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회 사법시험 문제분석-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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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회 사법시험 문제분석-형법
  • 법률저널
  • 승인 2003.04.0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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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출제경향은 긍정적…일부 비논리적 지문

 

이호중
한국외대 법대 교수


1. 출제경향
 
올해 실시된 제45회 사법시험 1차 형법은 전반적으로 평이했다는 평가 속에 판례의 비중이 대폭 줄어든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작년까지 사법시험 1차에서 판례의 비중이 약 60-70%정도였던 것에 비해 금년에는 판례문제가 13문제 정도로 대략 3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형법학계에서는 판례의 비중이 너무 높은 것에 대하여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던 차에 판례의 비중축소는 긍정적인 방향전환이라고 볼 수 있다. 사법시험은 형법의 기본이론을 중심으로 하여 이론의 정확한 이해와 사례에의 적용능력을 측정하는 방식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판례는 이론의 한 줄기를 형성하며 결코 무시해야 할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의 출제경향에서 판례문제는 많은 경우에 이론과 결합됨이 없이 단순하게 판례의 요지를 옮겨놓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그러한 판례문제는 형법에 대한 이해나 사례적용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암기식 문제에 불과하였다.

 

판례는 문제에 적절히 활용될 수 있고 또 활용되어야 하지만 그것은 형법이론에 대한 이해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론과 결합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올해 사법시험문제는 지엽적이고 이론적 논점이 없는 판례의 인용을 자제함으로써 판례를 포함하더라도 이론문제 속에 융합하려고 고심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올바른 경향이다.
 
문제유형을 볼 때 올해 소위 신경향문제는 6문제가 출제되었다. 이는 작년과 동일한 수준이다. 신경향문제가 좀더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아마 수험시간의 제약을 고려했던 때문으로 보인다. 필자는 단순택일형 문제는 수험생의 지식을 제대로 측정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시험시간을 약간 늘리더라도 신경향문제의 비중이 더 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내용적인 면에서 총론문제와 각론문제를 구별한다면 작년에 비하여 올해에는 총론문제가 다소 많이 출제되었다. 문항의 주된 논점을 중심으로 분류해 보자면, 총론문제가 24문항, 각론문제가 13문항, 혼합문제가 3문항인데, 총론비중이 다소 높아진 것은 문제경향이 판례중심에서 이론중심으로 전환된 것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총론과 각론의 비율은 6:4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2. 문제점 지적 

전체적인 출제경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여전히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일부 부정확한 표현, 학계의 이론적 논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지문들, 비논리적이거나 수험생의 착각을 유도하는 지문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이하 문제번호는 1책형기준)

(1) 부정확한 표현과 오해의 소지

문7의 지문 「⑤甲은 乙에게 丙의 재물을 강취할 것을 교사하였으나 乙이 丙의 재물을 절취한 경우, 甲은 강도의 예비·음모죄로 처벌된다」라는 표현은 결과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수험생에게 오해의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 작년에도 비슷한 지문이 있었는데(문31 ②), 거기에서는 「甲은 강도예비(음모)죄와 절도죄의 상상적 경합으로 처벌된다」고 표현하고 있다. 후자가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비슷한 경우가 문8의 지문⑤에서도 나타난다. 「(각각 상해치사죄의 단독정범)」이라는 문구가 틀린 것으로 전제한 문제이나 오해의 소지가 있다. 상해죄의 동시범특례규정은 공동정범의 예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지 공동정범이 된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29의 설문에서는 「이 견해는 다시 형법 제15조 제1항을 유추적용하여야 한다는 유추적용설과...」라는 표현하고 있으나 이는 정확하지 못하다. 유추적용설은 불법고의의 조각을 의미하므로 제13조와 제14조를 유추적용하자는 것이다. 문30의 지문③의 「의사설」이라는 표현도 부적절하다. 오늘날 의사설은 고의에 의지적 요소가 필요하다는 넓은 의미로 쓰이므로 인용설도 의사설의 한 종류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 학계의 학설대립과 해석의 차이를 간과한 지문

문10에서 지문 「④형법 제15조 제2항은 기본범죄와 중한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는 옳은 것으로 전제되어 있으나 반드시 그렇다고는 볼 수 없다. 형법 제15조 제2항이 규정한 예견가능성은 상당인과관계의 핵심적 표지이기 때문에 상당인과관계를 규정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또한 문40의 지문 「③주관설에 의하면 평균인 이상의 능력을 가진 자에게는 신뢰의 원칙의 적용범위가 좁아지게 된다」는 옳은 것으로 전제되어 있으나,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니다. 오늘날의 주관설은 객관적 주의의무위반을 객관적 귀속의 문제로 취급하고 과실의 본질은 주관적 주의의무위반(예견가능성)에 있다고 본다.

 

그리고 신뢰의 원칙은 객관적 주의의무의 제한원리로 기능한다. 여기에서 행위자의 특수한 지식과 경험은 신뢰의 원칙의 적용을 제한하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이 결론은 객관설에서도 동일하게 내리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평균인 이상의 "능력"을 가진 자에게 신뢰의 원칙의 적용범위가 줄어든다는 말은 당연하다기 보다는 이론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말이다.  

(3) 비논리적인 문제

문13의 정답은 ⑤라고 한다. 지문⑤ 자체는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문⑤의 「영아살해죄의 교사범」이라는 결론은 설문에서 전제한 것처럼 제33조 단서가 적용되어 나오는 결론이 아니다. 물론 설문은 제33조 단서가 직접 적용된다는 전제에서 문제를 풀 것을 지시하고 있다. 하지만 甲과 乙이 모두 신분자인 경우에 제33조 단서를 적용하자는 견해는 학계에는 없다. 이 문제는 이론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전제를 깔고 문제를 풀라고 하고 있다. 앞으로는 피해야 하는 출제이다.
 
문25도 좋은 문제가 아니다. 대법원판례의 소위 "여죄설"의 적용능력을 테스트하는 문제로 보이는데, 대법원은 여죄에 대하여 "만약 한꺼번에 재판을 받았더라면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았으리라 여겨지는 특수한 경우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집행유예기간 중에도 집행유예선고가 가능하다고 판시한다. 결국 범죄의 경중과 성질에 따라 집행유예의 선고가 가능한가 여부가 달라지게 되는데, 설문에는 범죄의 경중과 성질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기 때문에 냉정하게 보면 설문의 사례에서 집행유예의 선고가 가능한지는 판단불능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4) 그 밖에도 수험생의 지식과 이론이해를 측정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문21의 지문②는 정답이긴 한데, 그 이유는 판례가 "주거권의 침해"가 아니라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의 침해"라고 했기 때문이다. 판례는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을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으로 보면서도 간통목적으로 처의 승낙을 받고 집에 들어간 사례에서 주거침입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러한 판례의 결론은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해석하는 한 논리적이지 못한 결론이다. 어떤 의미에서 그 사례에서 판례의 결론은 주거권설과 일치한다. 판례를 인용한 문제출제에서 작은 부분만 바꿔 정답을 유도하는 식의 문제출제는 지양되어야 한다.     
 
또 문36의 지문③은 분명 옳지 않은 표현으로 정답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책임무능력자에 대한 정당방위인정여부는 실질적 위법성론과는 내용적으로 아무 관계도 없다. 이런 식의 문제라면 출제는 쉬울지 몰라도 수험생의 이론적 지식을 측정하는 데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3. 향후 전망과 수험대책

올해 사법시험은 법무부가 주관하는 두 번째 시험이었다. 작년에는 단순택일형을 지양하고 신경향문제를 도입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면, 올해는 판례의 단순암기를 요하는 문제를 지양하는데 주안점이 있었던 것 같다. 판례의 단순암기식 문제는 그 동안 학계에서도 누차 문제로 지적되어 왔고 법무부 역시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앞으로의 출제경향은 지엽적인 판례의 단순암기로 풀 수 있는 문제는 점점 사라지게 될 것이라 예측해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신경향 문제의 비중을 조금씩 높여가는 추세가 되지 않을까 하고 전망해 본다.
 
결국 수험생들도 기본이론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을 사례에 적용하는 능력에 초점을 두면서 사법시험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판례는 그 자체로 암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곤란하고 판례가 취하는 이론적 입장이 전체적인 형법이론 속에서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를 염두에 두면서 학습해야 할 것이다. 다만, 판례암기를 요하는 문제가 아직도 꽤 출제되고 있어 수험생들이 판례를 암기해야 하는 부담이 별로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수험생의 학습부담은 오히려 더 가중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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