시 말해 북한의 침략방법이 이처럼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으므로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소형 비행물체도 탐지해낼 수 있는 첨단 레이더 등 무기수입을 위한 예산증액이 필요하다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측면이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세 번째 무인기가 적발되면서 여론이 “우리 군의 총체적 경계 실패”를 야기한 군에 대해 비난하기 시작하자 군은 아뿔싸 하고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여론이 경계근무를 소홀히 한, 경계에 실패한 국방부장관을 비롯한 군관계자들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으로 집약되고, 박근혜 대통령까지 국무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질타하기에 이르자, 이제는 오히려 반대로 북한무인기가 조잡하며 그런 수준이 되지 못한다는 변명을 늘어놓기에 급급하다가 군에 대한 비난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급기야는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첨단무인기를 공개하는 비행을 저지르기에 이르렀다.

이는 마치 서해지역의 엔엘엘문제가 여야 간의 정치쟁점이 되자 남재준 국정원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회의록을 비밀해제하여 전격적으로 공개해 버린 행태와 너무나 닮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무인기와 정찰기의 북한 내 정보수집능력을 낱낱이 공개하여 북한으로 하여금 우리 무인기의 실상을 파악토록 한 것은 또 다른 군사기밀의 고의적 유출이라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북한보다 월등한 무인기가 있으므로, 만일 북한이 무인기를 가지고 도발해 올 경우 우리는 더 크게 응징할 수 있다는 대북경고용으로 공개하였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해하는 여론을 가라앉혀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인사상의 불이익처분을 약화시키려는 불순한 의도 또한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는 무인의 시대이다. 미국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에서 무인전투기 드론을 이용한 폭격을 단행하여 많은 전과를 올리기도 했지만 오폭으로 인한 수많은 민간인 살상자를 유발하기도 하였다. 조종자는 수만리 떨어진 곳에서 송수신되는 영상만 보고 버튼을 눌러 조작하기 때문에 자신의 버튼 하나로 수많은 인명이 살상되는데도 전혀 죄의식이 없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장난감놀이를 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인의 시대는 사람이 없고, 양심이 없고, 죄의식이 없이 어마어마한 살상이 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은 무인의 시대를 이제 더 이상 유인의 시대로 되돌릴 수 없게 하고 있다. 지구의 눈물이 흘러넘쳐, 무인의 시대가 넘쳐 흘러 핵전쟁 등으로 모든 인류와 문명이 멸망하고 소수만이 살아남는 세상이 되면 아마 그때쯤 다시 유인의 시대로 되돌아갈 수 있을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더 이상 유인의 시대가 올 것을 기대하는 것은 난망한 일이다.

무인의 시대에 모두가 미치지 않고 살려면, 그래도 사랑하는 이와 대화하고 속살 비비며 소통하여야 하지 않겠는가? 무인의 시대에 차가운 버튼이 아닌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가슴 뛰는 소리를 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얗게 부서지는 이과수폭포수를 떠올리며 그 튀겨진 물방울이 만들어내는 무지개의 아름다움에 취하면서도 무지개가 잡히지 않는 신의 속임수, 허상임을 깨달았으면 한다. 북한아, 북한아, 제발 무인기 같은 것 날려 보내지 말고, 따뜻한 심장을 가진 사람을 내려 보내기를 바란다, 우리와 대화하며 상호공생번영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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