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2 / 사전 타당성 검토와 감정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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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2 / 사전 타당성 검토와 감정평가
  • 법률저널
  • 승인 2013.04.2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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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출장을 마치고 서울로 복귀할 때면 되도록 막히지 않는 길을 타려고 네비게이션의 도움을 받는다. 네비게이션이 유료도로를 선호한다는 속설은 익히 들었지만 추천경로를 보면 경로 설계 자체가 고속도로 위주임을 절감하게 된다. 과천 쪽에서 서초동으로 넘어가는 길은 사당역을 경유하든지 아니면 우면산 터널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시간이 촉박하면 유료 터널을 타는 편이다. 아직도 네비게이션에는 통행료가 2000원으로 입력돼 있는데, 최근 터널을 이용하면서 요금이 500원 인상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물가가 두 자리 수 인상되면 뉴스에 ‘인플레이션’이라는 용어가 반드시 등장하는데 25% 인상인 셈이니 ‘상승’이라기보다는 ‘폭등(暴騰)’이라고 표현해야 할 판이다. 몇 년 뒤에 500원 더 인상된다는 소식도 들리니 그리 급하지 않으면 터널로 안내하는 네비게이션 추천경로는 무시해야 할 듯하다.

 

우면산 터널과 같은 민자 도로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민간 투자 활성화를 위해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inimum Revenue Guarantee, MRG)가 도입되면서 속속 등장했다. 지난 2006년 민간제안사업 MRG, 2009년 정부고시사업 MRG가 폐지됐지만 그 이전 완공과 동시에 기부채납 조건으로 최소 수입을 보장받은 민간사업자는 현재까지 이용수입의 부족분을 지자체 예산으로 보전 받고 있다. 우면산 터널은 보장수익률이 8%초반으로 알려져 있어 필자처럼 통행요금에 부담을 느껴 이용을 꺼려도 수입 부족분은 고스란히 서울시의 재정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다.   

 

민간 자본의 인프라 투자 시 적정 이윤을 보장해 주어야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얘기다. 한 두 푼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완공 후에는 소유권을 지자체에 넘기는 조건인데 투자원금에 적정 이윤을 할부 형태의 매년 사용수익으로 보장 받지 못한다면 어떤 민간 사업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제도의 순기능이 사장되고 폐해만 부각된 이유를 필자는 수요 예측에 실패한 부정확한 ‘사업 타당성 용역 보고서’로 돌리고 싶다. 부산-김해 경전철의 예상 일일 이용객수 17만 명과 실제 이용객수 3만 여 명, 의정부 경전철의 하루 이용객수 예상치 7만 9천명과 실제 이용자수 2만 여 명의 데이터는 이런 부실한 보고서 작성자가 지자체 ‘혈세누수’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말해 준다.

 

정비사업 에서의 추정 분담금 산정 용역, 개발사업의 사업계획서 타당성 검토 등의 감정평가 업무가 위에서 언급한 타당성 용역 보고서의 성격과 궤를 같이 한다. 통행 차량대수에 대한 예측, 일일 사용자수 추산이 민간 사업자의 최소수익률을 보장하기 위한 핵심 사항이라면 타당성 검토 용역을 하는 감정평가에서는 장래 분양성과 분양수입을 추산하는 일이 대응되는 항목이다. 이런 예측과 예상은 현재 경기상황에 대한 적확한 이해와 부동산 경기 동향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전제한다. 세부적으로 경기변동의 진폭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면 확률분포의 형태로 분양수입을 추산해 보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현재 감정평가기관이 발행하는 대부분의 컨설팅 보고서는 종량제로 설계된 보수기준에 따른 평가수수료의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정식 감정평가보고서의 발급을 대체하는 목적으로 작성되고 있다. 보고서의 타이틀이 ‘감정평가’에서 ‘컨설팅’으로 바뀌었지 그 면면은 평가서와 다름이 없다. 최근 감정평가업계는 기존 자산의 적정 가치를 추계하는 업무에서 분양수입 추산 등 장래 가치 예측, 사업성과를 분석하는 용역 수행까지 다양한 컨설팅 영역으로 업무영역의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MRG제도의 도입과 폐지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전문성 없는 용역 보고서 1권이 해당 사업자의 현금 수지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용으로까지 전가될 수 있음을 주지하고 가치 추계 과정의 전문성을 키우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때다. 지자체의 ‘누수’되는 재정은 내 돈이고 우리 돈인 셈이니 그야말로 ‘혈세’다.   

이용훈 (주)대화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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