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박근혜 의원, “다음에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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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박근혜 의원, “다음에 하시죠!”
  • 법률저널
  • 승인 2012.06.2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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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학장/변호사/시인

 

넓은 몽골의 사막 어디쯤에서 바라보는 밤하늘은 내 사유를 맑게 한다. 서울에서 바라보았던 반달과 달리 몽골의 반달은 맑고 투명하다. 그 반달을 둘러싼 몽골의 별들도 그 밝기를 더한다. 바람과 초원의 나라, 몽골은 서울의 달과 별을 더욱 빛나게 하는 신비를 나에게 가르친다. 아하, 원래 달과 별은 그대로인데, 서울의 어지럽고 투박한 공기가 맑은 달빛과 별빛을 가리고 있었구나 하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이다. 과학문명생활의 중심지인 서울은 달빛과 별빛을 가리고 우리에게 그 빛이 맑게 비쳐져 오는 것을 가로막는다. 그 불투명의 세계 속에서 우리는 왜곡된 이데아의 싸움박질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참으로 세상사 복잡하구나. 제자들과 함께 사막화된 몽골의 어느 한 곳에서 나그네가 되어 초지조성봉사활동 중이다. 이 광대무변한 자연 앞에 인간이란 아주 미미한 존재에 불과하구나, 한 모금의 물을 찾아 헤매야 하는, 목말라하는 미약한 존재로구나 하는 자기성찰의 소중한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젊은 제자 아이들이 힘차게 거친 자연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구슬 같은 땀방울을 쏟아내는 것을 보며 대견하기도 하다. 


옛말에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내가 가르치는 제자들에게 매일 밥 먹듯이 하는 말이기도 하다. 제발 학업에 충실해라, 독서를 많이 해라, 인생의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고 매진해라, 왜 제때 레포트를 내지 않느냐,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놈은 인생에서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이 세상은 결코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놈에게 기회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등등 들어도 그만, 안 들어도 그만인 잔소리를 수업시간마다 거의 한 번씩은 해댄다. 과목당 삼십여 명 되는 학생 중에 보면 꼭 한 두 녀석이 그런 말을 듣게 하는(?) 행동을 해보이기 때문에 거의 매수업시간마다 이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교수의 숙명(?) 같은 잔소리에 신기하게도 더러 내 잔소리를 옳은 소리로 받아들이는 녀석들이 있고, 그 녀석들이 한 학기 끝날 때쯤 틀림없이 뭔가 변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어찌 감사하지 않겠는가?


바야흐로 2012년 여름 정국은 대통령출마자들의 대선후보출마의 변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국가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훌륭한 인물들이 넘쳐나고 있음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저 애국충정으로 똘똘 뭉쳐진 정치지도자들을 보면서, 아마 모든 국민들이 “참으로 감사합니다 정치지도자님들!”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정치지도자들에게 있어 언어구사력은 참으로 중요하다. 왜냐하면 정치는 상징이고, 그 상징의 중심은 말이기 때문이다. 즉 말이 상징인 세계가 정치가들의 세계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정치가들은 대부분 웅변가이다. 정치지도자들 중 성공하는 이는 대부분 대중을 설득하여 자신의 정치노선을 따르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들이 탁월함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그들의 웅변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하면, 언론이나 방송이 정치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이들의 웅변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공평하게 보장해주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 역할을 메이저 언론들이 해 주어야 하는데, 그래야 정당한 민주주의가 될 수 있는데, 이미 몇몇 사람들만을, 그것도 그들을 나름대로 언론이 평가한 후 서열(?)까지 매긴 다음 그들의 웅변을 국민들에게 전달하는데 시간적, 장소적 제약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정치가는 거의 매일 수차례 언론의 긍정적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특혜를 받기도 하고, 어떤 정치가는 아예 편집대상이 되어 주요 동정조차 한 줄짜리 기사로도 보도되지 않는 편파적 불이익을 당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주요 언론방송사가 정치가들의 정치생명을 쥐락펴락, 살릴락죽일락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정치가들이 언론방송사 및 정치부 기자들에게 꼼짝하지 못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를 알고 있는 언론방송사들이 보이지 않는 횡포(?)를 계속 부릴 수 있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새누리당의 박근혜, 정몽준, 이재오, 김문수 등이 언론의 중심부에,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등이 그 다음 중심부에, 역외에 안철수 교수가 자리 잡고 있다. 그 중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자가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인 것은 거의 공지의 사실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기에 가장 많은 이들이 그에게 관심을 내보이고 있고,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이 보도의 중심내용이 되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대선후보예상자들에 대한 지지율 조사 및 보도가 지금처럼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대선 전 6개월이 그 이전에는 없었다는 점이다. 이렇게 빈번하고 반복적인 여론조사가 가능한 것은 물론 여론조사기법이 발달하고, 국민 일인 일전화기 시대가 도래함으로써 여론조사가 쉬워졌다는 주변환경적 영향 탓도 있겠지만, 조선일보를 비롯한 메이저 신문사들과 케이비에스를 비롯한 주요방송사들이 이렇게 지지율 보도를 하루가 멀다 하고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이미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박근혜, 안철수, 문재인의 삼각구도를 공고화하겠다는 의도(?)된 여론조작(?)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는 것이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 실험”처럼 대선 예비 후보들에 대한 지지율을 계속해서 국민들에게 주입시킴으로써 이를 고정관념화시키는 무서운 여론조작 같은 것 말이다. 그러니 위 3인이 아닌 다른 정치가들은 아예 대선전에 뛰어들지 못하게 되는, 즉 국민들로부터 지지받지 못하는 정치가라는 이미지를 부지불식간에 낙인시키는 파블로프의 효과를 언론방송사들의 과장보도 또는 축소보도가 의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점이다. 정몽준 의원은 제19대 국회 최다선의원으로 세계축구협회의 부회장으로 오랫동안 재직하여 국제적 감각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이라는 세계적 기업을 경영하여 옴으로써 그 경영능력이 인정된 분이고, 김문수 의원도 수차례 국회의원을 역임한 후 민선경기도지사로 선출되어 경기도를 가장 앞서가는 지방자치단체 중의 하나로 발전시킨 행정능력을 보여준 분인데도 그 분들에 대한 평가가 그러한 경험이 없는 박근혜 의원에 비해 형편없이 낮은 것은 어찌 보면 편파적 언론보도에 의한 낙인효과가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그들은 최근 들어 자신들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기 위해 점차 강한 어투, 강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대세는 역부족이라 아마 새누리당 내 경선 프라이머리는 이루어지지 않을 모양이다. 그들의 주장이 당내에서 공허해져 버리기 때문이다. 이는 친박계가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입장에서 국민경선프라이머리로 인한 박근혜 의원에 대한 대선전초전의 상처를 최소화하려는 책략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것이 나중에 본선에서 집중타를 맞게 되는 불이익이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몽준, 김문수, 이재오 등 대통령출마를 선언한 이들의 강한 반격성 멘트와 더불어 박근혜 의원의 화법이 최근 인터넷을 통해 국민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박근혜 의원의 웅변은 미리 준비되어 있지 않은 한 철저하게 “다음에 하시죠!”로 축약될 수 있다. 즉 일정한 정치적 발언을 하기 위해 준비된 시간과 장소에서는 굉장히 많은 말을 쏟아놓는데 반하여, 사전에 예정되어 있는 상황이 아닌 곳에서는 철저하게 “다음에 하시죠!”라며 인터뷰를 거절함으로써 말을 아낀다는 사실이다. 이는 말실수를 하지 않게 되어 박근혜 의원에게 최대의 장점으로 기능하기도 하지만, 반면에 소통부재라는 가장 큰 단점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그러니 가장 주목받는 정치가 중의 선두주자격인 그녀로부터 일정한 정치기사거리를 얻고자 하는, 또는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현안에 대한 그녀의 견해를 듣고자 하는 기자들로서는 소통의 벽을 절감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 박근혜 의원은 정두언 의원의 모친상 빈소 조문 시 기자들로부터 대선출마 시점에 대한 질문을 받자 “문상에 왔으니 아무 얘기하지 않겠다.”며 다음에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 비박계 후보들이 당내 후보경선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직후 기자들이 다시 박근혜 의원에게 어떻게 할 것이냐고 의견을 묻자 “지켜보겠다.”며 다음에 할 것임을 밝혔다. 또 엠비시 장기파업사태에 대해 그동안 기자들이 수십 차례에 걸쳐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을 때마다 “엠비시 노사 사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더니 파업이 145일에 이른 지난 22일에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는데 노사가 서로 대화로써 슬기롭게 잘 풀었으면 좋겠다. 하루 빨리 정상화되길 바라는 게 국민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라는 선문답 같은 대답을 하였을 뿐 자신의 의견은 전혀 내놓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의중을 다음에 밝히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즉 “다음에 하시죠!”인 것이다. 또한 지난 4일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린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 25명이 총선 공약 이행을 위해 결성한 ‘약지 25’ 모임에 참석한 박근혜 의원은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말을 끊으며 “오늘은 아무 이야기 안 하겠다. 오늘은 비례대표 모이는 자리”라며 또 “다음에 하시죠!”를 연발하였다.


풀 한 포기 없는 몽골의 사막을 몇 시간 동안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오늘이면 어떻고 내일이면 어떻겠는가 하는 상념에 잠긴다. 이곳에서는 불볕더위 속에서 한모금의 생수만이 필요할 뿐이다. 대한민국의 정치가들을 이곳에 모여 놓고, 마지막 생존자 한 명에게 나라의 미래를 맡겨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잠기면서, 그래도 제자들에게 “우리가 무엇 때문에 여기까지 와서 고생하냐, 젊어 봉사활동하는 것은 너희들 일생에 의미가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그러니 오늘 할 일은 오늘 꼭 해야 한다, 우리가 계획한 바대로 봉사활동을 제대로 마치자.”라는 잔소리를 한다. 당신께옵서는 “그래도 다음에 하시겠나요?” 몽골 사막은, 국민은 지금 너무나 목말라 한 모금의 생수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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