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대한민국 고시제도에 대한 잡상(雜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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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한민국 고시제도에 대한 잡상(雜想)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3.12.06 1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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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세모에 정국(政局)이 혼란한 가운데 각종 고시를 준비하는 수험가 역시 어수선한 듯하다. 한 해를 넘기기 바쁘게 각종 고시제도들이 급격히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소기의 목적을 이룬 합격생들은 성취의 기쁨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불합격생들은 내년을 기약하며 재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제도가 바뀌는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수험생들의 속내는 복잡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특히 사법시험 준비생들은 100명이나 줄어든 내년 시험에 과연 합격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공포감마저 감돌고 로스쿨 출신 및 재학생, 그 입시 준비생들은 혹여 사법시험 또는 예비시험이 존치되는 것 아닌가 하는 또 다른 우려를 안고 있는 듯하다.

외교관을 꿈꾸는 수험생들은 외무고시를 올해 마지막으로, 이를 대신하는 외교관후보시험도 첫 치렀지만 내년에는 후자만이 시행되면서 혹여나 출제유형 및 수준이 크게 변하는 것 아닌가 노심초사인 것도 사실이다.

7·9급 등 일반 공무원 수험생들에게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시간선택제 선발제도가 공채 선발 규모에 영향을 끼치지나 않을까 왠지 불만인 듯하고 경찰공무원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공찰공무원 증원에 따른 희소식도 있지만 새롭게 채택되는 한국사시험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를까봐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니다.

합격의 영예를 차지하기 전까지는 영원한 '을'(乙)이어야만 하는 수험생들. 그 한가운데에 사법시험 준비생들의 갑갑증이 가장 클 것은 자명해 보인다. 그래서 일까.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박영선 의원과 대한변호사협회가 공동 주최한 변호사 예비시험 입법공청회에는 사법시험 준비생들도 적지 않게 참여했고 자유발언을 통해 사법시험 존치 또는 예비시험 도입의 당위론을 강하게 어필하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공부해 온 사법시험을 어떻게든 유지시켜 법조인이 되고 싶다는, 甲과 乙 관계에서 乙의 강한 항변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로스쿨측으로서도 결코 내어줄 수 없다면서 강하게 반발하는 형국이다. 공청회 입구에 놓인 “기회의 나라! 대한민국!”라는 주최측의 공청회 자료 바로 옆에 “로스쿨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라는 로스쿨협의회 측의 홍보 자료집이 나란히 놓였다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을 가늠할 수 있었다. 어느 측이 甲과 乙인지 알 수는 없지만 쉽게 끌날 싸움은 아닌 듯싶다.

하지만 절대 다수가 법대 출신인 사시생들은 “법학사 학위를 갖고도 변호사시험에 응시조차 할 수 없는 제도가 어디 있냐”며 또 다른 乙의 목소리를 내며 조속한 결론과 구제도 부활을 꿈꾸며 외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해 보인다.

외무고시가 ‘교육을 통한 양성’이라는 로스쿨과 비슷한 형태의 외교관후보시험으로 바뀌었지만 반발 없이 조용했던 것과 달리 로스쿨과 사법시험간 이렇게 시끄러운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선발과정에서의 차이로 보인다. 외무고시와 외교관후보시험은 첫 관문에서는 차이가 없고 동등한 자격과 실력경쟁만으로 누구든 객관적 능력만 되면 합격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사법시험과 로스쿨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인 듯하다. 선발주체가 국가에서 교육기관으로, 평가방식이 정량시험에서 정성시험으로, 접근가능성이 5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요지로 보인다.

사법시험과 로스쿨간의 긴장감을 보며, 또 각종 고시제도의 여러 변화와 수험생들의 불안감을 지켜보면서 잡상(雜想) 중 ‘대한민국 모든 고시제도가 다 잘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단상 (斷想)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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