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행복은 성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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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행복은 성적순
  • 이인아 기자
  • 승인 2014.03.19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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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아 기자

3월 하고도 벌써 보름이 지났다. 제법 풀린 날씨에 옷차림도 점차 가벼워지고 있다. 지난 8일 법원행정직과 지역인재 7급, 15일 경찰 1차 시험이 진행됐다.

그리고 오는 22일 사회복지직과 해양경찰간부 시험이 실시될 예정이다. 사회복지직 시험이 끝나면 이제 내달 공무원 수험생의 희망이자 고문인 국가직 9급 시험이 치러진다.

19만 여명이 운집하는 국가직 9급 시험, 수험생은 남은 한 달 간 막바지 스퍼트를 올리는데 더욱 매진해야 한다. 공채 일정이 하나둘 소화됨에 따라 경쟁률과 응시율, 합격선 등 시험별 현황이 수험생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자는 지난 8일 지역인재 7급 시험장에 다녀왔다. 시험 응시요건에 따라 20대 초 젊은층의 발길이 많았다. 시험은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인 오후 5시 30분에 끝났고, 오매불망 시험이 끝나기만을 기다린 일가친지들이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수험생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시험 끝나서 축하한다고 꽃다발을 안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참 축하할일인지, 부담스러운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광경은 시험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 아니기에 꽤나 흥미로웠다.

시험을 끝낸 수험생들의 표정은 참 알 수가 없다. 잘 봤거나, 못 봤거나 담담한 모습이다. 시험 종료 시간을 기다리면서 기자는 옆에 있던 학부모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합격 염원을 빌고, 그러나 결과가 좋지 않아도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냐는 기대와 우려가 섞인 말이 이어졌다. 수험생을 자녀로 둔 부모님이라면 모두가 반반의 감정을 느끼는 건 당연지사다.

그러나 막상 기대와 달리 우려한 결과가 나오면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이 묻어나오기 마련이다. 4대 1의 경쟁, 공무원 경쟁률 치고 낮다고 볼 수 있지만 긴장감과 여운은 오히려 2대 1 경쟁에서 최고치로 달아오를 수 있다.

그는 “여기서 반절은 탈락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반절이상이라고 해줬지만 참 말을 하면서도 불안함을 조성하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진 않았다. 실제 응시자가 몇 명이었느냐에 따라 탈락 인원의 수가 줄어들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언젠가 수험생 자녀를 둔 한 고위 공직자는 고사장 근처 벤치에 앉아 예나 지금이나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는 일은 참 어려운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수험생인 딸아이가 고등학교 성적도 좋아 원하는 법대를 가긴 했으나 공무원 시험에서는 또 다른 것 같다는 말이다.

20년 전 자신이 시험을 봤던 교실에는 지금보다 많은 수가 있었다고, 그 중에 합격자가 1명이나 나올까 말까 했는데 요즘도 과연 그러한 태세라고 말을 덧붙였다.

9급으로 임용돼 현재 승진한 한 공무원은 명문고를 나와 대학‧대학원까지 스트레이트로 학업에 매진했다고 전한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타고나길 배움, 출세에 대한 욕심이 많아 옛날부터 최고가 아니면 안됐다는 게 주위 생각이다. 그의 학교 성적은 1등은 아니었지만 늘 상위권이었다고 한다.

요즘 공무원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고등학교 때부터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장래희망 설문조사에서도 연예인 아니면 공직자가 늘 1,2위를 다툰다는 것은 어느 조사에서나 비일비재하게 나타난 결과다.

김연아나 유재석이 되지 못할 바에는 결국 시험성적을 자신의 미래를 결정짓는 결정적인 수단으로 적용시키겠다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반에서 일등을 해야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고, 반에서 일등을 해야 원하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 확률이 또한 높아진다는 것에 평행선이 그어진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뤘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면 수험생들의 행복은 성적순으로 정해진다는 것에 동감하지 않을 수 없다. 행복하고 싶다면,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은 내가 치르는 이 교실, 이 반에서 1등을 한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집중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gosi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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