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명의 경제학-글로벌 시사경제 해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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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명의 경제학-글로벌 시사경제 해설8
  • 법률저널
  • 승인 2013.05.3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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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피난처의 경제학


글로벌 시사경제 해설 이번 주의 테마는 최근 한 독립인터넷 언론사의 독점 취재로 온 국민을 분노하게 하고 있는 조세피난처에 대해서 알아본다. IMF위기 시에 한국외환은행을 인수한 외국자본 론스타가 막대한 차익을 거두고도 적은 세금밖에 내지 않았던 일로 분노했던 국민감정이 이번사건을 계기로 다시 끓어오르고 있다. 앞으로 고위직 공무원을 지향하는 수험생들에게는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교재가 될 것이다. 

1. 조세피난처란?


조세피난처(Tax Haven)란 법인의 실제 발생소득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에 대해 조세를 부과하지 않는 국가나 지역을 말한다. 즉 법인세·개인소득세에 대해 전혀 원천징수를 하지 않거나, 과세를 하더라도 아주 낮은 세율을 적용함으로써 세제상의 특혜를 부여하는 지역을 의미한다.


이러한 조세피난처는 세제상의 우대뿐 아니라 외국환관리법이나 회사법 등의 규제가 적고, 기업 경영상의 장해요인이 거의 없으며, 모든 금융거래의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되기 때문에 탈세와 돈세탁용 자금거래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조세피난처는 세계적으로도 많은 문제를 일으켜 2000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중심으로 조세피난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0년 6월 처음 「Progress on Identifying and Eliminating Harmful Tax Practices」 라는 보고서를 통하여 35개 조세피난처 국가의 명단을 공표했다. 당시의 조세피난처판정 기준은 아래의 ①을 만족시키면서 ②·③·④ 중 하나를 만족시키는 국가나 지역을 의미한다.


① 세금이 없거나 명목적인 세금만을 유지


② 효과적인 정보교환의 결여


③ 제도투명성 결여


④ 실질적 사업수행조건 결여

 

Low tax Havens

저세율국. 세율이 낮고 비교적 많은 나라와 조세조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배당에 대한 원천과세가 없다. 바레인, 모나코, 싱가포르 등

Tax Shelters

국외소득에 과세하지 않는 국가.

홍콩, 라이베리아, 파나마, 코스타리카, 말레이시아 등

Tax Resorts

특정한 형태의 회사 또는 기업활동에 특별한 세제상의 우대조치를 취하는 국가.  아일랜드, 그리스, 네덜란드, 스위스, 룩셈부르크 등

Tax Paradise

면세국. 소득세가 부과되지 않고 조세계약을 체결하고 있지 않으며 회사설립이 간단하다. 바하마, 버뮤다, 케이먼제도 등

 

이러한 기준에 따라 조세피난처를 다음 표와 같이 네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글로벌화가 진전됨에 따라 각 국의 금융규제가 완화되고, 자본의 국제적 이동이 자유로워지며, 국제거래의 규모와 다양성이 증가함에 따라 감시나 적발이 어려워져 조세피난처를 이용하려는 시도는 더욱 증가추세에 있다.  
 
2. 조세피난처 이용 규모와 악용사례


조세 피난처는 법인세나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거나 아주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대신, 계좌 유지 수수료나 법인설립 수수료를 받는데, 전 세계적으로 80곳 이상이 있고, 이들 지역에는 200만 개가 넘는 페이퍼컴퍼니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조세 피난처 반대운동 단체인 '조세정의 네트워크(taxjustice.net)'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1970년대부터 2010년 말까지 조세 피난처로 흘러들어 간 금융자산 누적액이 최소 21조 달러, 최대 32조 달러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21조 달러라는 규모는 미국 GDP(14.5조 달러, 2010년 기준)의 1.4배에 달하고, 우리나라 GDP 1조 달러의 21배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이다.
그 보고서는 한국의 부자들도 7790억 달러(원화로 888조 원)를 조세 피난처에 숨겨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금액은 중국(1조1890억 달러)과 러시아(7980억 달러)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이다. (그래프1 참고)

          그래프1 국가별 조세피난처 이용규모

 

탈세나 절세를 시도하는 기업들은 이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여 각 국의 조세제도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목적을 달성하려한다. 페이퍼 컴퍼니란, 물리적인 실체가 존재하지 않고 서류로만 존재하면서 회사 기능을 수행하는 회사로, 실질적으로는 자회사를 통해 영업 활동을 하며, 법적으로는 엄연히 자격을 갖추고 있으므로 유령회사와는 다르다. 독자적 사업 없이 자회사 지분소유만을 목적으로 은행, 증권, 보험, 종금 등 금융계열사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우리나라의 금융지주회사도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에 속한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여 탈세나 절세를 시도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아마존이나 스타벅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유명기업들도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역외탈세 의혹으로 미국 의회의 청문회를 받고 있거나 재판과정에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영국에서 43억 파운드(약 7조2400억 원) 매출을 올리고도 법인세는 매출의 0.1퍼센트만 낸 사실이 드러나 영국인들의 원성을 샀고, 특히 아마존은 같은 해 영국에서 법인세로 240만 파운드(약 40억 원)를 내고 일자리 창출 명목으로 이보다 많은 250만 파운드의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도덕성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전형적인 탈세수법 중 역외탈세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다. 애플도 이 방법으로 탈세한 혐의로 재판중에 있는데, 애플이 사용한 탈세 수법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미국에 본사를 둔 애플이 아일랜드에 두 개의 자회사를 만들고 또 다른 조세 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다. 전 세계의 고객이 애플의 상품을 구매하면 판매대금은, 일단 아일랜드 자회사로 보보낸 후, 판매대금의 90퍼센트 이상을 조세 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에 로열티로 지급한다. 그 결과는 애플 매출액의 10퍼센트 이하에 대해서만 아일랜드에 소액의 법인세를 내고 90퍼센트에 대해서는 어느 나라에서도 법인세를 내지 않게 된다. 결국 애플은 미국에 법인세(세율 35%)는 내지 않고, 매출액의 10%에 대해서 아일랜드에 법인세(세율13.5%)만 납부하여 역외탈세를 하게 되는 셈이다. 그 탈세규모는 90억달러(1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크로 소프트도 이와 유사한 이전거래를 이용한 역외탈세 혐의로 조사중에 있으며, 그 규모도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의 기업들도 역외탈세를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국내의 증권사들은 역외펀드(Offshore Fund)를 통해 조세피난처를 이용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가 외국에서 펀드를 설정해 국내에 다시 우회투자하는 방식을 역외펀드(Offshore Fund)라고 하는데, 증권시장에서 일명 "까망머리 외국인"으로도 불려진다. 1992년 증시 개방이후 증권사들이 국제약정고를 올리기 위해 역외펀드를 설립하기 시작했다. 이들 역외펀드는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되지만 실제 자금은 국내증권사가 조달한 국내자금이지만, 조세피난처에 설정돼 있어 자금출처의 보안이 유지되면서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투자 우대도 받게 된다. 이런 역외펀드가 M&A(기업인수합병) 시장에 뛰어들어, 탈세와 함께 M&A 과정의 투명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3. 현황과 대응 방향


세계주요국의 법인세율을 보면 일본은 30%에서 올해 25%로 낮췄고, 미국은 35%, 영국은 26%, 중국은 25%로 내렸다. 우리나라는 22%로 OECD국가들 중 중간정도이다. 그러나 연구개발비용에 대한 세액공제, 신용카드 소득공제, 근로장려금 지급으로 인한 감면, 외국인 투자기업법인세 감면 등의 혜택을 제외한 실효법인세율을 비교하면 한국은 OECD국가들 중 하위권에 속한다. 착한자본주의연구원이 발표한 '실효법인세율 국제비교와 착한 정책'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기업이 실제 부담하고 있는 실효법인세율((세전이익 ? 세후이익)/세전이익)은 세계 140개국 가운데 99위에 불과하며, 일본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착한자본주의 연구원이 5만개 전 세계 상장회사를 비교한 결과 한국의 실효법인세율은 2010년 기준 17.6%로, 아시아의 주요 경쟁상대국인 홍콩 24.3%, 싱가포르 25.5%, 대만 18.2%, 중국 23.3%, 일본 39.6%보다도 낮다. 각 나라마다 회계기준과 세법이 달라 실효세율의 국제비교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하나의 지표로서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실효세율이 하위권에 속하는 국가가 조세피난처 이용규모에서는 3위라는 것은 우리나라 기업과 기업인들의 도덕성을 다시 한 번 돌아볼 기회임에 틀림없다.


미국은 2010년 역외 탈세를 방지하고 해외 금융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해외금융기관 계좌신고법을 제정하여 해외금융기관 계좌신고제도(FATCA)를 도입했다. 이 법에 따르면 모든 미국인은 해외 금융계좌를 미국 국세청에 신고해야 하고, 외국 금융기관들은 미국인과 미국 기업의 금융계좌에 대한 정보를 미국 국세청에 보고해야 한다. 만약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외국 금융기관들은 미국에서 올린 금융 수익의 30%를 벌과금으로 내야하고, 개인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5만 달러(2억8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엄벌주의를 포함하고 있다.


유럽 각국도 은행의 비밀주의를 제거해 탈세와 조세회피를 봉쇄하기 위해 주요국의 은행계좌 정보를 상호교환하기로 합의하고, 미국의 해외금융기관 계좌신고법과 유사한 제도의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 명단을 공개한 이번 사건을 기회로 조세정의와 관련된 본격적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이규명  베리타스 5급공채 경제학 전임/합격의 터독서실 멘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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