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에 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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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에 관한 단상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12.12.2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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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희선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변호사

 

연이어 터져 나온 검찰 비리 와중에 성추문까지 이어지며 로스쿨 출신의 자질론도 거론된다. 개인의 일탈이기는 하나 검사라는 막중한 지위에 비해 로스쿨 졸업생의 안이한 임용이 문제의 일단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랄까.


로스쿨 제도의 들뜬 열기와 환상 속에 정작 필요한 법조인 양성 훈련의 엄중함이 간과된 건 아닌지 우려되는 가운데 문득 첫 변호사시험을 앞둔 年前의 공청회에서 목도된 로스쿨의 인상이 떠올라 당시 남긴 글을 소개한다.


‘얼마 전 로스쿨과 관련한 중요한 공청회가 있었다. 새로운 변호사시험 합격 기준에 관한 공청회로, 주제의 민감함 때문인지 회의장이 비좁을 만큼 많은 청중이 몰려들었다. 특히 발제교수의 학교를 중심으로 100명 이상의 로스쿨학생들이 가득 메워 입추의 여지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과 열기 한 편으로 우리 사회의 낙후된 현실과 왜곡된 풍조를 보게 되어 심히 유감이었다. 무엇보다도 눈에 거슬리는 건 발표와 토론의 내용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고민하기보다는 대중의 감성과 집단이기주의에 매몰된 저급한 행태였다. 지난 세월 그토록 우리를 괴롭힌 포퓰리즘의 근원이 따로 있는 게 아닌 듯했다.


우선 발제를 맡은 교수의 선동적 언행과 그에 화답하는 학생들의 경박한 행태가 거슬렸다. 이런 어줍잖은 자화자찬식 발언이 로스쿨생들의 헛된 자만심과 어떤 선민의식을 낳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정권말 황급히 통과된 낯선 제도에 대한 신중한 고민과 진지함은 간 데 없고 무작정 만병통치약인 듯 떠벌이며 치켜세우는 바람에 어느덧 로스쿨생들은 국가가 보증한 최고의 인재들인 양 도취감에 빠진 모습이었다.


새 제도의 시험상 일정 심사를 거쳐 우선 20여개의 학교를 인가하고 그 운용결과를 봐 가며 검토하려는 취지임에도 마치 국가가 선발한 특별신분인 양 당연히 법조자격을 보증하라는 식의 논법이 횡행하는 듯 했다. 그간 대학의 어설픈 교육과 무절제한 학점 남발이 교육현장에서 목격한 큰 병폐임에도 종래의 법대와 별반 다를 바 없는 형식적 수업을 하면서도 그 같은 주장을 하는 이들을 보면 사회혼란의 큰 원인이 무책임한 교육자들에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제대로 임상교육도 못 받은 채 허울 좋은 로스쿨의 명분에 도취되어 최상의 교육을 받은 양 허황된 감성적인 반응만 보여 한심할 지경이었다. 이러다 보니 겉멋만 든 철부지 같은 태도가 여실하여 로스쿨의 본질과 부실한 교육의 검증을 지적하는 필자에게 야유를 보내며 소리를 높이거나 발표자료를 바닥에 내던지는 무례도 목격되었다. 단체로 행사에 나온 듯 하나같이 검은색 정장을 차려 입은 모습이었는데 이런 학생들을 나무라거나 제지하지도 않고 흐뭇한 듯 바라보는 교수가 과연 교육자인지 선동가인지 알 수 없었다. 필자의 일갈 지적에 마지못해 경고를 내린 사회자도 떼법에는 무력한 가련한 존재처럼 보일 뿐이었다. 미국의 경우 변호사시험뿐 아니라 품성과 적성시험도 따로 치러야 하는 걸 모르는 건지 한심한 작태였다. 또 우리 자격시험의 실례로, 변리사나 공인중개사시험의 합격률도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10~20%밖에 되지 않는 걸 몰라서 떠드는가 싶어 그 자료를 제시하니 더 언성을 높이는 학생까지 있었다.


이 모든 게 명징한 논리와 인식 없이 집단심리와 세태에 따라 춤추듯 놀아 난 어른들과 엄정한 교육을 포기한 채 학생들 비위나 맞추며 감성 위주로 눈높이 교육 운운의 값싼 변명을 늘어놓은 교육자들의 잘못이 아닐까.


진정 그들을 긍휼히 여긴다면 누가 봐도 어엿하고 당당한 속 찬 법률가로 탄생할 수 있게 제대로 된 훈련과 임상의 교육을 베풀어야 할 것이다.


어지러이 돌아가는 무질서한 세태를 접하고 느낀 소회가 착잡하여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어 몇 자 남긴다.’


이러한 당시의 글을 돌아보며 문제의 근원을 진솔하게 살펴보자는 뜻을 모두에게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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