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법원행시 개편, 재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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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법원행시 개편, 재고가 필요하다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3.12.13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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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사법시험 폐지를 앞두고 불안감과 싸워가며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또 하나의 청천벽력이 떨어졌다. 법원행시에서 1차합격자에게 주어지던 다음해 1차시험 면제 혜택이 사라진다는 소식이다.

사법시험과 법원행시의 긴밀한 관계(?)에 대해서는 사실 수험생이 아닌 이상 잘 모를 것이다. 최근 들어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 자격요건으로 도입되고 법원행시 1차시험의 출제유형 변화 등으로 인해 그 긴밀함이 다소 약화되긴 했지만 법원행시는 사법시험 수험생들이 당연한 듯이 동시에 준비하는 시험이다.

첫번째 이유는 사법시험 1차와 법원행시 1차 시험과목이 헌법, 민법, 형법으로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충실히 공부해 꼭 합격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하지만 일부 수험생들은 사법시험 1차시험과 과목이 같은 법원행시 1차시험을 사법시험의 모의고사처럼 여기며 되면 좋고 안돼도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시험삼아 응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처럼 사법시험 수험생들이 법원행시를 사법시험의 모의고사처럼 여길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시험과목이 같기 때문은 아니었다. 법원행시 1차시험이 사법시험의 모의고사로 기능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난이도와 충실한 깊이를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결코 단기간의 공부로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이 아닌 것이다.

수험생들이 가장 분개하고 있는 것은 유예제도 폐지가 법원행시의 이같은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법원행정처가 유예제도 폐지를 알리며 폐지 이유로 제시한 것 중 하나가 유예제도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5급공채나 입법고시 등 다른 시험과의 균형이었다. 형평성, 균형. 좋은 말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말하듯이 진정한 형평성, 평등이란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다루는 일일 것이다.

대부분의 5급공채나 입법고시 수험생들이 PSAT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은 한 두달 남짓이다. 또 일단 문제 풀이 요령을 몸에 익히면 다음해 공부가 더 수월해지는 시험이다. 하지만 법원행시 1차시험은 1년을 꼬박 투자해도 붙기 어려운 방대한 분량과 높은 난이도를 갖춘 시험이다. 공부가 깊어질수록 1차시험에 투입하는 시간은 줄어들겠지만 이것은 법원행정처가 개정 사유로 제시한 장수생 방지의 취지에 오히려 반대되는 흐름이 아닌가 싶다.

극소수의 선발인원도 문제다. 법원행시는 매년 10명 남짓을 선발한다. 1차합격자는 법령상 5배수까지 이므로 최대한 선발한다고 해도 50명 정도다. 개정규칙이 10배수까지로 1차 합격인원을 늘렸지만 여전히 쉽게 붙을 수 있는 시험은 아니다. 수험생들 사이에서 법원행시는 신이 점지해 주는 시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합격하기 어려운 시험인 것이다. 법원행시 2차시험에서 고배를 마신 수험생이 다음해 다시 1차시험에 합격할 확률은 5급공채의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수험생들이 호소하는 불만 중 가장 중요한 사유는 기존 수험생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것이다. 개정규칙은 내년부터 바로 시행된다. 올해 1차시험 합격자들에 대해서는 신뢰보호 차원의 예외를 인정했지만 그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 이미 오랜 기간 법원행시를 준비한 다른 수험생들도 외면해서는 안된다. 법원행시 1차 유예제도 폐지가 시급을 다툴만한 사안이 아닌만큼 기존 수험생들이 제도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준비할 수 있도록 최소한 2~3년 정도의 유예기간은 뒀어야 했다.

일단 고시에 발을 담근 이상 합격해서 나가지 않는 한 평생 한으로 남는다고 한다. 최소한 상황에 떠밀려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으로 떠날 수 있는 자유는 줘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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