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공무원시험 '민폐’ 위장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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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공무원시험 '민폐’ 위장전입
  • 이인아 기자
  • 승인 2014.02.2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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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아 기자

오는 6월 21일은 지방직과 교육청 시험이 실시되는 날이다. 현재 경기, 부산 등 10개 지역이 계획안을 완료했고 충북과 광주 두 지역교육청이 선발규모를 발표한 상황이다.

시험이 같은 날 치러지기 때문에 수험생은 최종 시험 전날까지 자신이 어떤 것에 더 유리할지 잘 따져보고 시험을 선택해야 한다.

지방직의 16개 시도와 17개 시도 교육청, 총 33개 기관은 6월 21일 그 여느 때만큼 분주한 하루를 보낼 듯하다.

2~3월 중 이들 기관은 모든 계획안 발표를 끝내고 4월 초 부터 원서접수에 들어갈 예정이다. 원서접수에 앞서 자신이 해당 지역의 시험에 응시가 가능한지, 기관이 요구하는 응시자격 요건에 부합한지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진행해야 한다.

국가직과 서울시 시험은 거주지 제한이 없어 누구나 응시가 가능하지만, 각 지자체가 실시하는 지방직 시험은 해당 기관이 내건 거주지 요건에 맞아야 응시가 가능하다.

어느 누가 대전에 응시하고자 한다면 현재(시험 해당년도 이전부터) 대전시에 거주하고 있거나, 과거 3년 이상 살았던 흔적을 문서로 증명할 수 있는 자만 가능한 것이다. 이 둘 중 어느 하나 요건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아무리 그 시험을 치르고 싶어도 우선적으로 제외된다.

지역제한은 경쟁률을 낮추는 데 큰 영향을 준다. 이에 많은 수험생이 현실적으로 합격가능성을 지방직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도 사실.

이렇다보니 수험생은 합격을 위해 지자체가 요구하는 거주지제한 요건을 만들기 위해 소위 ‘위장전입’이라는 꼼수도 서슴지 않는다.

이를 테면, 어느 한 수험생이 서울에 사는데 지역 시험을 치르고자 주소지를 해당 지역으로 옮겨버리는 등의 행동이 바로 그것이다. 갑자기 생판 얼굴도 몰랐던 그 지역에 산다는 팔촌이 기억나고, 친하지도 않은 고모, 삼촌이 새삼 가깝게 느껴질 수 있는 자애로운 순간일지도 모르겠다.

오래 전, 변두리 지역의 한 응시생이 수도권 지역에서 실시하는 교육행정 시험을 보겠다고 그 지역 친척에게 친히 안부전화를 거는 모습이 생각난다. 그때 기자가 이같은 사정을 잘 알았다면 과연 어떤 조언(?)을 해줬을까. 거주지 제한 요건에 부합하고자 머리를 굴리는 수험생들의 몸부림은 한편으론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다.

그러나 확실한 건 위장전입은 지양돼야 한다. 불법행위이기도 하지만, 타인에게 적잖은 피해를 주는 행위임을 알아야 한다. 한 지역 도 관계자는 “합격자가 100명이라면 이 중 10명은 위장전입인 것이 현실”이라고 귀띔했다.

응시자격 요건에는 해당 시험년도 1월 1일 이전부터 해당 지역 거주자에 한해 응시가 가능하다고 명시 돼 있다. 그러다 보니 심지어 12월 28일 자로 주민등록상 주소를 해당 지역으로 옮겨 응시 요건을 만드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실거주지는 서울인데 주소지만 시험 지역으로 이전하는 ‘위장전입’ 행태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도덕적으로 걸리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위장전입으로 합격해 공무원으로 일할 시 발생되는 문제점도 제기된다. 실제 연고지가 아니다보니 3년 근무연수를 채우고 연고지로 가버리는 등의 일이 벌어진다.

이같은 인사이동은 전문성을 기하는 업무에 제동을 거는 한편 인력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한 지자체 관계자의 후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위장전입의 폐해를 막기 위해 지자체 기관은 시험에 관한 응시율 등을 공개하지 않는 방안을 고려하기도 한다고 그는 전했다.

출원인원에 따른 경쟁률은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실제 시험을 치른 응시율의 경우, 공개를 하면 데이터를 비교한 수험생들이 그 다음해에 응시율이 더 낮은 지역으로 위장전입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장전입은 어떻게 일일이 가려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성행되는 듯하다. 올해 지방직 시험도 꼼수를 마친 수험생 응시가 여럿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행해지는 수단과 방법에 대해 시비를 걸 생각은 없다. 다만, 합격 후에는 적어도 지역을 위해 일하는 꾸준한 공무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gosilec@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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