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로스쿨 개선, 모자이크식으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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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로스쿨 개선, 모자이크식으론 안된다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4.03.28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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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대한민국은 학벌, 학연, 지연 등 연줄문화가 여느 나라보다 판치는 사회라고 해도 크게 반발하는 국민들은 없을 것이다. 취업, 사업 등 사회 전 영역에 만연되어 있지만 유독 공무원시험, 자격시험 등 소위 선발시험 영역만이 안전지대로 남아 있는 듯하다. 그 가운데, 우려스러운 곳이 대학입시 영역이다. 다행히 전자에 비해서는 비교적 안전하지만 후자에 비해서는 불안전 지대라는 느낌에서다.

‘좋은 대학을 나와야 인생이 편다’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의 뇌리에 지독하게 녹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입시부정 사건들이 매년 적지 않게 튀어나오곤 한다. 노력과 실력 여하에 따라 빈부, 남녀 차별없이 누구나 당당히 합격할 수 있어야 대한민국은 공정한 사회가 되고, 그래서 우리 헌법 역시 출발과 과정에서의 평등이념을 담고 있다. 또 이같은 이치는 ‘대학합격’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에서의 ‘공정한 성적산정’ 과정에서도 반드시 적용되어야 하는 룰(rule)이다. 그래야 결과에서의 평등으로 이어지고 자타가 그 노력을 인정할 것이며 그때 우리사회는 공정한 국가가 된다.

반세기 이상 선발시험에서 공정과 객관성의 롤모델이 되어 왔던 사법시험을 대신해, 법조인력양성의 주체가 국가가 아닌 대학이 맡게 됐지만 작금의 로스쿨은 입시 및 교과과정에서의 공정성을 두고 시끄럽기 그지없다. 선발과정에서는 면접 등 정성평가가 매우 중요한 영역을 차지하면서 선발권자의 재량이 크게 작용해,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분명 지원자의 가치관, 학업성취도 등이 절대기준이 되어야 하지만 선발권자에게 여기저기서 청탁이 적지 않게 들어온다는 전언 자체가 이미 입시의 공정성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또 지원자의 자질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미흡하다보니, 합격을 하고도 취소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교과과정에서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고득점을 얻기 위한 아부와 꼼수, 편법이 불거져 나오고 있고 심지어 채점권자의 자질이 도마에 오르기 까지 한다. 결국, 시험부정행위로 영구자퇴까지 발생했다. 여느 교육과정에서도 있을 법한 이야기지만, 로스쿨은 태생적으로 법조인력양성이라는 특수한 교육기관이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라는 단일법에 의해 설립·운영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그렇잖아도 로스쿨이 ‘사법시험의 대체기관으로서 역부족’이라며 파상공세를 맞고 있는 와중에 입시, 교과과정에서의 불미스러운 일들이 끊임없이 터져 나온다는 것은 설상가상인 셈이다. 로스쿨의 입시는 사법시험만큼 공정해야 하고 교과과정은 사법연수원만큼 엄정해야 한다. 이런 잣대에서 이탈한다면 로스쿨출신 변호사들은 제대로 된 사회적 인정을 받지 못할 것이며 그 책임은 당연히 교육주체로서의 교수들이 고스란히 져야 한다.

다행히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대책마련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TF팀을 꾸려 입학단계에서부터 법조인 배출까지 전 과정에서 무흠결 운영 및 인성강화를 통해 양질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금년 내에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입학관리에서는 대학 학부 학적부를 통해 지원자의 과거 경력 등을 면밀히 따지는 등 인재선발 과정에서부터 철저한 검증시스템을 갖추고 시험관리에서는 보안강화, 즉 복사기, 컴퓨터 등 문제출제 관리에서 흔적이 남기지 않도록 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특히 입시에서 자기소개서에 부모의 직업을 못쓰게 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계획이 기대만큼 야무지게 추진되길 기대한다. 다만, 이 역시 일이 터질 때마다 메우는, 모자이크식 대안은 아닌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 차제에 교육의 공급자에게는 문제점이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학생들로부터 여전히 ‘교육의 부실’이라는 지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시·학생관리, 교육관리까지 로스쿨 시스템 전반을 살펴보고 근원적인 문제점이 있다면 뿌리부터 걷어내는 총체적 피라미드식 개혁을 단행했으면 한다.

lsj@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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