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공무원시험에 안전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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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공무원시험에 안전빵은 없다
  • 이인아 기자
  • 승인 2014.04.0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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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아 기자

올해는 여름이 예년보다 빨리 올 것 같다더니 요즘 찌는 날씨를 보면 과연 그런 듯 싶다. 4월, 봄을 만끽할 새도 없이 반팔과 반바지 차림으로 길거리를 누비는 자들이 눈에 제법 띈다.

얼마 전 열차 내 에어컨이 작동돼 깜짝 놀랐는데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국가직 시험을 2주 앞으로 남겨둔 현재 수험생의 발걸음에 더욱 박차가 가해지고 있다.비단 공시생 뿐 아니라 고입, 대입을 앞둔 학생들까지 중간고사를 위한 준비가 거세지고 있는 시점이다.

주말에 산책을 하다 인근 도서관에 물을 마시러 잠깐 들렀는데 늦은 저녁임에도 적잖은 학생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중고등학생이 대부분이었지만 간혹 가다 행정직이나 간호직 관련 공무원 책을 뒤적이는 공시생도 더러 보였다.

도서관에도 공무원이 있다. 사서공무원일 것이다. 사서공무원 외에 기능직 공무원도 있다. 공채거나 특채거나 하는 형식으로 채용된 자들이다. 대개 이들은 출입을 통제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일을 주로 한다.

조무나 운전, 방호, 사무 등 직렬에서 10급 공무원을 대거 선발한 때가 있었다. 야당이 정권을 잡던 시절로 기억한다. 당시에도 기능직 10급은 상당히 인기가 좋았다.

신분은 공무원이지만 잡다한 일도 해야 하는 그야말로 공무원 내에서는 하위직급에 속한 것이었다. 그러나 설령 일선에서 차별을 받고, 좋은 대우를 받지 않는다고 해도 공무원이 된 것이 어디냐며 수험생들이 불철주야 공부에 임했던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더 오래전 기능직은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 유능함을 인정받아 관리자의 추천을 받거나, 인맥으로 채용이 가능한 부분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대학 내 아르바이트를 하다 교수 눈에 들어 교직원이 됐다거나, 공무원을 지인으로 둔 자가 공공기관에서 근로를 하다 추천을 받아 기능직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있기도 했다. 공공기관에서 잡일을 했던 한 계약직 근로자는 그 성실성을 인정받아 나중에 기능직으로 전환됐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다.

공무원은 적성에 맞지 않다고 당시 제안을 거절했던 한 지인은 이제는 조금 후회가 되기도 한단다. 당시 그는 제2의 싸이가 되겠다며 예술적 감각을 끌어올리는데 한창 맛을 들인 상태였다. 지금 생각하면 참 웃기지도 않는 모습이지만 말이다.

내부에 의한 채용을 막기 위해서인지 어쨌든 기능직 10급이 참여정부에 공채로 실시됐다. 그 수명은 오래지 않아 폐지가 됐지만, 직급이 9급으로 승격될 줄은 아마 당시에는 예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지난해 10급 폐지에 따라 올해부터는 기능직도 일반직과 같이 공채로 선발하게 됐다. 지자체 사정에 따라 특채로 선발하기도 하지만 일반직과 같이 5과목을 치른다는 것이 특징이다.

5과목을 치르고 공채로 선발될 경우 기존 기능직에서 받은 낮은 시선과 대우는 아마도 없어지게 될 터. 합격하기는 더 어려워졌지만 합격만 한다면 꽤 높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올해 유심히 볼 직렬이 속기직과 운전직이다. 기능직에서 일반직으로 전환을 예고한 직렬 중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서울시와 지방직 시험 현황이 발표되고 있는 지금, 기자는 이들 직렬의 경쟁률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울시의 경우 1명을 선발하는 속기직에 205명이 몰려 205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고, 운전직은 137명 선발에 4,502명이 몰려 32.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5명을 선발하는 방호직에는 700명이 140대 1의 경쟁률을, 7명을 선발하는 488명이 지원해 69.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같은 결과는 일반행정(104.2대 1)이나 세무직(57.9대 1)만큼 혹은 그 이상 높게 나타난 수치다. 지방직에서도 선전이 두드러졌다.

경북 속기직 경쟁률은 8대 1, 방호 23대 1, 경기는 속기직 1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전남은 속기직 4.6대 1, 대구 속기직 11.3대 1, 운전 5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시간선택제와 기술직 일부 직렬 현황과 맞먹는 수치다.

내년에는 이들 결원이 얼마만큼 발생할지 모르겠지만 수험생은 더 넘쳐날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두고 한 정부기관 관계자는 이력서를 받으면 정말 깜짝 놀란다고 한다. 얼마나 지원할까 싶었는데 너무 많은 지원자가 몰려 관계자들도 혀를 내둘렀다는 후문이다.

그러면서도 너무 공무원으로만 몰리는 것에 사회적 차원에서 봤을 때 걱정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는 현실적인 생각도 들려줬다.

그래도 오래전에는 그나마 수월하게 꿰찰 수 있었던 소수직렬까지 이제는 그 경쟁이 일반직 수준으로 올랐다. 일반직이나 기능직이나 소수직렬이나 경쟁이 심화된 현재, 이제는 공무원 시험에서 안전빵은 없다는 생각이다.

gosilec@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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