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고시촌에 봄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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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고시촌에 봄이 올까요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4.03.1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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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성 기자

3월도 어느새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 꽃 피는 춘삼월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매서운 찬바람에 자꾸만 옷깃을 여미게 된다. 사법시험 폐지가 결정된 이후 해가 갈수록 스산해져 가는 신림동 고시촌의 풍경은 아직도 지난 겨울의 흔적을 고스란히 두르고 있다. 그런데 지난 7일 조용하던 고시촌을 술렁이게 하는 대형사건이 터졌다. 바로 사법시험 존치안이 발의된 것.

오랜 진통 끝에 로스쿨 제도의 도입이 결정된 이후 사법시험은 예정된 폐지의 수순을 밟아가고 있지만 아직 많은 수험생들이 사법시험을 통해 법조인이 되려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많은 수험생들이 수험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합격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과 싸우는 것이라고들 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든데 지금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도전하려는 목표 자체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도 맞서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로스쿨 일원화와 우회로 마련론, 그 중에서도 사법시험 존치론과 예비시험 도입론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기 시작했을 무렵 한 사법시험 수험생의 전화를 받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듯한 심정으로 사법시험 존치 가능성을 묻는 그 수험생에게 만족스러운 대답을 들려 줄 수 없어 안타까웠던 기억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인생의 목표가 사라질 것이라는 공포를 호소하던 그 수험생은 “만약 사법시험이 존치된다면 꿈을 이룰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지금 사법시험에 도전하고 있는 수험생 대부분이 이같은 비장한 각오로 공부를 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들에게 이번 법안 발의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은 기쁜 소식이었을 것이다.

우회로 마련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상 예비시험도 대안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 기존 사법시험 수험생들에게 있어서는 로스쿨제도와 별로 다를 것 없는 ‘길이 아닌 길’에 불과하다.

현재 법사위에 계류중인 법안대로라면 시험과목과 선발인원 등을 고려했을 때 3년의 대체법학교육이 무용하다는 의견은 차치하더라도 일단 3년간의 대체법학교육이 아무리 저렴하다고 해도 추가적인 비용이 필요하게 된다. 변호사시험이 현재는 비교적 높은 합격률을 보이고 있지만 향후 갈수록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들어맞는다면 학원 등을 통한 사교육 비용도 추가적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로스쿨의 고비용 문제가 고스란히 남게되는 것이다.

물론 기존 사법시험 수험생들만이 아니라 방송통신로스쿨이나 야간로스쿨의 형태로 운영해 직장에 다니면서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겠다는 의도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전업으로 3년간 법학공부만 하더라도 실력논란이 나오는 상황에서 얼마만큼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결국 수험생들은 사법시험이 존치되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법안 발의 소식을 접한 많은 수험생들은 법안을 대표발의한 함진규 의원의 홈페이지에 감사와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는 등 새로운 희망과 기대에 부풀어 있는 모습이다. 물론 이제 겨우 법안이 발의됐을 뿐이고 수험생들의 바람대로 국회를 통과하기까지는 거쳐야 할 난관이 너무도 많다. 하지만 거의 불가능으로 여겨지던 사법시험 존치, 그 희망의 싹이 트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그 희망의 싹이 자라 겨울이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고시촌에 다시 봄이 찾아올 수 있을지 기대된다.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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