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공무원시험 그리고 부업과 주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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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공무원시험 그리고 부업과 주업
  • 이인아 기자
  • 승인 2014.02.1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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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아 기자

지난 15일 계리직 시험이 치러졌다. 계리직은 기능직 9급으로 우체국에서 일하는 공무원이다. 올해 실시되는 9급 공채의 첫 시작을 알리는 시험이었다. 3과목을 실시하는 계리직은 앞서 경쟁률에서도 봤듯이, 올해 일반직과 맞먹거나 그 이상으로 높게 솟아있었다.

통상 응시율이 50~60%로 형성됐기 때문에 올해도 지원자의 절반정도가 시험장을 찾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험 시작 훨씬 전부터 응시자들의 발걸음이 속속 이어졌다. 교실을 한 번 훑어보니 올해 계리직 응시율은 예년보다는 높게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리직은 시험 특성상 일반직보다 부담이 덜 한 것은 맞다. 그러나 만만한 시험은 결코 아니다. 응시자들의 면면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두드러졌고,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자도 더러 있었다. 30대 직장인과 40대 주부로 보이는 수험생도 열에 셋 정도는 차지했다.

시험장 앞 벤치에서 계속해 두꺼운 책을 보고 있는 한 중년의 남성이 눈에 띄었다. 분명 한 가정의 가장이고, 한 회사의 일원일 터. 선입견은 아니지만 여성 선호도가 높은 계리직 시험에 중년 남성이 도전하는 것이 뭔가 사정이 있는 듯 했다. 다가가 살짝 말을 걸었더니 “그냥 한번 보고 싶어서 지원하게 됐다”고 멋쩍어 했다.

시험을 마치고 마지막까지 시험장에 남아있는 한 여성 수험생은 현재 자신의 직업이 작가라고 했다. 같이 글 쓰는 일을 한다는 게 반가웠는지 매우 환하게 기자의 물음에 답해줬다. 오히려 기자가 힘을 얻고 나왔다. 왜 계리직에 응시하게 됐는지는 묻지 않았다. 글 쓰는 일이, 그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험이 끝나고 문제지의 답을 확인하고 있는 한 남자 수험생은 결과에 만족한 듯 아닌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침착한 분위기의 그는 ‘올해 있는 공무원 시험에는 가능한 모두 도전할 생각’임을 귀띔했다.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이들의 사연은 참 제 각각이다. 계리직이 공무원시험의 메인 시험은 아님에도 참 다양한 수험생들이 응시했다. 분명 어렸을 적 꿈이 있었을 것이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고, 소기의 성과는 이뤘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이 되기 위해 결국 다시 첫 삽을 뜨려 하다니 참 무엇을 위해 사는 세상인가 싶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은 부업이고, 공무원이라는 주업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소치 동계올림픽이 이제 막바지 일정을 향해 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10위권 밖으로 저 멀리 물러나 있는 상태지만 이같은 결과가 아쉬울 뿐 그 누구 탓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을 국민은 잘 알고 있다.

예상치 못한 실수로 반전된 결과가 나타나고, 신예의 선전으로 기존 선수들의 저력이 저하되는 등 메달권 순위가 시시각각 변함에 따라 각본 없는 드라마가 과연 스포츠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경기였다. 4년간의 노력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국가 영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그 냉정한 사실이 참 불편하고도 안타깝다.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그리고 시험을 치른 수험생들도 기자와 같은 마음일지 모르겠다.

한 국가의 영웅이 된 이상화, 안현수 선수를 그 누구나 꿈꾼다. 수험생은 시험에 합격하기만 하면 적어도 집안에서 만큼은 영웅이 될 수 있다. 아직 국가직과 지방직, 서울시 등 굵직한 시험이 남아있다. 장거리 쇼트트랙에서는 600m 지점 이후부터 스피드를 어떻게 내느냐에 따라 기록이 갱신될 수 있다.

지쳐서 떨어져나가거나, 힘을 받아 상대선수를 앞지르거나 말이다. 앞으로 시험일정을 소화하는 수험생은 현재 그 지점에 와있다고 볼 수 있다. 조금 더 힘을 내서 스퍼트를 올려 자신의 점수를 최고치로 만들어 내길 바라는 바다.

gosilec@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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