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접견교통권, 철저히 보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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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접견교통권, 철저히 보장해야
  • 법률저널
  • 승인 2013.11.0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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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살면서 누구나 다양한 기쁨과 슬픔을 경험하지만, 인간에게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배우자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이고, 두 번 째는 구속되어 자유를 박탈당하는 일이라고 한다. 자유는 인간 존엄의 상징이다. 오죽하면 미국의 패트릭 헨리가 1775년 버지니아 의회가 해산되자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절규해 미국 식민지인들의 심금을 울려 미국 독립혁명의 도화선이 되었겠는가. 체포, 구속되어 자유가 제한된 피의자나 피고인에게 외부와의 접견교통을 보장해주는 것은 인권보장을 위해 필수적이다. 체포, 구속된 피의자라 할지라도 엄연히 무죄의 추정을 받기 때문이다. 또 형사사건에서 형이 확정된 수형자도 자신의 다른 소송사건에 관한 논의를 위해 소송대리인을 만나는 경우 소송준비 등 재판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접견내용의 비밀을 보장받아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9월 수형자가 자신의 헌법소원 대리인인 변호사를 접견할 때 교도소장이 접견내용을 녹음, 기록한 행위가 수형자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여 위헌이란 결정을 내렸다. 수형자와 대리인과의 접견내용을 녹음, 기록하면 접견내용이 노출되어 수형자가 제대로 법률상담을 할 수 없으며 특히 무기평등의 원칙을 해친다는 것이다. 또 지난 8월 헌법재판소는 수형자가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장소에서만 변호사를 접견하게 한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 시행령 제58조 제4항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은 헌법상 기본권인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핵심 내용이므로 헌법재판소의 이 같은 결정들은 매우 뜻깊다. 독일에서는 1964년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이 규정되었다. 미국에서는 1964년 에스코베도 대 일리노이 사건과 1966년 미란다 대 애리조나 사건을 통해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접견교통권이 확립됐다. 우리 형사소송법도 제89조에서 “구속된 피고인은 법률의 범위 내에서 타인과 접견할 수 있다”, 제34조에서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는 신체구속을 당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 접견하고 서류 또는 물건을 수수할 수 있다”고 해 피고인이나 피의자의 접견교통권을 보장한다.   수사기관의 일방적 처분을 통해 함부로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제한할 수도 없다.

반대 견해도 있다. 수형자의 외부인과의 접견권을 인정하더라도 구금시설은 다수의 수형자를 집단으로 관리하는 시설로서 규율과 질서가 필요하므로 수형자의 접견의 자유에는 내재적 한계가 있고, 수형자의 접견권을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인지는 입법권자의 입법정책에 맡겨져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러나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은 방해나 감시 없는 자유로운 접견교통을 본질로 한다. 수형자가 소송사건과 관련해 변호사를 접견하는 경우 이는 소송준비를 위한 목적이며 수형자의 교화개선을 위해 접견내용을 녹음, 녹화할 필요성이 적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접견내용의 비밀을 두텁게 보장할 필요가 있다. 특히 소송 상대방이 국가나 교도소이고 소송 내용이 구금시설의 부당처우를 다투는 것인 경우, 접견내용에 대한 녹음, 기록은 당사자대등의 원칙에 따른 무기평등을 침해하게 된다.  만약 수형자가 접견교통을 빌미로 위법행위를 하거나 반입금지 물품을 반입하여 교정질서를 어지럽힐 우려가 있다면 형집행법에 기해 접견 자체를 제한하면 된다. 그리고 변호사와의 접견에 대해 시각적 감시까지 부인되는 것은 아니므로, 구금시설은 모니터링을 통해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징역형은 수형자를 일정한 장소에 구금해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자유를 박탈함으로써 범죄에 대한 응보를 목적으로 하므로 신체적 자유가 속박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이외의 권리와 자유에 대해서는, 수형자의 교화, 갱생과 구금시설의 규율질서 유지라는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만 제약을 가할 수 있다. 형 집행 중인 수형자라는 이유만으로 변호인과의 대화내용을 녹음하는 것은 곤란하며, 피의자, 피고인은 물론 수형자의 접견교통권도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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